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안에서 구현되는 '캐릭터'는 극의 집중도를 견인하는 필수 요소다. 특정 사건·내레이션(독백)·말투 등 극본에 의한 인물 설정을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지는데, 이런 설정의 대비차가 클 경우 호불호도 커지기 마련이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도 설정의 대비차가 큰 콘텐츠에 속한다.

우선 썸바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저마다 이질적인 대비가 혼재된 설정을 갖고 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에 등장하는 김섬(강해림 분).(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에 등장하는 김섬(강해림 분).(사진=넷플릭스)
주인공 '김섬(강해림 분)'의 경우 소외된 이들의 메시지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 챗봇 '썸원'을 개발하고 이를 발전시켜 데이팅앱 '썸바디'를 개발한 천재 개발자로 설정됐다. 김섬은 사랑의 오작교가 돼 주는 데이팅앱을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겪고 있는 김섬이 싸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설정도 상당히 이질적이다. 

특히 썸바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사랑'이라는 감성적 요소에 수식 값을 대입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김섬을 보여줌으로써 한층 선명한 이질적 대비를 드러낸다.
  

▲ 영기은(김수연 분)과 만난 성윤오(김영광 분). (사진=넷플릭스)
▲ 영기은(김수연 분)과 만난 성윤오(김영광 분). (사진=넷플릭스)
싸이코패스 살인마로 설정된 '성윤오(김영광 분)' 역시 극단의 성격이 혼재된 캐릭터로 평가할 수 있다. 성윤오는 쾌락을 미끼로 사람들을 유인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김섬에게 연민을 느끼며 궁극에는 사랑의 감정까지 갖는 인물로 그려진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서서히 위축돼 가는 그의 모습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싸이코패스의 특징은 서서히 옅어져 간다. 

▲ 무속인이자 영기은·김섬을 지켜주는 임목원(김용지 분). (사진=넷플릭스)
▲ 무속인이자 영기은·김섬을 지켜주는 임목원(김용지 분). (사진=넷플릭스)
임목원(김용지 분), 영기은(김수연 분), 사만다 정(최유하 분) 등 김섬과 성윤오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임목원의 경우 무속인으로 일할 땐 장군신과 접신해 신의 대리자 역할을 하면서도 평소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클러버의 삶을 즐긴다. 영기은은 몸이 불편해 범죄에 취약한 인물이면서도 사이버 수사대 소속 경찰로 일하며 끊임없이 범죄자의 뒤를 쫓는다. 썸바디를 서비스하는 스펙트럼의 대표인 사만다 정은 천재 개발자인 김섬의 능력에 질투를 느끼면서도 자신이 발굴한 김섬을 쟁취하기 위해 성윤오를 떼어놓으려 안간힘을 쓴다. 

썸바디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설정도 이질적인 대비적 구조와 맞물려 있다. 천재 개발자가 만든 데이팅앱 '썸바디'는 서로의 인연을 만나게 해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하는 동시에 조건만남, 살인 등 각종 범죄의 도구로 활용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허구의 이야기인 만큼 표현에 있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실제로 일부 데이팅앱을 통해 벌어지는 사회 문제가 비유적으로 담겼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리얼함까지 느껴진다. 이는 기술의 진화로 빠르고 편하게 목적을 성취할 수 있지만, 누가 활용하느냐에 따라 빛과 그림자로 나뉘는 사회적 현상에 기인한다.

▲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김섬(왼쪽, 강해림 분)과 싸이코패스 살인마 성윤오(김영광 분). (사진=넷플릭스)
▲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김섬(왼쪽, 강해림 분)과 싸이코패스 살인마 성윤오(김영광 분). (사진=넷플릭스)
이처럼 썸바디는 극단의 대비로 뭉쳐진 작품이다. 대중적인 소재로 보기 힘든 만큼 취향에 따라 호불호도 크게 갈린다. 이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21일 기준 '썸바디'는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에서 전일 대비 2계단 상승한 16위를 차지하는 등 서서히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과연 썸바디는 극단의 호불호를 이겨내고 순위 상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