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CD 판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인해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이 어둡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 또한 올해 하반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불황 돌파 해법으로 국내 LCD TV 패널 철수와 OLED 라인업 다각화를 내세웠다. 다만 재무부담에 설비투자가 줄어든 점은 향후 OLED 시장 경쟁에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1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매출 6조2882억원, 영업손실 51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9% 감소한 수치이며,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이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 배경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TV, 스마트폰 등 IT 기기의 수요 감소 영향이 손꼽힌다. 또 LCD 판가 하락의 영향도 컸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1273억달러(한화 181조7080억원)로 지난해 1571억달러(224조2445억원)보다 19.0% 감소할 전망이다. 이중 LCD는 지난해 1134억달러(161조8898억원)보다 27.8% 감소한 819억달러(116조9204억원)를 기록하며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일 전망이다.

LCD 판가도 지난 8월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8월 65형 TV 패널 평균 가격은 109달러로 전년(274달러) 대비 60% 감소했다. 75형 TV 패널은 218달러로 전년(399달러) 동기보다 절반 가량 하락했다. 

2023년 국내 LCD TV 생산 중단…IT용·하이엔드급으로 전환
LG디스플레이는 국내 유일한 LCD 패널 제조업체다. LCD 패널 매출 비중은 LG디스플레이의 전체 매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중국발 LCD 패널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LCD 사업의 업황은 악화되는 추세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하이엔드급 LCD 패널과 IT용 수요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KDIA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대형 LCD 시장 점유율은 2016년 28.9%에서 2021년 15.4%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소형 LCD 시장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19.0%에서 6.1%로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구미, 파주공장)와 중국(광저우)에서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중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파주 P7 공장은 약 15만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P7 공장의 캐파를 올해 하반기 6만장, 내년 상반기 3만장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LG디스플레이는 내년까지 국내에서 LCD TV 패널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서는 약 20만장의 LCD TV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이중 10%는 이미 IT용으로 전환했으며, 약 17만장은 커머셜이나 IT 등 경쟁우위에 있는 제품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LCD TV 패널 캐파는 내년 하반기까지 약 40% 줄어들 전망이다.

TV용 패널은 감산하지만, 차량에 사용되는 하이엔드 LCD 패널 생산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10인치 이상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OLED 포함) LG디스플레이는 19.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3년 내 시장점유율 30% 이상 확보가 목표다.

대형 OLED 사실상 독점…중소형 시장으로 확대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3년부터 일찍이 OLED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현재 대형 OLED TV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해부터 대형 OLED를 넘어 중소형 OLED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중형 OLED의 전체 출하량을 확대한다. 중형 OLED는 주로 노트북이나 게임 모니터 등에 사용되는데, 최근 고사양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OLED를 채택하는 완제품 회사들이 많아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이달 말부터 27인치 OLED 패널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시장 확대와 함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보다 조금 더 큰 40~50인치 OLED 패널도 생산한다. 특히 40인치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올해부터 42인치와 48인치 OLED 패널도 양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투명 OLED도 양산하고 있다. 기존 유리창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가 높고 가볍다. 사이니지, 건축, 디지털아트 등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향후 기차·지하철 등 모빌리티 산업으로 적용 확대가 목표다.

재무 부담에 설비투자 감소...中 기업과 경쟁서 뒤처질 수도
LG디스플레이는 2020년부터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황 악화로 인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으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설비투자 규모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올해부터 투자 기조를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는 “경상투자를 포함한 조정 가능한 투자는 규모 및 시점을 재점검하고, 집행속도를 조정할 계획”이라며 “올해 연간 설비투자는 감가상각비 수준으로 조정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부터 2019년까지 연간 7~8조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을 단행했다. 그러나 CAPEX는 2020년 2조6000억원으로 급격히 줄었으며, 지난해에는 3조2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는 감가상각비 상각범위 수준으로 집행된다.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가 설비 투자 규모를 축소하면서, 재무 건정성은 개선됐다. 2019년 말 부채비율은 184.9%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후 2020년 175.4%, 2021년 158.5% 등이다.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161.8%로 소폭 늘었다.

다만 CAPEX 투자를 축소하면서,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질지 우려된다. 특히 BOE,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OLED 패널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여서 향후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