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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 실린 4기의 큐브위성과 1기의 큐브위성 모사체(더미). 붉은 색 사각형 부분에 더미가 탑재됐다.(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 실린 4기의 큐브위성과 1기의 큐브위성 모사체(더미). 붉은 색 사각형 부분에 더미가 탑재됐다.(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2차 발사체 상단에 실려 우주로 향한 성능검증위성. 그 안엔 국내 대학에서 만든 4기의 큐브위성(꼬마위성)과 함께 1기의 더미(큐브위성 모형)가 탑재됐다. 누리호가 우주에 올릴 수 있는 중량(1.5t)도 한계가 있는 데다 성능검증위성의 공간도 한정적인데, 기능도 없는 더미가 실린 이유는 뭘까.

7일 한국한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등 누리호 개발 기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1개의 더미가 성능검증위성에 실린 이유는 설계 때부터 큐브위성에 배정된 총 공간이 ‘18U’로 설정됐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1U는 가로·세로·높이 10cm에 질량 1.3kg 수준의 초소형 인공위성을 말한다. 큐브위성은 비교적 정형화된 형태로 제작된다. 이 때문에 1U는 큐브위성의 크기와 질량을 나타내는 단위처럼 사용되고 있다.

큐브위성 제작 기관은 지난 2019년 5월 개최된 ‘큐브위성 경연대회’를 통해 선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약 한 달간 참가 신청을 받고 두 번의 평가를 통해 대학(원)팀 3곳과 산업체팀 1곳을 선정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서울대·연세대에서 꾸린 대학원생팀이 각각 제작한 큐브위성을 누리호 2차 발사체에 실었던 이유다. 1개 산업체팀은 조선대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기업인 ‘솔탑’이 함께 꾸린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해당 컨소시엄은 조선대가 중심이 돼 결성, 통상 ‘조선대 학생팀’으로 불렸다.

당시 과기정통부가 공지한 큐브위성 경연대회 모집 요건을 보면 대학 제작 큐브위성은 ‘과학임무형’을 목적으로 3U급 3기가, 산업체 제작 큐브위성은 ‘기술검증형’을 목적으로 6U급 1기가 제안 사안으로 올랐다.

▲ 2019년 큐브위성 경연대회 포스터. 당시 경연대회를 통해 선정된 4개 팀이 제작한 큐브위성이 누리호 2차 발사체에 실렸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2019년 큐브위성 경연대회 포스터. 당시 경연대회를 통해 선정된 4개 팀이 제작한 큐브위성이 누리호 2차 발사체에 실렸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능검증위성을 설계한 항우연은 각 대학과 산업체가 제안할 수 있는 내용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고자 큐브위성 공간을 18U로 설정했다. 각 대학의 사정에 따라 2~4U로, 산업체의 경우 5~7U로 제안이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 선정된 대학 3곳 모두 3U로 제안서를 올렸고, 조선대 컨소시엄 역시 6U로 큐브위성을 설계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큐브위성 경연대회 결과 15U가 최종적으로 선정돼 성능검증위성에 3U 공간이 남게 됐다”며 “해당 부분을 빈 곳으로 남기게 될 경우 무게중심 등 성능검증위성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어 3U 크기의 더미를 채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경연대회 종료 후 추가로 큐브위성을 제작할 대학·산업체를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형평성·시기 등을 고려해 추가 모집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 큐브위성 경연대회 최종 선발팀에 예비설계비를 포함해 △3U 큐브위성 대학팀에 각각 4억5000만원 △6U 큐브위성 산업체팀에 7억원을 지원했다.

‘덩어리’ 같은 더미, 그래도 의미는 있다
큐브위성 4기와 함께 우주에 오른 더미는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는 단순한 ‘질량 덩어리’와 같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능검증위성에서 큐브위성을 사출하는 ‘발사관’의 성능을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은 국내 위성통신단말기 제조·서비스 업체 ‘AP위성’이 제작했다. 현재 성능검증위성의 운용도 해당 기업에서 담당하고 있다. AP위성은 큐브위성 사출 발사관을 카이로스페이스와 협업해 만들었다.

성능검증위성은 지금까지 △조선대(6월29일) △카이스트(7월1일) △서울대(7월3일) △연세대(7월5일) 큐브위성을 문제없이 사출했다. 이날 더미까지 안정적으로 사출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해냈다. 더미 사출까지 총 5회의 발사관 시험 검증을 문제없이 마친 셈이다.

▲ 조선대 큐브위성 스텝큐브랩2가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6월29일 오후 4시50분께 사출되고 있는 모습.(영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조선대 큐브위성 스텝큐브랩2가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6월29일 오후 4시50분께 사출되고 있는 모습.(영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위성(성능검증위성)에서 다른 인공위성(4기의 큐브위성)을 사출하는 건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사출로 인한 반동은 성능검증위성의 무게중심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능검증위성은 700km 상공에서 초속 7.5km로 비행하고 있다. AP위성 관제 시스템은 이 같이 움직이는 성능검증위성에 명령을 보내 사출 과정에서 흔들린 자세를 다시 안정화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한상현 AP위성 위성사업본부 체계개발팀 실장은 “큐브위성과 같은 소형 인공위성 사출은 통상 발사체 상단에서 직접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위성끼리 부딪치기도 하고 원하는 궤도에 안착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곤 한다”며 “인공위성 사출 방식은 목표한 위치에서 원하는 시각에 큐브위성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출의 반복 시험 역시 신뢰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한 실장은 “큐브위성 사출 반동으로 인한 성능검증위성의 회전(텀블링)에 관한 문제는 발사 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해결책을 찾아놨고, 실제 운용과정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며 “총 5회의 사출을 통해 이를 검증한 이력을 쌓았다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능검증위성은 더미까지 내보내며 ‘사출 임무’를 문제없이 수행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부터는 국내에서 개발된 다양한 탑재체들이 우주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임무가 시작된다.

성능검증위성엔 큐브위성 외 △발열전지 △제어모멘트자이로 △에스밴드(S-Band) 안테나 등이 탑재됐다. 항우연과 AP위성은 각 탑재체 작동 명령 신호를 지상국에서 순차적으로 보낼 계획이다. 성능검증위성의 크기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93cm, 89.2cm, 90.3cm 정도로 질량은 큐브위성을 포함해 162.5kg이다.

▲ 카이스트 큐브위성 랑데브가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1일 오후 4시38분께 사출되고 있는 모습.(영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카이스트 큐브위성 랑데브가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1일 오후 4시38분께 사출되고 있는 모습.(영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4개 대학 큐브위성…2기 성공, 2기 실패
큐브위성을 제작한 각 대학과 항우연 등에 따르면 카이스트 큐브위성 ‘랑데브(RANDEV)’와 서울대 큐브위성 ‘스누굴라이트2(SNUGLITE-Ⅱ)’는 양방향 교신에 성공, 현재 당초 계획대로 운용되고 있다.

조선대 큐브위성 ‘스텝큐브랩2(STEP Cube Lab-Ⅱ)’와 연세대 큐브위성 ‘미먼(MIMAN)’은 현재 지상국에서 신호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각 학생팀은 지도교수와 잠든 큐브위성을 깨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묵묵부답’이다.

첫 사출된 스텝큐브랩2의 경우 6월30일 목표(10회 반복 수신)보다 적은 두 차례의 신호만 지상국에 닿았다. 이후 조선대 학생팀은 큐브위성이 우리나라 상공을 지날 때마다 총 12번 교신을 시도했으나 이 중 8번만 수신에 성공했다. 이 기간 스텝큐브랩2의 신호는 차츰 미약해졌고, 지난 2일부터는 신호가 완전히 끊겼다.

조선대 학생팀은 △통신부품 문제 △전력 부족 △큐브위성의 불안정한 자세(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 등을 문제로 보고 있다. 그간 미약하게나마 지상국에 닿은 상태정보(비콘신호) 분석 결과 전력이 낮아진 징후가 발견된 만큼, 태양전지판을 통해 전력이 공급될 경우 신호가 다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 서울대 큐브위성 스누굴라이트2가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3일 오후 4시24분께 사출되고 있는 모습.(영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서울대 큐브위성 스누굴라이트2가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3일 오후 4시24분께 사출되고 있는 모습.(영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가장 마지막에 사출된 미먼은 지난 6일 첫 시도한 교신에서부터 비콘신호를 받지 못했다. 성능검증위성이 보낸 영상을 통해 사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점이 확인됐으나 아직 ‘생존 신고’는 지상국에 도착하지 못한 상태다. 연세대 학생팀은 이후 미먼이 우리나라 상공을 지날 때마다 수신을 시도하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미먼의 교신 불가는 전력 방전이나 안테나 전개 미흡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세대 지상국에선 계속해서 안테나 전개 명령을 보내고 있다”며 “지상국에서 보다 강한 명령 신호를 보낼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호 수신 불가의 원인이 전력 부족일 경우에 대해선 “태양전지판을 통한 충전이 이뤄진다면 큐브위성이 재부팅될 수 있다”며 “재부팅에 성공할 경우 정상 작동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큐브위성이 우리나라 상공을 지날 때 마다 신호 수신 여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 연세대 큐브위성 미먼이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6일 오후 4시12분께 사출되고 있는 모습.(영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연세대 큐브위성 미먼이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6일 오후 4시12분께 사출되고 있는 모습.(영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카이스트·서울대 큐브위성은 지상국에서 보낸 명령 신호를 받고 이에 따른 동작 변화까지 진행했다. 카이스트 학생팀은 빠르면 1~2주 안에 임무수행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팀은 늦어도 두 달 안에 임무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 중이다. 양방향 교신 후 큐브위성의 임무수행을 위한 자세 정밀 제어나 상태 안정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랑데브가 보낸 신호는 2일 새벽 3시42분께 20초 주기로 10차례 이상 지상국에 닿았다. 카이스트 학생팀이 첫 수신에서 받은 비콘신호를 분석한 결과, 랑데브의 전압·온도 등은 모두 정상 상태였다. 태양전지판과 안테나 역시 정상적으로 전개됐다. 이후 진행된 원격 검침에서도 큐브위성이 양호한 상태로 동작 중인 점을 확인했다.

카이스트 학생팀은 상태점검 이후인 3일 오후 4시10분께 큐브위성에 명령 신호를 보냈다. 일부 기능을 차단(전력공급 채널의 상태변경)하고 모드 변경(대기모드→안테나전개모드)을 위해서다. 랑데브는 지상국이 보낸 신호를 정상적으로 받고 명령을 문제없이 수행했다.

스누굴라이트2와의 양방향 교신은 4일 새벽 3시21분께 이뤄졌다. 서울대 학생팀은 스누굴라이트2가 우리나라 상공 가장 높은 위치를 지날 때 명령 신호를 보냈다. 스누굴라이트2는 명령을 받아 안테나를 전개하고 상태정보를 보냈다.

스누굴라이트2가 보낸 비콘신호는 첫 양방향 교신 때 9번 지상국에 닿았다. 서울대 학생팀은 이를 통해 스누굴라이트2의 △전원(8.3볼트) 정상 △각속도(0.2deg/s) 안정화 △자체개발 우주용 위치정보시스템(GPS·시각동기화 완료) 수신기 정상 등을 확인했다.

스누굴라이트2를 직접 제작한 심한준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출된 직후 안태타가 정상적으로 전개되지 않아 노심초사했으나 현재는 잘 작동해 매우 기쁘다”면서도 “큐브위성은 언제 어떻게 고장이 날지 모르는 구조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완전 자동화 단계까지 정상적으로 도달해 임무수행에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 박사과정생은 서울대 큐브위성팀의 팀장을 맡아 지도교수와 함께 전반적인 제작을 이끌었다. 그는 이와 함께 큐브위성의 △자세제어 △비행 소프트웨어 △위성 형상 관리 등을 담당했다.

서울대 큐브위성 스누굴라이트2는 정밀 지구대기 관측과 관련된 GPS RO(Radio Occultation)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제작됐다. 서울대 학생팀은 이를 위해 △mm급 반송파위상 이중주파수 GPS 수신기 3대 △광학 카메라 △정밀 GPS 자세결정 모듈을 장착했다. 수명은 1년이다.

카이스트 큐브위성 랑데브는 소형 지구관측 카메라를 활용, 지상 촬영을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촬영된 영상을 지상국으로 전송하는 게 핵심 기능이다. 이와 함께 인공위성의 3축 자세제어 기능도 검증한다. 카이스트 학생팀은 구체적으로 △지상국과 극초단파·초단파(UHF·VHF) 주파수를 활용한 통신 △S밴드의 고속 영상 전송을 포함한 큐브위성 시스템의 임무와 본체의 정상적인 운용 검증을 목적으로 삼았다.

▲ (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 (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크기가 매우 작아 ‘꼬마위성’으로도 불리는 큐브위성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상업용 위성에 비해 신뢰성이 떨어진다. 과기정통부는 그런데도 ‘우주인력 양성’ 측면에서 이번 큐브위성 제작 사업을 진행했다. 설계·제작·관제에 이르는 인공위성 운용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할 ‘실전 기회’를 국내 대학원생들에게 제공하는 게 주된 사업 목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큐브위성을 누리호에 실어 보내는 것 자체가 도전적인 과제”라면서도 “학생들에게 인공위성 운용의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교육적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누리호 4차 발사에서도 국내 대학에서 만든 큐브 위성을 우주로 보낼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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