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올해 8월 공개한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4(왼쪽), 갤럭시Z 플립4.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삼성전자가 올해 8월 공개한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4(왼쪽), 갤럭시Z 플립4.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시장 점유율 1위 수성에 일조했던 중저가 시리즈가 최근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지난 3년간 상승세였던 삼성전자 MX(스마트폰·네트워크) 사업의 영업이익 감소도 예상되면서 폴더블폰 중심의 프리미엄 제품 시장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27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MX(스마트폰·네트워크) 부문 매출 32조2100억원, 영업이익 3조2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5% 감소했다. 4분기는 지난 3년간 4분기에 거둔 매출·영업이익 평균값을 기준으로 볼 때 연간 총매출은 전년보다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 데이터=삼성전자 실적.
▲ 데이터=삼성전자 실적.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총 3억1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장기화된 거시경제 불안 상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여파다. 이 중 지난 수년간 스마트폰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 현재도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400달러(약 57만원) 미만 중저가폰 판매량은 최근 3개월 사이 전년 동기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중저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판매량 기준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왕좌를 수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핵심 원동력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약 5180만대)' 타이틀을 획득한 모델도 삼성전자의 '갤럭시A13(한국 기준 29만7000원)'이다. 갤럭시 A 시리즈는 삼성전자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도 약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에선 갤럭시 S·Z 등 주로 프리미엄 제품군의 인기가 높다. 반면 유럽 및 경제 수준이 낮은 신흥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저가 제품인 갤럭시 A 시리즈의 수요가 높다. 삼성전자가 지난 2~3년 사이 갤럭시A 시리즈의 성능 고도화, 독자 언팩 행사 개최, 지속적인 후속작 출시에 힘을 실은 이유다.

하지만 중저가폰 시장이 축소되고, 해당 시장에서 강점을 지닌 중국 제조사들(샤오미, 오포, 비보 등)의 추격도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의 400달러 미만 스마트폰 8월 판매량 점유율은 지난 4개월 사이 5%p 감소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이 시기 갤럭시A 시리즈 판매량도 13% 줄었다. 또 앞서 2분기 필리핀 시장에서는 초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국 리얼미에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 최근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 모델 판매량은 줄고,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 판매량은 늘어나는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출처=카운터포인트 월간 스마트폰 판매량 트래커, 2022년 8월)
▲ 최근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저가 모델 판매량은 줄고,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 판매량은 늘어나는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출처=카운터포인트 월간 스마트폰 판매량 트래커, 2022년 8월)

대신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과 관련 제품군의 판매량 선전이 충격을 일부 상쇄한 모습이다. 올해 3분기 8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커졌다. 이 시장은 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Z 시리즈,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가 각축전을 벌이는 영역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스마트폰 판매량 트래커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에서 대부분의 제조사가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8% 증가한 3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8월에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폴드4 시리즈가 초기 판매에서 전작보다 흥행한 덕분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전체 시장 점유율의 최소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폴더블폰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 수성 및 이익 개선에 일조하는 효자 카테고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1000만대 판매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판매량을 넘어서고, 동시에 폴더블 시장에서의 초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의지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폴더블폰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는 지난 몇년 간 변화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판 받았지만, 견고하게 구축된 자체 생태계를 기반으로 시장에서는 꾸준한 성장이 이뤄지고 있었다. 올해 3분기 전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출하량이 증가(2%)한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를 지켰으나 출하량 감소는 피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차별화, 혁신을 상징하는 폴더블폰의 역할은 중요하다. 또다른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 S 시리즈도 판매량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업계는 애플이 자체 개발하는 하드웨어 칩(A 시리즈)과 독자 운영체제(iOS)를 기반으로 성능 및 생태계 측면에서 매년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본다. 

다만 차세대 폼팩터로 주목받고 있는 폴더블폰은 애플이 빨라야 2024년에야 출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시장 선점 효과를 강화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또 최근 애플 아이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대거 탈주하는 사태가 발생, 애플의 아이폰 판매 특수 기간인 4분기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4분기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삼성전자 입장에선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일부를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흡수해볼 수 있는 기회다. 

한편 가격이 핵심 경쟁력인 중저가폰 시장은 생산 원가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중국 제조사들과 경쟁해 가시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애플은 주로 고가의 프리미엄 아이폰 판매에만 집중해도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이은 2위, 평균판매단가(ASP)는 800~900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 중이다. 반면 중저가 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태블릿 ASP는 3분기 기준 282달러에 그쳤다. 최근 상황처럼 중저가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지속 감소하고,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지 않으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수익성 모두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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