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IT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진단하고 인재상을 소개합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라고 하면 통신 장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 사업에 대해서는 시스코와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이나 시스코 경쟁사의 직원이 아니라면 알기 어렵습니다. 시스코의 사업 대상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스코는 통신 장비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 서비스는 이미 많은 이용자가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쓰고 있죠. 시스코의 사업 전략을 살펴보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흐름을 이해하고 글로벌 기업의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들에게도 기업을 파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시스코의 창업자는 1984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컴퓨터공학 연구원이었던 렌 보삭과 샌디 러너 부부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시스코의 첫 사업 아이템은 초기 라우터와 스위치 등의 통신 장비였습니다. 일찌감치 통신 장비 시장을 개척한 셈이죠. 이후 인터넷이 발달하고 기업들의 전산 시스템 구축 수요가 늘어나며 시스코는 통신 장비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됩니다.
통신 장비는 결국 기업과 기업,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죠. 시스코는 '연결'이라는 가치에 방점을 두고 하드웨어(HW) 중심의 통신 장비에서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회사의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하드웨어는 기업들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초기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납니다. 이후에 어느 정도 인프라가 갖춰진 후에는 유지보수 외에는 추가적인 수요가 초기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 기반의 네트워크 인프라 위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종류와 수는 무궁무진합니다.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은 먹거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겠죠. 시스코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 배경입니다. 초기 네트워크 인프라와 PC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각종 유틸리티와 게임, 콘텐츠까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모한 글로벌 ICT 업계의 흐름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최근 랜섬웨어를 비롯한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이 기승을 부리면서 보안은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가 됐습니다. 시스코도 이점에 착안, 보안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접근 방식인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보안 접근 서비스 엣지(SASE)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 '엄브렐라’(Umbrella)' △다중 인증 솔루션 '듀오(Duo)' 등 입니다. 이 서비스들은 네트워크·클라우드·협업 등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각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보안 솔루션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원격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협업툴도 기업들에게 필수 요소가 됐죠. 시스코는 협업툴 '웹엑스'를 내세워 기업들의 원활한 원격근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1년 증강현실(AR)을 접목한 웹엑스 홀로그램을 출시하며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AR을 통해 이용자가 원격 협업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이 기능은 한국의 출시 여부는 미정입니다. 웹엑스는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의 '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등과 협업툴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네이버웍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워크', 토스랩의 '잔디' 등도 협업툴 시장의 경쟁자로 꼽힙니다.
클라우드도 시스코의 주요 사업 중 하나입니다. 시스코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나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아니죠. 하지만 CSP 및 MSP와 협력하는 것이 시스코의 클라우드 사업 모델입니다. 가령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주요 CSP의 기업 고객에게 시스코의 기업용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MSP는 메가존클라우드와의 협업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양사는 시스코의 클라우드 기반 IT 솔루션 '시스코 머라키'를 메가존클라우드의 '스마트웍스 서비스'를 통해 기업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입니다. 시스코는 CSP와 MSP를 통해 기업 고객들에게 자사의 솔루션을 공급하며 판로를 넓힐 수 있습니다. CSP와 MSP 입장에서는 기업 고객에게 클라우드 서비스와 함께 시스코의 SaaS나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며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겠죠.
시스코는 이러한 사업 다각화에 힘입어 회계연도 2021년(2020년 8월~2021년 7월) 기준 연간 매출 498억달러(약 6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사업을 하는 국가도 확대한 결과 전세계 95개국의 400여개 오피스에서 약 8만10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약 2.5%에 불과한 것은 높은 매출원가와 마케팅비(판매비·관리비)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시스코코리아는 본사로부터 상품을 수입해 국내 고객에게 재판매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품을 구매해 다시 판매하는 구조이다보니 매출원가가 고정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겠죠. 회사의 회계연도 2021년 기준 매출원가는 3726억원입니다.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마케팅비용도 늘었습니다. 감사보고서의 마케팅비에 해당되는 항목인 판매비와관리비는 750억원입니다. 전년(683억원)에 비해 67억원 증가했습니다. 이렇다보니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마케팅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의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회사는 국내 주요 ICT 기업과 적극 협력하며 사업을 확대하며 이익률 개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시스코의 CDA(Country Digital Acceleration)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시스코가 각 국가의 정부 및 기업과 손잡고 기술·산업·사회 전반의 기술력 강화와 디지털화에 기여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시스코코리아는 CDA 프로그램을 통해 포스코ICT,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했습니다. 포스코ICT의 산업 보안 솔루션 '포쉴드'와 시스코의 네트워크 분석 및 위협 대응 솔루션 '시큐어 네트워크 애널리틱스'(구 스텔스와치) 솔루션을 결합해 스마트팩토리용 보안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포쉴드는 제어 명령의 이상 탐지를, 시큐어 네트워크 애널리틱스는 네트워크 장비의 비정상 트래픽을 감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와는 기업 고객의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구축을 지원합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인프라 및 사무 솔루션도 함께 개발하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광운대학교에는 B2B 혁신센터를 설치하고 기업들이 5G 기반의 B2B 네트워크 솔루션 개발과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구성원을 배려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서로 협력할 줄 아는 사람이 시스코의 인재상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