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넘버스팀>이 알면 좋을 스타트업·혁신기업 생태계 정보를 소개합니다.
▲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사진=어반플레이)
▲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사진=어반플레이)

01.
네모 반듯 10평 짜리 상가가 많은 이유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건축을 공부하면서도 디자인보다, 공간의 운영이나 기획 콘셉트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공간이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디자인을 하는 것이 힘들게 다가왔기 때문이죠.  

“공간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어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도 갔는데요. 기술에 의해 전 세계가 많이 변할 거라 하는데, 도시도 많이 변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지금까진 도시가 무조건 신개발만 하던 시대였잖아요. 그게 아니라 골목 콘텐츠 연구를 하면서 콘텐츠 기획을 하면 밥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2013년 창업한 게 공간 콘텐츠 기획사로서의 어반플레이였습니다.”

현 도시의 모습에서 느낀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임대 ‘효율’ 위주로 설계되다 보니 ‘쪼개기 부동산 개발’이 이뤄져 왔다는 겁니다.

02.
동네 콘텐츠에 투자한 ‘네이버’

그런데 생태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야 진정한 콘텐츠 중심의 도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은 ‘미디어’였습니다. 2015년 ‘어반폴리’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아는동네’죠. 동네를 움직이는 사람·공간·브랜드 이야기를 발굴해 온오프라인 매거진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 아는동네 매거진. (사진=어반플레이)
▲ 아는동네 매거진. (사진=어반플레이)

콘텐츠들은 당시 네이버 플레이스 판에도 제공됐고, 어반플레이는 네이버와 ‘프로젝트 꽃’ 작업도 함께 했는데요. 네이버 또한 프로젝트 꽃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의 가치를 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했거든요.

어반플레이는 2016년 말엔 네이버와 서울산업진흥원으로부터 투자도 유치하게 됩니다. 

03.
연남동과 연희동의 차이

당시 진행한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는데요. 현재 연남동과 연희동을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일단 2013년 연남동에 어반플레이가 처음 자리잡은 때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여기서 창업을 한 건 어쨌든 홍대가 콘텐츠의 성지잖아요. 연남동을 아예 몰랐는데 부동산에서 저희같이 영세한 회사에겐 연남동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연남동 반지하에서 시작했죠. 가서 보니까 정말 저희같이 재밌는 일들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은 거예요.”

그래서 묶어서 축제를 해보자! 해서 시작한 것이 2014년 ‘숨은 연남 찾기’였습니다. 게스트하우스 공간을 빌려 근처 카페, 공방 다 모은 거죠. 플리마켓도 열고 클래스도 여는 식으로요. 그런데 잘 안 됐다고 합니다. 마케팅 파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다 연희동으로 사옥을 이전했는데요. 2015년 시작한 ‘연희, 걷다’ 프로젝트는 달랐습니다. 연희동에 있는 갤러리 유명 작가들이 합류했고요. 어반플레이가 자체 미디어도 파워도 어느 정도 갖기 시작한 때였죠.

또 연남동의 경우 상업적 콘텐츠가 많고, 하루에 커피 몇 잔을 파느냐가 중요한 생계형 창업이 많았는데요. 연희동은 문화 예술 콘텐츠 창업이 많고, 오래된 로컬 브랜드가 많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04.
투자자들은 어반플레이에 왜 투자했을까

이러한 동네 실험이 진화해 어반플레이는 문화 복합형 공간들을 기획해 운영하게 됩니다. 2018년 문을 연 ‘연남방앗간’과 ‘연남장’인데요.

▲ 구서울역에 있는 연남방앗간. (사진=황금빛 기자)
▲ 구서울역에 있는 연남방앗간. (사진=황금빛 기자)

연남방앗간은 연남동에 첫 본점을 열었고, 현재 광교와 서울역에도 있습니다. 방앗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식 식음료 편집상점입니다. 연희동 유휴 유리공장에 만들어진 연남장은 문화 예술 분야 크리에이터들의 작업실이자 쇼케이스 공간 역할을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라운지인데요.

연남장은 사업 모델만을 가지고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았던 경우입니다. 2018년 와디즈에서 펀딩이 진행됐는데요. 3~4일만에 목표금액인 1억5000만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를 기점으로 와디즈에 ‘도시재생’ 분야가 새로 생기기도 했다네요. 

투자자들은 어반플레이에 투자하면서 어떤 만족을 느끼고 있을까요.

05.
어반플레이가 탐내는 ‘크리에이터’의 조건

연남장에만 해도 1년에 150팀 정도의 크리에이터들이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고 플리마켓도 하는 거죠.

어반플레이는 이들에게 입점료를 받고도 있지만, 이들의 IP(지적재산)를 확보해 굿즈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어반플레이의 아트 브랜드 ‘캐비넷클럽’을 통해서인데요. 크리에이터들과 계약을 맺고 어반플레이가 IP를 확보해 포스터나 굿즈 등을 직접 제작해 판매 수익을 나눕니다. 

“저희는 핫한 팀을 좋아하지 않아요. 핫하다는 건 트렌드를 탈 수도 있다는 거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팀, 공간의 경험을 진하게 줄 수 있는 팀을 좋아합니다. 브랜드로서 콘텐츠적 IP가 뭐냐를 많이 보는 거죠.”

06.
‘오프라인’ 공간을 고민하는 기업들

어반플레이는 많은 기업들과도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요. 그 중심엔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리 시리즈B 투자엔 롯데쇼핑과 롯데벤처스가 참여했는데요. 현재 어반플레이와 연구개발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롯데가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크리에이터와 스몰 브랜드(로컬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고유의 스토리를 가진 개성 있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하는데요. 스몰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팬층이 두텁기 때문이죠. 

어반플레이가 기획한 공간 가운데 대표적으로 부산 영도에 있는 30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피아크(P.ARK)’도 들 수 있는데요. ‘제일SR그룹’이라는 조선 수리업을 하는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아 진행한 겁니다.

07.
흑자 전환한 어반플레이의 목표

어반플레이는 코로나 상황인 2020년 BEP(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더 성과가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때는 2024년~2025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콘텐츠 자체가 매출로 이어지는 단계가 될 거라고 하네요. 

“저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콘텐츠는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일뿐 그 자체가 수익화되고 있진 않거든요.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변화하면서 콘텐츠와 접목하는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들의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는 상태고요. 앞으론 콘텐츠 없이 부동산 개발은 어려워지는 시장이 올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오프라인은 경험 위주의 공간을 중심으로 살아남을 거라는 판단때문입니다.

혹시 서울역 앞을 지나다 ‘연남방앗간’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요. ‘도시에도 OS가 필요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콘텐츠와 공간에 투자하고 있는 ‘어반플레이’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것입니다. 찾아보니 소위 ‘힙한’ 것 가운데 어반플레이에서 진행한 게 많더라고요. 궁금해서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어반플레이에 대한 더 많은 스토리를 <블로터의 투자 리터러시 플랫폼(넘버스)>에서 만나보세요.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