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소재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이구갤러리'는 오픈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매장을 둘러보는 고객들로 채워졌다. MZ세대를 겨냥한 이색 브랜드가 위치한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 한 켠에 자리잡은 만큼 이구갤러리의 고객은 대부분 젊은 연령층이었다. '마르디' 옷을 입은 소비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매장은 입구부터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이하 마르디) 제품과 이를 상징하는 생화, 각종 오브제로 꾸며져 고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매장을 둘러보는 고객들은 제품을 구매하면서도 대부분 이구갤러리를 '셀카존'으로 활용하거나 오브제를 찍는 데 집중했다. 

마르디 메크르디, '패션+갤러리' 첫 타자된 이유는
이구갤러리는 온라인 셀렉트숍 '29CM'(이십구센티미터)가 오픈한 오프라인 매장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큐레이션'을 강점으로 내세운 29CM의 특성을 살려 매달 새 브랜드와 콘셉트를 선보이는 일종의 '브랜드 큐레이션' 공간이다. 이는 29CM 주 고객인 MZ세대와 직접 만나기 위한 오프라인 공간으로, 지난 4~5월 브랜드 캠페인 일환으로 오픈한 팝업스토어 '29맨션'과 일맥상통한다.

▲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오픈한 29CM의 '이구갤러리'. 입구에 마련된 메일 전시 공간에서는 입점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한 꽃과 각종 오브제로 장식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오픈한 29CM의 '이구갤러리'. 입구에 마련된 메일 전시 공간에서는 입점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한 꽃과 각종 오브제로 장식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이구갤러리는 입구부터 브랜드 시그니처 이미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진 메인 갤러리 공간과 마주한다. 이 날은 꽃과 조각상 같은 오브제가 가득했다. 마르디 메크르디의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마르디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드록 꾸민 것이 특징이다.

눈 여겨볼 만한 것은 꽃·오브제와 함께 설치한 '흰색 박스'다. 29CM 관계자는 해당 박스가 '택배박스'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패션숍에서 없어서는 안 될 택배박스로, 택배박스에서 마르디의 상징인 '꽃'이 튀어나온 것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 온 '29CM'를 뜻하기도 한다. 현장에 있던 29CM 관계자는 <블로터>에 "온라인을 넘어서 오프라인으로까지 확장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택배상자를 상징하는 오브제를 주요 소품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 이구갤러리에서는 내부 직원인 '가이드'들을 통해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단순 판매를 위한 매장이 아닌 브랜드 큐레이션관으로서 차별성을 갖췄다. 매장에서 전시된 마르디 메크르디 제품을 둘러보는 동시에 디자인 변천사에 대해 듣고 있는 모습. (사진=안신혜 기자)
▲ 이구갤러리에서는 내부 직원인 '가이드'들을 통해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단순 판매를 위한 매장이 아닌 브랜드 큐레이션관으로서 차별성을 갖췄다. 매장에서 전시된 마르디 메크르디 제품을 둘러보는 동시에 디자인 변천사에 대해 듣고 있는 모습. (사진=안신혜 기자)
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가 이구갤러리의 첫 타자로 낙점된 이유는 무엇일까. 29CM에 따르면 이구갤러리 입점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조건은 '두터운 팬덤 보유 여부'와 '활발한 콜라보레이션'이다. 마르크 메크르디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 1호 입점 브랜드가 됐다. 이구갤러리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고리인 만큼, 입점 브랜드는 이구갤러리로 고객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부 기준이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현재 MZ세대에게서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29CM 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각광받는 브랜드다. 실제로 마르디 메크르디는 29CM에서 지난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브랜드 거래액이 1135% 성장했고, 상반기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6개 증가했다. 무신사와 손잡고 진출한 일본 시장에서는 진출 6개월 만에 현지 누적 매출 1억엔(약 10억원)을 달성하며 해외 성공 잠재력을 가진 브랜드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따라서 29CM는 많은 고객들이 '마르디 콘셉트' 갤러리만을 보기 위해 더현대서울을 찾아올 것으로 자신했다.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구갤러리와 결이 맞는 지점이다. 마르디는 패션, 디자인 가구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브랜드 '제페토' 등 이종 산업과의 협업도 적극 진행하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동점 상품 판매는 온라인 플랫폼 29CM에 입점돼 있는 타 브랜드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고안된 방법으로, 마르디는 △식기 브랜드 '패브릭포터리' △디자인 생활용품 브랜드 '렉슨' △국내 도자기 브랜드 '엔알세라믹스'와의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무신사 인수 이후 '실물 공간' 효과 본 29CM
다만 29CM에 따르면 이구갤러리는 '매출' 올리기에 주력하는 '오프라인 매장' 개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셀렉트숍인 29CM의 절대적 매출이 온라인에서 나오는 만큼, 오프라인 공간은 입점 브랜드의 정체성을 선보이는 장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에서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라인 매출 성과를 견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 매장 입구에 마련된 갤러리 존을 지나면 '이구갤러리' 입점 브랜드의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사진=안신혜 기자)
▲ 매장 입구에 마련된 갤러리 존을 지나면 '이구갤러리' 입점 브랜드의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사진=안신혜 기자)
이 같은 관점에서 이구갤러리는 29CM이 지난 4~5월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보여진다. 29CM는 올해 '당신2 9하는 삶'이라는 슬로건으로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난 5월에는 첫 단독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29맨션'을 운영했는데, 이 역시 판매보다는 29CM가 지향하는 것을 알리는 데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

이구갤러리가 29CM의 성장세에 힘을 보탤 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5월 무신사는 29CM와 스타일쉐어의 지분 100%를 약 3000억원 가량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29CM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4~5월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고 신규 방문자수와 월간 사용자 수(MAU)가 2배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특히 29CM가 거래액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은 '브랜드 지원 프로그램'이 무신사의 동반성장 프로젝트가 확장된 형태인 것만 봐도 인수 효과는 상당했다고 보여진다. 큐레이션 콘셉트를 특화한 결과 공연·전시 및 여행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대비 115% 성장하기도 했다. 29CM의 올 상반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82% 성장한 25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무신사 인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 온라인 29CM 입점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판매하는 곳. '이구갤러리' 매장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마르디 메크르디 콜라보 단독 상품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 온라인 29CM 입점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판매하는 곳. '이구갤러리' 매장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마르디 메크르디 콜라보 단독 상품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29CM 관계자는 <블로터>에 "29맨션이 29CM의 지향점을 알릴 수 있는 팝업스토어였다면, 이구갤러리는 4000여 개의 입점사 및 브랜드를 보여주는 곳"이라며 "29CM뿐만 아니라 입점 브랜드들 또한 온라인 유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데 이구갤러리를 통해 주요 브랜드와 협업 브랜드 모두 보여줄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9CM는 하반기 중 이구갤러리 추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29CM에 따르면 추가 매장의 콘셉트들은 1호점과 각각 다르게 운영될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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