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
▲ 제레미 위어 트라피구라 회장.

글로벌 '톱티어'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Trafigura)의 제레미 위어 회장이 25일 SK이노베이션의 최고경영층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의 핵심 경영층을 만나 니켈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주요 광물의 공급망(SCM)과 관련한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이날 제레미 위어 회장과 트라피구라 경영진이 서울 종로구 SK그룹 서린사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배터리와 수소 등 '그린 에너지'를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트라피구라와의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마련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제레미 위어 회장은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을 만나기 위해 극비리에 방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원유와 광물 분야에서 30년 동안 경력을 쌓은 후 2014년 트라피구라의 CEO로 임명됐으며 2018년 4월 회장으로 임명됐다.


트라피구라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하루 평균 6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거래한다. 트라피구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니켈과 코발트를 유통하는 회사이다. 글로벌 광물 업체와 니켈과 코발트, 리튬을 거래하고 있어 배터리 및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이다.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되면 미국의 배터리 및 양극재 제조사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광물을 수입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니켈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과 FTA를 체결하고 있지 않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전지업체는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향후 IRA에 따라 인도네시아산 니켈을 배터리 생산에 쓰지 못할 수 있다. 때문에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의 공급망을 IRA에 맞게 충족하는 게 향후 과제이다.

현대자동차가 배터리용 광물 원산지 조건에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국도 포함하는 방안으로 미국과 재협상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트라피구라를 활용할 경우 IRA의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라피구라 회장이 직접 한국에 방문하는 등 국내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고려아연과 니켈 제련 합작사업을 협력하기로 사업 제휴를 맺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거래 방식으로 트라피구라에서 202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고려아연은 트라피구라에서 니켈 등을 안정적으로 조달받고, 니켈 제련 합작사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부는 캡티브인 한국전구체(LG화학과 합작사)에 조달하고, 논캡티브를 상대로 영업에 나설 전망이다.

SK그룹과 트라피구라는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SK온이 배터리 생산량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공급망(SCM)을 안정화할 수 있다. 트라피구라는 LNG(액화천연가스)와 원유 등을 트레이딩하고 있어 SK E&S와 SK이노베이션과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제레미 위어 회장 방한을 계기로 SK그룹과 트라피구라의 협력 모델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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