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바람이 불면서 기존에 각광받던 타깃팅 광고보다 고객을 단골로 만들 수 있는 고객데이터플랫폼(CDP)이 뜨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웹로그 분석 노하우를 키워온 NHN은 2019년 '다이티(Dighty)'를 출시해 데이터 활용법부터 고객사들과 공유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국내 시장이 무르익기도 전 NHN은 영국을 거점으로 유럽 시장에 CDP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내년 쇼피파이와 구글애널리틱스 연동 등을 통해 '글로벌 데이터 테크 회사'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CDP의 중요성을 빠르게 알아차린 NHN은 2019년 '다이티' 브랜드를 출시, 2021년에는 광고플랫폼 사업과 분리해 NHN데이터를 설립했다. <블로터>는 내년 본격적으로 글로벌 공략을 앞둔 NHN데이터의 이진수 대표를 만나 '다이티'에 대한 설명과 향후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이진수 NHN데이터 대표. (사진=블로터)
▲ 이진수 NHN데이터 대표. (사진=블로터)
현재 광고 시장은 이용자 데이터를 제3자인 광고주가 이용해 고객을 모으고 성과를 측정하는 일명 '퍼포먼스 광고'가 자리잡은 상태다. 그러나 2020년부터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ATT)에서 고객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우선됐다. 웹브라우저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크롬'을 서비스하는 구글 또한 이용자 데이터의 공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점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타깃팅이 어려워지자 고객의 리텐션(잔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CDP가 주목받으며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DP는 '고객데이터플랫폼'이라는 말 그대로, 고객들의 모든 데이터를 통합해 준다. 다양한 소스와 채널을 통해 확보한 개별 고객 데이터를 결합해 종합적인 고객 데이터(싱글 고객 뷰)를 제공해 고객 구매 여정 전반에 걸친 개인화된 마케팅이 가능하다.

이진수 대표에 따르면 이커머스에서 상위 10%의 고객이 평균 매출의 44%를 내고 있는데, 이 VIP 고객들의 60% 수준이 매년 해당 플랫폼을 떠난다. 기업이 기존 고객을 꾸준히 붙잡아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필요한 데이터 수집부터 기업 맞춤별 솔루션까지
최근 떠오르고 있는 '그로스(growth, 성장) 마케팅'은 데이터에 기반해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인 모객과 구매 전환에 그치지 않고 고객 유지 및 충성도 확보까지 고객 라이프사이클의 전반을 관리한다는 의미다. 

CDP 또한 그로스 마케팅에 주효한 툴로, 2019년 NHN은 '글로벌 데이터 테크 회사'로서의 성장 방향성을 선언하고 다이티 브랜드를 출시했다. 지난해엔 광고 플랫폼과 분리한 NHN데이터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CDP 사업을 하고 있다. 

▲ 고객 구매 여정과 VIP 고객의 중요성. (사진=NHN데이터)
▲ 고객 구매 여정과 VIP 고객의 중요성. (사진=NHN데이터)
물론 세일즈포스나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부터 국내외 스타트업들도 CDP에 진출한 상태다. 그럼에도 NHN데이터는 그로스 기반의 CDP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NHN은 2001년 웹로그분석플랫폼 '에이스 카운터'를 출시한 바 있다. 이는 현재 글로벌로 널리 쓰이고 있는 '구글애널리스틱스(GA)'가 출시된 2005년 11월보다도 훨씬 앞선 것이다. 20년 넘게 데이터 수집과 활용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회사는 데이터 엔지니어링 및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등 데이터사이언스 측면에서 기술적으로 앞서있다는 설명이다.

이진수 대표는 "이벤트 푸시 알람과 같이 마케팅 자동화 툴은 많고, 또 고객사에 팔기도 쉽다. 그러나 비즈니스를 본질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통해서 가능하다"며 "광고 캠페인 자동화 툴로 출발했던 업체들도 CDP로 진출하다 보니 각 회사에서 필요한 업체를 선정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데이터 리터러시', 즉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NHN데이터는 좋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부터 공유하고 있다. 

회사는 에이스카운터를 통해 검증된 행태 데이터를 수집하는 한편, 최근 GA 컨설팅 서비스도 시작했다. 무료 서비스인 GA는 많은 기업에서 이용 중이나 스크립트 설치 및 설정이 까다로워 잘못된 데이터로 수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내 GA 데이터를 다이티에 연동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 다이티의 'AI 박스'는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해 기업의 성숙 단계를 보여주는 'DBTI'를 진단, 비즈니스 성장을 돕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진=NHN데이터)
▲ 다이티의 'AI 박스'는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해 기업의 성숙 단계를 보여주는 'DBTI'를 진단, 비즈니스 성장을 돕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진=NHN데이터)
다이티는 비즈니스 상황에 맞게 액션 플랜을 제시할 수도 있다. 다이티는 6개의 상품 라인업을 보유했으나, 이를 각 사업자가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이에 고안한 것이 비즈니스 단계를 고려한 일종의 기업 MBTI(성격유형검사), 'DBTI'다. 

다이티의 AI 박스는 매출 비중이나 고객의 재구매 주기, 충성도 등을 기반으로 고객의 비즈니스 특성을 36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특히 이 고객 세그먼트는 추정치가 아닌 실시간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어 AI가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맞춤 메시지를 전달해 반복 구매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그밖에 △조건에 맞는 오디언스를 빠르게 추출할 수 있는 '오디언스 매니저' △고객 특성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배너)를 노출하는 '캠페인 매니저' △데이터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리포트 서비스 'AI 딜리버리' 등의 기능도 있다.

"한국은 좁다" 영국JV→쇼피파이 연동으로 미주·유럽 소프트론칭
회사는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해뒀다. 2020년 방고와 함께 영국 주재의 조인트벤처(JV)인 뉴딥(NewDeep)을 설립해 CDP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진수 대표는 2019년 말 영국의 광고 회사와 미팅했던 것이 뉴딥 출범 계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회사가 이용 중인 솔루션의 경우 세그먼트 추출이 빨라야 4~5시간, 대개 그 다음 날 되는데 반해 실시간으로 가능한 NHN의 솔루션을 보고 교체를 했고, 그 인연으로 뉴딥을 출범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현재 뉴딥은 영국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영업 중이며, 향후 미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한국 시장은 아무래도 좁다보니 다이티 브랜드를 출시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조준했다"며 "해외 시장은 국내처럼 포털·미디어 채널 영향이 없어 공통적으로 적용이 가능하기도 하고, 나라별 특성이나 법체계를 천천히 학습해 향후 소프트론칭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뉴딥 설립 이유를 밝혔다.

▲ NHN데이터가 국내에서 고도화한 다이티와 더불어 영국 소재 '뉴딥'을 통해 유럽과 미주까지 공략한다고 밝혔다. (사진=NHN데이터)
▲ NHN데이터가 국내에서 고도화한 다이티와 더불어 영국 소재 '뉴딥'을 통해 유럽과 미주까지 공략한다고 밝혔다. (사진=NHN데이터)
아울러 다이티는 내년 하반기 캐나다에 본사를 둔 쇼피파이와의 연동도 계획 중이다. 회사는 지난 8월, 100만 스토어를 보유한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 연동을 시작한 바 있다. 현재 소규모 인원으로 일종의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이용자 인터뷰를 통해 다이티를 고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후 400만 스토어를 보유한 쇼피파이와의 연동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진수 대표는 "처음 다이티를 시작할 때 중간 규모의 기업들을 타깃으로 했는데, 한달에 구매자가 100명도 안되는 소규모 사업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놀랐다"며 "시장에서 가능한 많은 분들과 접점을 만들려고 노력해 2026년에는 글로벌 탑티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