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의 매출 1조원 달성이 목전에 이르렀다. 케이캡 성장세에 힘입어 이르면 내년 중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MSD 백신 공급 이슈 등 매출 감소 요인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K이노엔은 31일 연결재무제표기준영업(잠정)실적을 발표, 3분기 누적 매출 6302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5%(5604억원) 증가한 수치다.

HK이노엔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및 누적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모두 늘었다. 특히 2020년 4분기 이후 1년 9개월만에 두 자릿수 대 영업이익률을 달성, 수익성도 향상됐다.

HK이노엔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어난 이유로 수액제, 만성질환(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 등)치료제, 항생제 등 전문의약품의 고른 성장을 꼽았다. 또한 숙취해소제 신제품 컨디션스틱을 필두로 컨디션류(음료·환·젤리) 제품 판매가 급증했고, 히트제품(아이세럼스틱)을 앞세운 비건 화장품 브랜드 '비원츠', 탈모/두피관리브랜드 '스칼프메드' 모두 꾸준히 매출이 늘었다. 

매출 증가 요소만 보이는 '케이캡'…MSD 백신 공급 불안정성 '변수'
▲ HK이노엔 '케이캡정'(사진=HK이노엔)
▲ HK이노엔 '케이캡정'(사진=HK이노엔)

올해 HK이노엔의 매출이 성장하긴 했지만 연내에는 목표로 했던 1조원 매출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4분기 HK이노엔의 매출액은 2093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작년 수준 매출을 기록한다고 가정했을 시 올해 총 매출액은 9000억원을 하회한다.

다만 향후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는 많다. 우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의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HK이노엔에 따르면 케이캡은 원외처방실적 올해 3분기 누적액 92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18.1% 늘어난 수치다. 국내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케이캡을 처방한 금액 규모가 약 922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며, 원외처방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수치까지 더하면 케이캡 판매금액은 더 많을 수 있다.

HK이노엔은 아직 미개척지인 유지 요법 시장도 노리고 있다. 올해 7월 케이캡 저용량 정제(25mg)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아 내년 초 출시가 예정돼있다. 저용량 정제는 질환 치료 후 유지 요법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식약처는 케이캡 저용량 정제에 대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치료 완치 후 6개월간 복용하도록 허가를 내줬다.

이에 맞춰 HK이노엔은 케이캡에 대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제균치료(50mg)와 치료 후 유지요법(25mg)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 허가사항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6개월치 캐이켑 저용량 정제에 대해 환자 구매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이 경우 환자와 의사 모두 케이캡 선택에 거리낌이 없어져 매출의 급격한 증가가 기대된다.

케이캡은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필리핀(2022년 5월), 인도네시아(2022년 10월) 허가를 받은 이후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중남미와 동남아 시장에서의 케이캡 추가 허가 가능성도 크다.

HK이노엔은 캐이켑을 좀 더 많은 질환에 사용하기 위한 적응증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미란성식도염(EE)과 비미란성식도염(NERD) 치료 옵션을 획득하기 위해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적응증 확대에 성공하면 이 역시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HK이노엔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데 있어 큰 불확실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MSD 백신 공급의 불안정성은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HK이노엔은 작년부터 한국MSD 백신 7종(조스타박스, 가다실, 가다실9, 로타텍, 프로디악스-23, 엠엠알2, 박타)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HK이노엔이 판매를 시작하기 전 7종 백신의 국내 매출액은 약 1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HK이노엔은 7종 백신에 대한 매출액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작년 한 해 HK이노엔 전문의약품 매출액 중 기타로 분류된 매출 규모는 약 5102억원이었다. 7종 백신을 팔기 전 전문의약품 기타 분류 연매출 규모는 3291억원이었다. 1500억원은 백신 7종 판매 후 늘어난 1811억원의 연매출을 토대로 추산된 수치다.

문제는 백신이라는 분야 특성상 공급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신 품목에 따라 수 년이 걸리는 백신 생산 공정 일정을 감안한다면 내외부 요인으로 인해 백신 공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HK이노엔은 최근 대상포진 백신인 조스타박스와 A형 간염 백신인 박타 백신 품절을 안내한 바 있다. 공급 중단은 곧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