이마트가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주요 상품을 상시 ‘최저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도 ‘물가안정 TF’를 가동하고 있다고 알렸다.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가격이 유통업체의 주요 전략으로 떠올랐다. 주요 상품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전략인데, 쿠팡 등 이커머스(e-Commerce) 업체의 급격한 성장에 맞선다는 분석도 있다. 전통 유통업체들이 이른바 '체력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4일 이마트는 ‘40대 필수상품’을 선정하고 이마트 매장 및 SSG닷컴 이마트몰에서 상시 최저가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연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해당 필수상품에 대해서는 경쟁업체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업체뿐 아니라 쿠팡보다 싸게 판매한다고 밝혔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고물가로 근심이 커진 고객들의 부담을 덜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다.

같은 날 롯데쇼핑도 강성현 대표 지휘 아래 물가안정 TF를 가동해 물가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에 차지하는 생필품 500여가지를 집중 관리하는 프로젝트로,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품목은 회사의 자원을 투입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재우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판매가 상승을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가격 최종 방어선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이 물가 안정을 근거로 본격적인 가격경쟁을 예고하고 나서며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차후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마트가 상시 최저가 전략을 장기적으로 펼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만큼, 경쟁업체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가격경쟁은 재무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수익성을 포기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쿠팡은 올해 수익성 확보를 중요 과제로 삼은 터라 가격 경쟁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쿠팡은 지난해 말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회원비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한 뒤 최근에는 기존 회원의 회비 또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의도된 적자라고는 하지만 적자 규모를 줄이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올 1분기 전자상거래를 중개하고 상품을 배송하는 커머스 사업에서 처음으로 조정 에비타(EBITDA)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순손실 규모는 2500억원에 달한다. 물류센터 등 설비투자에 여전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배달, OTT 신사업 적자 규모가 큰 탓이다.

쿠팡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보유 현금성자산은 33억6900만달러(4조4000억원)으로 이마트의 1조5500억원(연결기준)보다 약 2조8500억원 더 많다.

다만 쿠팡의 경우 아직까지 흑자를 낸 적이 없는 반면 이마트는 지난해에만 3200억원을 벌어 현금창출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쿠팡이 흑자구조를 빨리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장기전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마트는 토지 등 유동화 가능한 자산이 10조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결국 출혈경쟁이 장기적으로 펼쳐지면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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