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넘버스팀>이 알면 좋을 스타트업·혁신기업 생태계 정보를 소개합니다.  

▲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 (사진=마켓보로)
▲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 (사진=마켓보로)

B2B(기업 간 거래) 식자재 유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해당 시장의 산업화를 이루려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마켓보로’입니다. 임사성 대표와 만났는데요. 식당에서 맛있게 먹기만 했던 저는 알 수 없었던 식자재 유통시장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01.
대기업보다 ‘마켓보로’가
잘할 수 있는 이유

현재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대기업 계열 유통사의 시장 점유율은 10% 내외라고 하는데요. 시장 플레이어의 절대 다수는 중·소규모 영세 유통사들이라고 합니다. 대기업 계열 식자재 유통사로는 CJ프레시웨이·아워홈·대상·삼성웰스토리 등이 있죠. 그런데 이들이 점유율을 확대하기 힘들다고 하네요. 왜 그런 걸까요?

“식자재 유통시장 자체가 그 특성상 지역을 기반으로 해요. 필요한 것들을 바로바로 다음 날 배달해주죠. 그리고 식당이 100곳이 있다면 니즈가 다 달라요. 예를 들어 ‘양파’하나도 누구는 상(上)품을 달라 누구는 하(下)품을 달라, 누구는 중국산을 달라 누구는 국산을 달라. 국산 중에서도 특정 지역을 꼽기도 하고요. 이때 유통사와 식당은 서로 적절히 맞춰가면서 비즈니스를 하는데요. 대기업은 그걸 맞춰줄 수가 없죠.”

대기업은 식자재를 싸게 사서 전국 물류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즉 물류 산업적 성격이 크기 때문입니다. 식당 각각의 요구를 다 맞추기 쉽지 않죠. 일반적으로 대기업 계열 유통사들이 어느 정도 정형화돼 있는 프랜차이즈나 급식시설 등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절대 다수의 중·소규모 영세 유통사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 곳이 마켓보로입니다.

02.
식자재 유통시장에 있었던 ‘문제’

무슨 서비스를 만든 걸까요? 일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임 대표는 2004년부터 계속 창업을 했는데요. 개발자였습니다. O2O(Online to Offline,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 서비스 외주 개발도 진행했죠. 유통시장 쪽 고객사들도 있었습니다. 결제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맹점이 될 식당도 찾아다녔죠.

“그런데 식당 입장에선 그런 게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딱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죠. 하나는 알바를 어떻게 쉽게 구하는지, 그 다음으로 식자재를 좀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그 가운데 후자를 (사업모델로) 선택하게 됐어요. 사실 대학에 가기 전 식당을 운영한 적 있습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나 모두 스마트폰을 쓰는 세상이 됐는데, 식자재를 구입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았단 걸 깨달았죠.”

일반 식당들은 어떻게 식자재를 사고 있었던 걸까요? 일단 옆집에 물어보거나 시장에 간다. → 우리 식당에 맞는 유통사(혹은 도매사)를 찾아 협상을 한다. → 식자재 주문할 때는 전화나 카톡을 이용한다. → 장사가 잘 안 된 날엔 외상으로 식자재를 받는다.

유통사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새로운 고객이 왔는데 아직 믿을 수 없으니 마진을 높게 해 가격을 협상한다. -> 주문이 들어왔으니 수첩에 적는다. -> 오늘 납품한 곳들을 취합해 재고 체크를 하기 위해 수첩을 펼친다. -> 잠깐만, A식당한테 돈을 받았었나? B식당이랑은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됐으니 더 싸게 납품해줘 볼까?

하는 겁니다. 당연히 모든 식당과 유통사가 이런 건 아니고요.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기반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봤습니다. 즉 식자재 수발주, 상품·거래처 등의 관리가 전화·수기 등에 의존해온 것이 핵심인데요. 카드 결제가 안되거나, 현금만 받기도 했고요. 이로 인해 오주문·오배송·미수금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 식자재 유통시장 문제점. (사진=마켓보로)
▲ 식자재 유통시장 문제점. (사진=마켓보로)

그래서 일단 마켓보로가 내놓은 플랫폼이 ‘유통사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마켓봄’인데요.

03.
‘마켓봄’은 뭘 해결해줄까

사실 대기업은 식자재 유통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고요.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유통사 또한 수기가 아닌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긴 했습니다. 엑셀을 쓰기도 하고요.

“ERP가 2000년대 초반 많이 만들어졌는데요. 그때 만들어진 걸 계속 쓰고 있는 거죠. 또 이게 다 설치형 프로그램이다보니 여러 직원이 주문을 받으면 각자의 ERP에 그걸 입력을 하는 겁니다. 결국 다시 취합해야 해요.”

그래서 식자재 주문부터 유통 관리까지 디지털화해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형태의 서비스로 내놓은 것이 마켓봄입니다. 모바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유통사가 거래처인 식당·도매사를 대상으로 각각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발급해 전용 페이지로 접속하도록 하고 있죠. 유통사 입장에선 업무 효율이 엄청나게 좋아진 셈인데요.

▲ 마켓봄 SaaS 서비스. (사진=마켓봄)
▲ 마켓봄 SaaS 서비스. (사진=마켓봄)

04.
‘가격’이 좌우하지 않는
식자재 유통시장

잠깐 앞서 설명한 것들 가운데 유통사와 식당 간 가격 협상이 이뤄진다는 점, 유통사가 식당·도매사에 전용 아이디를 발급한다는 점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식자재 유통시장은 거래 정보 공개에 민감한 폐쇄적 시장입니다.

“이 식당이 이 유통사한테 식자재를 받는 이유가 이 유통사가 제일 싸게 팔아서 일까요? 아닙니다. 내가 필요한 걸 맞춰주기 때문이죠.”

예컨대 이런 겁니다. 케첩 하나를 쓰더라도 내가 쓰는 케첩이 있을 거고, 다른 데 없을 수 있거든요. 또 한 식당이 한 유통사에서 300가지 정도의 품목을 받고 있다면, 거기엔 그간 서로 맞춰 온 적정 마진이 붙어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를 좀 비싸게 납품했어도, 다른 한 가지를 좀 더 싸게 납품해주기도 했죠. 한 가지를 다른 유통사에서 좀 더 싸게 납품해준다고 해도 식당이 유통사를 쉽게 바꿀 수 없는 이유고요.

이처럼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유통사와 식당의 관계는 ‘신뢰’로 연결돼 있는데요. 앞서 신뢰 관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식당에게 유통사가 마진을 조금 높여 판매한다는 이야기가 이 때문입니다.

“전 그게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신비용’때문이라고 보는데요. 서로 그런 거죠. ‘물건 보내주세요 -> 돈부터 보내세요 -> 물건도 안 받았는데 어떻게 믿고 돈부터 보내나요’ 근데 또 유통사 입장에서도 식당이 망할까봐, 결제 안 해줄까봐 걱정하죠. 그래서 오래 거래하게 되면 점점 깎아주기도 하는 거고요.”

05.
‘식봄’이 등장한 이유?

그래서 마켓보로는 반대로 ‘식당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식봄’ 서비스도 내놨는데요. 식봄은 한마디로 식자재 오픈마켓입니다. 유통사가 식당을 상대로 자유롭게 식자재를 판매할 수 있게 했는데요. 식당 입장에서 유통사 상품을 비교할 수 있죠.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된 시장인 겁니다.

“식당에게 어쨌든 ‘지역’은 상수예요. 그런데 내 위치에 내 업종에 맞는 유통사를 찾는 게 검색으로 불가능하죠. 물론 식자재 쇼핑몰은 있지만요. 업체 자체를 고르고 내가 싼 업체를 선택하고 거리를 포함해 나에게 맞는 업체를 찾는 것.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식봄에 유통사들을 입점시켰습니다.”

지역이 상수인 이유를 좀 더 설명하면요. 식자재 유통시장은 원래부터 ‘로켓배송’, 즉 직배송이 기본입니다. 오늘 저녁까지 주문하면 내일 아침·점심 전에 가져다주는 거죠.

▲ (사진=식봄)
▲ (사진=식봄)

마켓봄을 통해 거래하고 있는 누적 유통사는 1만7000여곳, 누적 거래처(식당·가맹점)는 17만3000여곳입니다. 식봄의 경우 유통사가 300곳, 거래처가 3만곳 정도고요. 참고로 서비스 출시는 마켓봄 2016년, 식봄 2019년입니다.

직배송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입점할 수 있는 유통사에 한계가 있는 것도 있습니다. 또 작은 스타트업이다보니 서울·경기권만 일단 전략적으로 집중했던 점도 있고요. 국내에 있는 식자재 유통사 수는 총 2만5000개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SaaS 형태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한 건 마켓보로가 처음이고요.

06.
마켓보로의 목표?
‘최적의 경로’ 제공

마켓보로는 불필요한 유통 단계, 높은 유통 마진 문제 등도 해결하려 합니다.

“유통 뒷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리해서 그려보고 있는데요. 각각이 어디랑 얼만큼 거래하고 있는지 다 알 수 있죠. 정말 가격이 다가 아닙니다. 보다보면 불필요한 단계들도 많이 보여요. 이런 데이터를 다 수집해서 결국 식당에게 이 업체랑 거래하면 더 합리적으로 살 수 있어요, 유통사에게 이 도매사랑 거래하면 더 좋아요. 도매사랑 생산자에게도 마찬가지로요. 서로에게 가장 최적의 거래처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려 합니다.”

07.
마켓보로의 수익모델과
실적 그리고 목표 거래액

이를 위해선 당연히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하고 연결을 해야 되는데요. 데이터 및 AI(인공지능) 관련 조직을 이제 막 만들었습니다. 내년부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데요. 이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적의 경로 추천, 새로운 연결을 위한 추천 등의 서비스를 통해 실질적으로 식자재 유통시장 전반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하려고 하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확보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걸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유통사들이 어떤 상품을 얼마에 사와서 어떤 식당에 납품하는지 데이터를 다 수집하고 있고요. 예컨대 분당에 있는 한 분식점들이 오뚜기 사리를 많이 쓰는지 농심 사리를 많이 쓰는지 등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엔드유저(최종 사용자)인 식당들에 대한 데이터는 사실 대기업도 갖고 있지 못하거든요. 또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뿐 아니라 예측에도 활용할 수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배춧값이 오르고 있으니 식당들에게 미리 사놓는 게 좋다고 알려줄 수 있죠.”

마켓보로의 매출은 △1억원(2019년) △5억원(2020년) △10억원(2021년) 정도를 각각 기록했는데요. 영업손실은 △22억원(2019년) △44억원(2020년) △60억원(2021년)이었습니다.

▲ 마켓보로 실적 추이. (사진=공시시스템)
▲ 마켓보로 실적 추이. (사진=공시시스템)

현재 마켓보로의 수익은 마켓봄 SaaS 사용료와 식봄 판매 수수료로부터 나오고 있고요. SaaS 서비스는 사실 고객사를 모으기 위해 계속 무료로 제공하다, 지난해 중반부터 유료화했습니다.

“투자 받기 전에는 외주 프로젝트를 뛰면서 10명 미만의 소수 인원으로 버텼어요. 이후 투자를 받고 좀 나아졌는데요. 하지만 당분간은 계속 연구개발을 통해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겁니다. 데이터 매핑(데이터의 의미를 알 수 있게 수집한 데이터 간 관계를 파악해 보여주는 것)이 사실 큰 일이라 아직 투자를 많이 하려고 해요.”

지난해 총 거래액은 6300억원이었는데요. 올해는 2조5000억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외식 시장이 매년 4.5% 정도씩 지속적으로 성장할 거란 기대를 반영한 건데요. 식자재 유통시장의 성장은 외식 시장 성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내후년 목표 거래액은 6조원입니다. 여기에 담긴 의미가 있습니다. 뭘까요?

식자재 유통시장은 아직도 아날로그 운영방식으로 낙후돼 있습니다. 또 거래 정보 공개에 민감한 폐쇄적 시장이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자재 유통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가 나섰습니다. 마켓보로에 대한 더 많은 스토리를 <블로터의 투자 리터러시 플랫폼(넘버스)>에서 만나보세요.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