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도움이 될 의미있는 공시를 소개·분석합니다.

공시분석
'시각특수효과(VFX) 및 콘텐츠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덱스터(DEXTER)'가 15일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정정 공시를 냈습니다. 이는 덱스터가 VFX를 공급하기로 한 영화 '원더랜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영화 '원더랜드' 제작 언제쯤?
이번 공시는 덱스터가 영화 '원더랜드'의 제작사인 '영화사 봄'과 지난달 10월 체결한 VFX 공급 일정 및 계약금액 변경에 대한 정정 공시입니다. 

우선 덱스터와 영화사 봄의 계약 사항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2020년 4월로 시간을 되돌려야 합니다. 2020년 4월 양사는 영화 '원더랜드'의 VFX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덱스터가 영화 '원더랜드'에 쓰이는 VFX를 담당하는 내용으로, 당시 계약 금액은 24억1300만원 규모였습니다. 계약기간의 경우 2020년 4월 29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로 약 1년에 달했는데요. 대부분의 영화에 VFX가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만큼 해당 공급 계약기간은 제작 종료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평가됩니다. 계약기간을 감안했을 때 영화 '원더랜드'는 '2021 라인업'이 유력해보였죠. 

▲ 2020년 영화사 봄과 덱스터가 최초로 맺었던 영화 '원더랜드' VFX 계약 공시.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 2020년 영화사 봄과 덱스터가 최초로 맺었던 영화 '원더랜드' VFX 계약 공시.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원더랜드에 대한 제작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덱스터의 VFX 계약도 미뤄지게 됩니다. 2020년 맺었던 원더랜드 VFX의 계약기간은 최초 공시했던 날로부터 약 11개월 만인 지난해 3월 29일, 정정 공시를 통해 새롭게 밝혀지는데요. 덱스터는 해당 정정 공시를 통해 "계약상대방인 영화사 봄과의 프로젝트 제작 일정에 관한 부속합의서 체결이 완료돼 계약 종료일이 변경됐다"고 밝힙니다. 

첫 계약 당시 2021년 3월 31일이었던 양사의 계약 종료일은 약 8개월 미뤄진 2021년 12월 31일로 결정되는데요. 배우 탕웨이, 공유, 배수지(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초호화 라인업과 '만추'를 연출했던 김태용 감독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원더랜드'는 결국 해를 넘긴 이듬해 개봉할 것으로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 역시 코로나19의 대유행 시기와 맞물린 것이 결정적이었는데요.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덱스터는 관련 계약과 연관된 신규 정정 공시를 통해 계약 기간 변경을 알렸는데요. 앞선 정정 공시에서 2021년 12월 31일로 명시됐던 VFX 공급 계약 종료일은 4개월 정도 밀린 이듬해 4월 14일로 수정됩니다. 

이후 잠잠했던 원더랜드 제작 소식은 올 들어 지난 9월 14일 공시된 덱스터의 VFX 계약 정정 공시를 통해 밝혀집니다. 덱스터는 해당 정정 공시를 통해 "영화 원더랜드 관련 VFX 공급 계약 금액이 25억3230만원으로 변경됐고, 계약 종료일의 경우 2022년 12월 14일로 바뀌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는 최초 공시한 계약 금액 대비 1억1930만원 증가한 수치이며, 계약 종료일은 약 1년 8개월 미뤄진 것인데요. 

약 한 달만인 지난달 10월 12일 덱스터는 또 한 차례의 정정 공시를 통해 VFX 공급이 미뤄질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해당 공시에서는 양사가 체결한 계약 금액은 지난 공시보다 1억7935만원 늘어난 27억1165만원으로 밝혀졌고, 관련 계약 종료일도 약 1개월 미뤄진 2023년 1월 14일이 됐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결국 원더랜드는 코로나19 여파와 개봉시기 및 제작상황에 따라 초기 계획 대비 2년 이상 개봉이 미뤄지게 됐습니다. 

▲ 15일 공시된 영화 '원더랜드' VFX 계약 관련 정정 공시 내용.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 15일 공시된 영화 '원더랜드' VFX 계약 관련 정정 공시 내용.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홈페이지 갈무리)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덱스터는 이 날 관련 정정 공시를 통해 "영화사 봄과 맺은 VFX 공급 관련 계약 금액이 28억5165만원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VFX 계약 종료일은 지난 공시에서 밝혔던 내년 1월 14일임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덱스터는 "(계약 금액 증가는) 해당 프로젝트의 추가 VFX 분량 수주로 계약 금액이 1억4000원 증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처럼 덱스터는 영화사 봄으로부터 원더랜드 VFX에 대한 수주를 맡은 지 2년 7개월 새 여섯 번이나 정정 공시를 냈는데요. 최근 공시에서 밝혔듯 추가 VFX 분량을 수주할 경우, 계약 금액과 계약 종료일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원더랜드 제작이 지연되거나 완성도 향상을 위한 추가 작업이 발생할 경우, 덱스터의 확정 계약 금액도 상승한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다만 제작사인 영화사 봄 측은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제작업계 전반에서 콘텐츠 제작이 지연된 상황에서 오히려 품질 향상을 위해 관계사들과 협의하고 조율한 끝에 일정이 변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사 봄 관계자는 <블로터>에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촬영 현장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며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부담이 따르고 있어서,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고충을 겪고 있었다"며 "개봉 일정의 기다림의 과정에서 오히려 작품 퀄리티를 올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많은 관계자들이 협의해 계약기간 및 VFX 파트를 추가하는 등 변화를 주게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덱스터, 어떤 기업?
VFX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카메라에 직접 담기 힘들 만큼 광활한 배경을 구현하는 등 시각적인 특수효과를 통칭해서 부르는 용어인데요. 국내에서는 덱스터, 위지윅스튜디오 등이 대표적인 VFX 기업으로 꼽힙니다.
 
덱스터는 지난 2011년 김용화 감독이 직접 설립한 VFX 전문기업인데요. 당시 김용화 감독이 영화 '미스터 고'에 활용할 고릴라를 구현하기 위해 설립했던 법인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신과 함께 △1987 △독전 △기생충 △아스달 연대기 △반도 △승리호 등 유명 영화 및 드라마의 시각 특수효과를 전담할 만큼 경쟁력을 키워나갔습니다. 

▲ (사진=덱스터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덱스터 홈페이지 갈무리)
그 만큼 덱스터가 영화·드라마 등 영상 제작 시장에 참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특히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콘텐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영상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VFX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어 덱스터와 손잡는 사례도 늘고 있죠. 실제로 덱스터는 지난 9일에도 클라이맥스스튜디오와 드라마 'A(가제)'의 제작 용역 제공 계약을 맺었는데요. 해당 계약 금액은 원더랜드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59억7524만원입니다. 

이를 통해 덱스터의 매출도 꾸준히 수직 상승하는 모습인데요. 별도 기준 2020년 241억원 수준의 매출을 거뒀던 덱스터스튜디오는 1년 만인 지난해 약 305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 3분기까지는 누적 약 20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올해는 VFX 제작 부문에서 수출(해외 작품) 비중이 17.78%를 기록하며 국내에 집중된 사업집중도가 분산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덱스터스튜디오를 비롯해 △라이브톤 △덱스터픽쳐스 △덱스터크레마 △네스트이엔티 △테이크어웨이 등의 종속회사를 합한 연결 기준으로는 적자폭이 더 커진 덱스터인데요. 과연 덱스터는 VFX 수주를 확대하고, 신사업 시너지를 통해 올해 적자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