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좋을 엔터테인먼트업계 이슈를 분석합니다.

배우 전지현 씨가 기존 소속사인 문화창고를 떠나 이음해시태그에 둥지를 틉니다. 아티스트가 기존 소속사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새 둥지를 찾아 떠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인데요. 여기에는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문화창고, 이음해시태그 등 콘텐츠 제작사 및 매니지먼트 업체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 자회사되기까지
문화창고는 2010년 5월 김선정 대표가 설립한 엔터테인먼트업체입니다. 설립 초기 문화창고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주목받는 업체는 아니었는데요. 당시만 해도 문화창고는 전시·공연사업에 치중했던 터라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낮을 수 밖에 없었죠.

존재감이 낮았던 문화창고가 두각을 드러낸 것은 2012년부터입니다. 문화창고는 당시 영화 '도둑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전지현 씨를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매니지먼트사업에 뛰어듭니다. 

▲ 전지현(왼쪽)과 문화창고. (사진=넷플릭스, 문화창고)
▲ 전지현(왼쪽)과 문화창고. (사진=넷플릭스, 문화창고)
'전지현'이라는 브랜드가 가져다주는 인지도와 수익은 상상을 초월했는데요. 특히 2013년 전지현 씨가 출연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한국과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문화창고도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됩니다. 문화창고는 해당 드라마의 간접광고(PPL)을 직접 유치한 덕분에 이른바 '천송이 립스틱'과 '천송이 잠옷' 같은 브랜드 제품의 수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죠. 

이후 전지현 씨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습니다. 이를 눈 여겨본 CJ ENM(당시 CJ E&M)은 2016년 전지현 씨의 소속사인 문화창고를 인수하기에 이릅니다. 당시 문화창고의 지분은 전지현 씨와 김선정 대표가 각각 30%와 70%를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앞서 전지현 씨의 지분 30%를 인수한 CJ ENM은 김선정 대표가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해 약 35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당시 '문화창고에 3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일종의 무리수'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가져다 준 파급력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죠.

▲ (표=블로터)
▲ (표=블로터)
CJ ENM은 문화창고 인수를 발판삼아 연예기획사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방송·영화·음악·공연·게임 부문 사업을 재편하게 됩니다. 당시 CJ ENM에 흡수합병됐던 문화창고는 같은 해 5월 스튜디오드래곤이 물적분할로 독립하면서, 스튜디오드래곤의 자회사로 편입됐습니다. 

2년전 세운 신설법인, 제2의 문화창고?
문화창고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갑니다. CJ ENM 인수 전인 2015년 당시 문화창고는 349억원의 매출 및 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1년 만인 2016년의 경우, 427억원의 매출과 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전지현'의 인지도와 CJ ENM의 브랜드파워가 더해지며, 한국을 넘어 글로벌시장에서도 입지를 굳힐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문화창고의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인해 발생한 중국과의 갈등이 변수가 된 것인데요. 당시 중국정부는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시행해 한류 콘텐츠 확산을 막았고,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직격타를 맞게 됩니다.

▲ (표=블로터)
▲ (표=블로터)
문화창고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중국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문화창고는 한한령 시행 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게 됩니다. 실제로 2018년 문화창고는 5.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하는데요. 이듬해인 2019년 들어 문화창고의 영업손실폭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고,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0억원대 규모로 줄었습니다. 

이런 위기감 때문이었을까요. 김선정 문화창고 대표는 2020년 6월 '이음해시태그'(I EUM HASHTAG)라는 새 회사를 설립합니다. 당시 이음해시태그는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통신판매업 △전시기획업 △부동산임대업 △광고서비스업 등 매니지먼트와 관계없는 사업목적을 추가해 관심이 높았죠. 특히 김선정 대표와 전지현 씨가 각각 5대5 비율로 투자한 것으로 밝혀져 두 사람이 뷰티사업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다만 이음해시태그의 변수는 'CJ ENM의 지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선정 대표와 전지현 씨가 개별 투자로 설립한 법인인 만큼 CJ ENM이나 스튜디오드래곤과의 연관성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음해시태그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의해 CJ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됩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배회사와 당해회사간 임원 겸밈 및 교류'라는 계열사 판단 기준에 속했기 때문이죠. 김선정 대표가 문화창고와 이음해시태그의 대표를 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선정 대표와 전지현 씨가 문화창고에서 나와 이음해시태그로 옮기기 위해 미리 법인을 만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음해시태그가 사업목적에 엔터테인먼트업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근거에 따라 관련 추측은 가설로 남게됩니다.

2년 여간 조용했던 이음해시태그는 지난 5월 다시 회자되기에 이릅니다. 전지현 씨가 문화창고와 맺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재계약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인데요. 문화창고가 2020년 들어 300억원대 매출을 회복하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전환된 만큼, 전지현 씨와 재계약을 쉽게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반면 김선정 대표와 전지현 씨가 이음해시태그에 새롭게 둥지를 틀며 CJ ENM과의 인연을 끝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죠. 

CJ ENM 입장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자회사로 재편한 문화창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김선정 대표와 전지현 씨를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상 CJ ENM 계열사 중 매니지먼트 관련 사업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곳이 문화창고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해 기준 문화창고 전체 매출 311억원 가운데 약 80%가 '소속 아티스트 서비스 매출'(약 248억원)인 점만 봐도 아티스트의 이탈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0년만해도 '드라마 제작 매출'(약 201억원)이 소속 아티스트 서비스 매출(약 154억원)보다 높았지만 1년 만에 역전현상이 발생했습니다.

▲ (표=블로터)
▲ (표=블로터)
그러나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김선정 대표와 전지현 씨를 떠나보내게 됩니다. 이는 지난달부터 나온 문화창고 공시와 법인 등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달 15일 문화창고는 '임원의 변동' 공시를 통해 김선정 대표가 사임하고, 김제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가 문화창고 대표직을 겸직한다고 알렸습니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김선정 대표는 지난달 1일 문화창고 대표직을 사임했습니다. 김선정 대표의 사임과 맞물린 이음해시태그의 움직임도 포착됐는데요. 이음해시태그는 지난달 1일 사업목적에 △엔터테인먼트업 △인터넷쇼핑몰 제작 및 유통업 △홈쇼핑판매업 등을 추가한 후 3일 뒤 변경 등기를 마쳤습니다. 

해당 법인등기에 기재된 이음해시태그 임원 명단에는 김선정 대표와 전지현(본명 왕지현) 씨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김선정 대표와 같은 날 퇴사한 배지운 문화창고 경영지원실 상무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전지현 씨의 이음해시태그 이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결정적으로 전지현 씨의 이적이 공식화된 것은 지난 2일 문화창고가 공시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채무인계 및 자산양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창고는 해당 공시에서 "매니지먼트계약관련 선급금, 선급비용·차량, 비품 등 86억5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이음해시태그에게 양도한다"고 밝혔습니다. '배우 이전에 따라 계약이관에 의거한 부채'(약 90억원)도 인계한다고 공시했죠. 문화창고 소속 아티스트가 전지현, 서지혜, 김소현, 윤지온 씨 뿐인 상황에서 '배우 이전'과 관련된 인물은 전지현 씨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블로터>에 "전지현 씨가 문화창고와 계약이 만료된 후 이음해시태그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관련 물품을 양도·이전하게 됐다"며 "문화창고 측과 전지현 씨는 공식적으로 정리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문화창고, 어떻게 활용될까
전지현 씨의 이탈은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아직 확정적으로 추정하긴 어렵지만, 문화창고의 매출 지표를 봤을 때 당분간 전지현 씨의 공백을 최소화 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화창고 전체 매출 가운데 소속 아티스트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전지현 씨의 이탈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네요. 

이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스튜디오드래곤의 종속기업은 △화앤담픽쳐스 △문화창고 △케이피제이 △지티스트 △Studio Dragon Investments, LLC △Studio Dragon Productions, LLC △Studio Dragon Productions, LLC 등 7곳입니다. 이 중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곳이 문화창고입니다. 스튜디오드래곤 입장에서 전지현 씨의 공백이 우려되는 지점이죠.

▲ (사진=CJ ENM)
▲ (사진=CJ ENM)
전지현 씨의 공백은 CJ ENM에게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단순히 자회사의 종속기업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넘어 '전지현'이라는 배우의 영향력을 잃게되니까요. 2016년 CJ ENM이 문화창고를 인수한 가장 큰 배경도 '전지현'이라는 브랜드파워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지현 씨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 일까요. 관련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지난달 27일 엠넷에서 방영한 'TMI 뉴스쇼'에 공개된 수치를 보면 여전히 전지현 씨의 브랜드파워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TMI 뉴스쇼에 따르면, 전지현 씨는 올 상반기만 22개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며 130억원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올렸습니다. 전지현 씨의 계약만료 시기가 지난 6월이었음을 감안하면 해당 수익은 문화창고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네요. 

전지현 씨가 빠져나간 문화창고의 역할론도 들여다볼 부분입니다. 문화창고의 주 사업은 '드라마 제작'과 '매니지먼트 사업'인데요. 박지은 작가를 영입하며 '별에서 온 그대'와 '사랑의 불시착' 등 인기 드라마를 제작했던 문화창고이지만, 지난해의 경우 제작한 작품이 거의 없었고 아티스트 매출 의존도만 높아졌습니다. 특히 스튜디오드래곤과 지티스트의 OTT 관련 콘텐츠 제작 비중이 커진 데다, 지난 4월 'CJ ENM 스튜디오스'까지 설립되면서 문화창고의 존재감은 한층 낮아질 전망입니다. 

문화창고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요.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결정에 따라 '흡수합병'을 비롯한 계열사 재편이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요. 변곡점을 맞은 문화창고의 하반기 행보에 따라 CJ ENM의 엔터테인먼트 사업계획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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