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이 LG그룹에서 분가한 지 500일이 지났다. 구본준 고문은 LG그룹의 반도체, 건자재, 종합상사, 운송업 등 일부 사업을 떼 LX그룹을 세웠다. 이중 반도체를 맡는 LX세미콘은 그룹의 '코어' 계열사이다. 그룹의 미래를 이끌 핵심 계열사라는 분석도 있다. '홀로서기'에 성공한 LX그룹에 있어 반도체 사업은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들여다 봤다. 

▲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X홀딩스)
▲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X홀딩스)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는 역량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속도감 있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구본준 LX그룹 회장의 2022년 신년사)

LG그룹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마친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미래 판짜기에 분주하다. 구 회장은 LG그룹 시절부터 애착을 가졌던 반도체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검토하고 있다. 향후 LX세미콘을 종합 반도체 회사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구 회장은 지난해 LG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해 LX그룹을 세웠다. LX그룹은 LX홀딩스를 중심으로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등 5개의 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구 회장은 독립 출범한 LX그룹의 외형을 확장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그룹 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LX인터내셔널은 수십 년간 무역업을 운영해왔던 만큼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000억~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지난해에는 자원 가격과 해운 운임 상승 등 효과로 65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최근 LX인터내셔널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하며 업계 1위 KCC글라스를 추격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몸집을 불리고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물류업이나 건축자재 사업이 미래에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또 다른 계열사 LX MMA는 일본 스미모토화학공업·일본촉매와의 합작사인데, 사업을 확장하는데 제한이 있다.

결국 LX그룹 계열사의 포트폴리오에서 성장이 유력시되는 사업은 반도체뿐이다. LX그룹도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해 267억원을 투자해 텔레칩스 지분 10.93%를 확보하고, 지난 5월 매그나칩반도체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펜트업 수요로 인해 IT 제품 수요가 늘면서, LX세미콘은 LX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LX세미콘의 매출은 1조8989억원으로 전년 대비 63.4%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96억원으로 292.3% 급증했다.

LX그룹은 LX세미콘의 몸집을 키워 종합반도체(IDM)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LX세미콘이 지난해 지분 투자한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사업을 운영한다. LX세미콘은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설계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양사의 포트폴리오가 다른 만큼 향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LX세미콘은 지난 5월 매그나칩반도체의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과거 SK하이닉스에서 분사된 기업으로, DDI와 차량용 전력 반도체의 설계·생산을 하고있다. LX세미콘과 사업 영역이 유사하며, 인수가 성사될 경우 LX세미콘은 전력 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다만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매그나칩반도체의 인수가는 부담이다. 상반기 연결기준 LX세미콘의 현금성 자산은 4727억원이다. 인수를 위해서는 1조원 가량의 대규모 차입이 필요하다. 현재 LX세미콘은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적절한 인수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구 회장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구 회장은 1997년 LG반도체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1998년 현대그룹에 반도체 사업을 강제로 넘기는 과정을 함께 한 마지막 대표다. 특히 구 회장은 LX세미콘 양재 캠퍼스에 별도 집무실을 꾸려 출근할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회장은 LG그룹에 일할 때부터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며 "LX그룹으로 분가하면서 반도체를 이전과 확 다르게 키우겠다는 포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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