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좋을 IT업계 이슈를 분석합니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 (사진=네이버)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 (사진=네이버)

IT 업계가 연일 시끌시끌합니다. 이번엔 네이버인데요.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노조는 네이버 운영 법인으로 불리는 5개 계열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엔테크서비스(NTS)·엔아이티서비스(NIS)·컴파트너스·그린웹서비스·인컴즈입니다.

5개 계열사는 지배구조 상 네이버 손자회사입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아이앤에스가 지분율 100.0%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이들 업무는 모두 네이버 운영과 관련 있습니다. 네이버 운영 법인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 네이버 운영법인 5곳 주요 사업 내용. (자료=네이버 노조)
▲ 네이버 운영법인 5곳 주요 사업 내용. (자료=네이버 노조)

NTS를 예로 들어볼까요. NTS는 5개 계열사 중 직원,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입니다. NTS 사업 내용을 보면 5개 계열사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NTS는 SQA(품질관리) 테스팅, 네이버 운영 디자인, 소프트웨어 프런트엔드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모두 네이버를 위한 일입니다.

핵심 업무는 네이버, 네이버 클로바향 SQA 테스팅입니다. 단순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에 그치지 않고 서버 성능, 서비스 속도 등을 분석 및 개선하는 작업까지 맡고 있습니다.

원활한 네이버 운영을 위해 없어서 안 될 계열사인 겁니다. 노조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5개 계열사는 네이버를 위해 일을 하고 있지만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기사 댓글을 보면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노조가 본사와 동일 수준 임금을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본사를 위해 존재하는 계열사인 만큼, 임금 인상률(%)은 본사와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노조는 5개 계열사 측에 본사 수준 임금 인상률(10.0%)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 5.6~7.5%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본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네이버는 5개 계열사가 독립 법인인 만큼 네이버가 임금 교섭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예산 권한은 네이버가 갖고 있는 만큼, 교섭 회피를 위한 핑계로 느껴진다"고 비판했습니다.

"이해는 되는데, 10% 인상 과도하다"
IT 업계 일각에선 "(노조 주장을) 이해는 하지만, 10%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데, 임금만 올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보통 연봉 인상률은 기업 실적과 비례해 책정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래 그래프는 5개 계열사의 작년 실적입니다. 5개 계열사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업체(인컴즈) 영업이익률도 3.6%에 불과합니다. 적자인 곳도 보이고요.

"임금 인상률 10%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일부 수긍됩니다. 다만 노조는 5개 계열사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노조 관계자는 "10%를 과도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네이버 만을 위해 일하는 특수성을 이해하면 좋겠다. 네이버 서비스는 계속해서 복잡해지고, 계열사 직원들은 이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5개 계열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수익 확대'가 어려운 구조라고 반박합니다. 다시 한번 NTS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NTS 매출 전액은 최상위 지배기업(네이버)과 기타 특수관계자(네이버 계열사, 네이버문화재단 등) 거래에서 발생했습니다.

▲ NTS 매출 전액은 지배기업 및 기타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발생했다. (자료=NTS 감사보고서)
▲ NTS 매출 전액은 지배기업 및 기타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발생했다. (자료=NTS 감사보고서)

사업 확장을 위해선 네이버 외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사실상 막혀 있다는 게 이 관계자 발언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론 상으로는 가능한데 NTS는 10년 동안 이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네이버 측에서도 원하지 않고, 외부 업체도 마뜩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NTS는 2011년 네이버아이앤에스에서 물적 분할됐습니다.

결국 NTS 수익 개선을 위해선 네이버와 네이버 계열사가 NTS에 지급하는 수수료 단가를 높여야 하는데요. 관련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드러난 지표만 보면, 지난해 네이버 본사가 NTS에 지급한 비용은 437억원으로 전년(469억원) 대비 30억원가량 줄었습니다. 맡긴 일이 줄어든 걸까요?

이 관계자는 '박탈감'도 언급했습니다. 이미 본사와 계열사 간 연봉 격차는 상당합니다. 본사와 동일 임금 인상률을 적용해도 연봉 격차는 계속 커지는 상황이죠.

예를 들어볼까요. 업계에 따르면 5개 계열사 신입사원 초봉은 2500~2600만원입니다. 네이버는 평균 4500만원 정도로 알려졌죠. 같은 10% 임금 인상률을 적용해도 매년 연봉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임금 인상률까지 본사보다 낮게 책정된다면 계열사 직원들이 느낄 박탈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거죠.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이 회사를 '팀 네이버'라 칭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계열사 간 시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이었는데요.

최 대표는 네이버 운영법인 5곳도 '팀 네이버'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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