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에이수스(ASUS) 노트북 제품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며 주목받고 있다. 초기 저가형 모델 중심의 보급 전략에서 다양한 수요층을 노려 확대한 라인업이 기업·교육, 일반 소비자용 시장에서 두루 선전한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해외와 비교해 저조했던 국내 브랜드 인지도 또한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 2022년 2분기, 상반기 에이수스 국내 노트북 판매 성과. (자료=에이수스, IDC)
▲ 2022년 2분기, 상반기 에이수스 국내 노트북 판매 성과. (자료=에이수스, IDC)

지난 5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2022년 2분기 국내 노트북 시장조사에서 에이수스는 전체 시장 점유율 22.7%로 2위를 기록했다. 기존에 2위였던 LG전자를 6%p 앞선 결과다. 1·2분기 합산 상반기 커머셜(기업용) 노트북 시장에서는 31만2851대를 판매, 삼성전자를 근소한 차이(5778대) 차이로 앞서 1위를 달성했다. 전통적으로 국산 브랜드 점유율이 높은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외산 브랜드가 양강(삼성전자·LG전자) 구도를 깨고 1, 2위를 차지한 건 이례적이다.

에이수스는 대만의 종합 컴퓨팅 기기 제조사다. 글로벌 시장에선 PC의 필수 부품인 메인보드 핵심 제조사로 유명하다. 게이밍 노트북군에서는 'ROG' 브랜드를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20년 글로벌 점유율 1위) 앞서 국내에서도 외산 게이밍 노트북 부문에선 선전했다. 다만 소규모 특수 시장인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 에이수스 게이밍 노트북 'ROG Strix SCAR 17 (2022) G733' (자료=에이수스 홈페이지)
▲ 에이수스 게이밍 노트북 'ROG Strix SCAR 17 (2022) G733' (자료=에이수스 홈페이지)

낮은 인지도는 웃음으로 승화…글로벌 인식, 한국에도 심는다
에이수스 코리아는 2020년 커머셜 사업부를 새로 꾸렸다. 이후 국산 제품 대비 높은 가성비와 약점인 사후서비스(AS)를 보완하는 프리미엄 케어를 무기로 전국의 학교·지자체·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결과는 사업부 설립 2년만에 국내 커머셜 노트북 상반기 판매량 1위 달성. 특히 올해 1분기 경상남도교육청과 교육용 노트북 3종 28만대 보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국산 제품 선호도가 높고 보수적인 공공 부문에서 외산 브랜드로서 달성한 또 하나의 이정표로 평가된다.

보다 대중적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인식 제고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수스는 지난해 11월 구독자 330만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장삐쭈'와 손잡고 자사 노트북을 소재로 한 광고 콘텐츠를 제작했다. 스토리는 애플 맥북이 '카페 입장권' 취급 받는 사회에서 에이수스 노트북 사용자가 받는 차별 대우로 시작한다. 말미에는 브랜드 재평가 장면으로 이어지지만, 이처럼 낮은 인지도를 스스로 활용하는 '자학개그'는 대기업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 장삐쭈 콘텐츠 '노트북' 中, 주인공이 에이수스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서 주문하자 직원은 난색을 표하고 친구가 부끄러워하는 장면이다. (자료=장삐쭈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장삐쭈 콘텐츠 '노트북' 中, 주인공이 에이수스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서 주문하자 직원은 난색을 표하고 친구가 부끄러워하는 장면이다. (자료=장삐쭈 유튜브 채널 갈무리)

그럼에도 에이수스가 장삐쭈와 이런 풍자 콘텐츠를 제작한 배경에는 한국 내에서의 각박한 브랜드 평가를 바꾸겠단 의지가 담겨 있다. 영상도 누적 조회수 230만회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에이수스 관계자는 "해당 콘텐츠는 '밈'으로 활용될 만큼 파급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만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들에겐 한국으로 비유할 때 마치 삼성전자가 타국에서 샤오미와 같은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 재밌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영상 게시 후 오히려 국내 에이수스 사용자들로부터 옹호와 격려를 받는 등 달라지기 시작한 브랜드 인식을 체감한 계기였다"며 "에이수스도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 풀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세컨드 스크린, 폴더블…차세대 폼팩터로 기술력 과시
실제로 에이수스는 최근 한국에서의 이미지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게이머를 제외한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선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노트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해외에서는 가성비가 에이수스 노트북을 상징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에이수스 제품이 저렴한 게 아니다. 그보단 한국 경쟁사들이 각종 프리미엄을 붙여 비싸게 판매한 것에 대한 상대적 이미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에이수스 측도 자사 제품의 가성비보다 기술력을 강조한다. 최근 한국에 출시 중인 제품들도 저가형 모델에서 여러 기술력이 집약된 고가,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그중 '젠북 14 프로 듀오'는 창작자(크리에이터)를 타깃으로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세컨드 스크린을 추가한 폼팩터로 관심을 모은 제품이다. '비보북' 시리즈는 OLED 탑재 노트북 수요 증가 트렌드를 겨냥해 판매량이 늘었다. 비즈니스용에서는 14인이 880g 초경량 노트북 엑스퍼트B9이 인기이며, 이는 모두 100만원 이상의 고가형 노트북이다. 이밖에도 에이수스는 올해 CES와 IFA 글로벌 행사에서 17인치 폴더블 노트북(태블릿·랩톱 겸용) '젠북 폴드 17'과 같은 차세대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 세컨드 스크린을 탑재한 에이수스 젠북 14 프로 듀오 OLED 모델. (사진=에이수스)
▲ 세컨드 스크린을 탑재한 에이수스 젠북 14 프로 듀오 OLED 모델. (사진=에이수스)

다만 에이수스가 향후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국산 업체들을 앞서려면 AS 품질 고도화가 필수다. 국산 브랜드 대비 적은 AS 센터 수와 불편한 서비스 절차는 대부분 외산 브랜드가 보이는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에이수스도 최근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AS 접근성 및 서비스 품질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용산의 로얄클럽 1곳이었던 직영 서비스센터 수는 현재 TG삼보와 손잡고 전국 34곳으로 늘었다.

물론 아직 국산 브랜드와 직접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대신 여기에 '프리미엄 케어' 상품을 출시해 기업과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전국 익일출장, 부품 우선제공, 전문가 상담 등 서비스를 시작, 격차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올해 경남교육청과 계약 체결 이후엔 해당 지역에 직할 서비스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4분기에는 국내외 게이밍 노트북 시장 입지 굳히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에이수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초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축구선수 손흥민이 에이수스와 ROG 브랜드 홍보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영국 현지에서 촬영된 광고는 올해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 기간에 맞춰 신제품과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