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기흥 R&D센터 기공식에 참석했다.(사진=삼성전자)
▲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기흥 R&D센터 기공식에 참석했다.(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초 유럽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의 인수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이 매물로 나와 있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 영국을 들러 ARM의 인수전 참전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달 중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대통령 특사로 영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인사를 만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시장은 엑스포가 아닌 삼성전자의 빅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별도 기준 16조원, 연결 기준 125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빅딜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10조원에 인수한 이후 M&A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의 복권과 함께 삼성전자가 빅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ARM은 삼성전자의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한 곳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CPU와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AP칩 설계의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퀄컴 등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자사의 반도체칩을 생산한다. 특히 ARM의 AP 시장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패리스라 불릴 정도로 업계에서 중요도가 상당하다.

엔비디아는 2020년 ARM 인수를 추진했는데 독과점을 우려한 경쟁사와 주요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400억달러(약 55조원)를 투입해 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ARM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다.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이 무산되자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업공개를 통해 기업가치를 500~600억달러(68~82조원)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ARM이 상장할 경우 인수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인수가격이 더욱 올라갈 경우 인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ARM 인수에 관심이 있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ARM의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한 곳이다. ARM을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최상위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ARM IP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를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ARM의 인수 효과와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량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연결 기준 125조2651억원에 달한다. 10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종속기업 등에 고루 분포돼 있다. 삼성전자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16조1833억원이다. 보유 현금을 모두 M&A에 쓸 수 없는 만큼 삼성전자는 재무적 투자자(FI) 또는 공동 인수 후보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IT 전문지 CRN 등 해외 언론은 삼성전자와 인텔이 ARM 공동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조사 업체 엔드포인트테크놀로지어소시에이츠는 지난달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ARM 공동 투자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인텔 모두 ARM 인수로 상당한 인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들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공동 인수를 통해 인수 부담을 낮추는 한편 인수 효과는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반독점 규제를 통과하려면 삼성전자의 단독 인수보다 공동 인수가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ARM 인수 여부는 윤곽이 잡힐 것"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과 NXP 등이 삼성전자의 인수 후보로 거론됐는데,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ARM이 더욱 가치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초 ARM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 부회장은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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