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18일 스마일게이트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2'를 계기로 인디게임 80여종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팝업 빌딩에서 모였다. 이용자들의 반응 역시 상당히 뜨거웠는데, 주최 측인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주말 한파를 뚫고 현장을 찾은 이용자들은 약 8000명으로 집계됐다. 모두 개발 중인 인디게임을 눈으로 직접 보고 플레이해보기 위한 사람들이다.
특히 부스에서는 각 개발사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인디게임 업계에서 서로를 독려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블로터>는 지난 16일과 17일 버닝비버 2022 현장을 찾아 인디게임 7종 △플로우 오브 사운드 △라핀 △해태: 가디언즈 △피그로맨스 △문경새재 △도롱뇽이 스노보드를? △비포 더 나이트를 플레이해보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공을 목적지에 도달시킨다는 간단한 목표지만 공들이 서로 부딪히면 뭉쳐버리는 방해 요소나 네온빛으로 빛나는 공의 색감, 타이틀에 명시돼 있듯 음악적 요소가 게임의 다양성을 더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자체의 난이도도 있는 편이며 막대기의 조작법을 익히는 것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요소가 된다.
현장에 있던 모닝버드 스튜디오 CDN 관계자는 <블로터>에 "현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보고 있다"며 "난이도, 음악 등 면에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내년 론칭 목표 때까지 조정을 거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플로우 오브 사운드 부스에는 많은 이용자이 방문해 대기줄까지 생기는 곳이었다. 기자가 게임 체험을 위해 들를 때마다 이용자들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부스 앞에 부착된 신기록 경신 안내문이 이용자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한 것으로 보여졌다. 16일에 이어 다음날인 17일 부스를 다시 방문했을 때는 또 다른 신기록 달성 문구가 추가돼 있었다.
모닝버드 스튜디오 CDN에 따르면 버닝비버 출품 버전은 15개 스테이지로 구성돼 있는 가운데, 페스티벌 기간 이용자가 달성한 최고 기록은 14스테이지였다. 작은 대회 형식으로 부스를 꾸린 덕분인지 플로우 오브 사운드는 버닝비버 피처드에 선정됐다.
또 점프 등 간단한 조작으로도 벽타기, 기구 움직이기 등 다양한 맵 활용이 가능해 난이도도 적절했다.
이동, 회피, 공격, 스킬 사용 등 조작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전체적인 게임의 난이도는 높게 느껴졌다. 지팡이게임즈 관계자는 <블로터>에 "이용자들에게 난이도가 높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며 "개발 과정에서도 난이도에 대한 크다. 이번 버닝비버 피드백을 기초로 난이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페스티벌 이튿날인 17일 오전 해태: 가디언즈 부스를 다시 찾았을 때는 난이도가 전날에 비해 한 번 더 조정돼 있었다. 지팡이게임즈 관계자에 따르면 세자가 풀숲을 배회하는 좀비들을 피해 풀, 바위에 몸을 숨겨 지역을 벗어나는 부분에서 난이도가 하향됐다. 하지만 버닝비버 출품 버전에서 대형 도깨비와 작은 두 도깨비와 싸워 3분을 버티는 엔드 콘텐츠는 난이도가 다소 높아 어려운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지팡이게임즈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선보인 게임은 개발 중인 전체 게임의 '인트로' 부분으로, 본 내용에서는 세자가 여러 마을에서 싸우는 스토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마을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해태 외에도 한국적인 요소가 다소 포함됐다. 지팡이게임즈는 게임 시연 후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피드백도 진행했다. 지팡이게임즈는 내년 상반기 얼리 엑세스 형태로 선보인다는 목표로 해태: 가디언즈를 개발 중이다.
지팡이게임즈 관계자는 "최근 인디게임 업계에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등 한국적 게임이 많이 나온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해태: 가디언즈는 3D 탑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차별화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피그로맨스는 특히 '밀당(밀고당기기)' 조절에 잘 된 게임인 듯 했다. 난이도가 높은 부분에서 고민하며 느리게 플레이 시간이 급격하게 느려지며 흥미를 잃어갈 때쯤, 다음 맵에서는 시원하게 진도를 나가며 다시 흥미를 붙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피그로맨스 부스에서는 '오래 앉아있는' 이용자들이 많았다. 기자 역시 게임을 플레이한 뒤 1시간 가량을 피그로맨스에만 할애했다.
외계인납치작전 관계자는 <블로터>에 "원화 등 마무리된 부분이 있어 현재 개발인원은 4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내년 6~8월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맨 도롱이가 공중에 떠 있을 때 돌아가는 속도를 높이거나 방향을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바꾸는 등 이용자가 조정해야 할 요소 또한 많았다.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게임이었다. 어느정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또 다시 다른 콘텐츠들이 등장하는 등 '혼을 쏙 빼놓는' 귀여운 게임이다.
1인 개발사로 게임을 개발 중인 김현중 씨는 학원에서 게임 개발을 배운 학생이다. 그는 <블로터>에 "이전에도 다른 게임들을 개발했지만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 도룡뇽이 주인공인 이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현중 씨는 기자가 게임을 플레이할 당시 아이템들의 차이점과 각각 다른 활용법들을 설명하며 '도룡뇽 게임 고수'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또 고수가 아닌 이용자들의 플레이를 보며 난이도를 체크하며 피드백을 귀담아 듣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플레이할 때 4만미터(m) 이상으로는 측정되지 않는다고 전달하자 "처음보는 버그"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슬기로운 데모생활은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유저들이 인디게임 체험판을 플레이하도록 한 뒤 설문조사를 통해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규모 인디개발사가 게임 출시 전 이용자 피드백을 직접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당시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는 △그래픽 상향 △토끼 주민 대사 추가 △토끼괴물 추격의 집요함 강화 △난이도 조절 추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슬기로운 데모생활 버전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비포 더 나이트를 개발한 안성진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 대표는 <블로터>에 "슬기로운 데모생활에 참여하게 돼 비공개 시연 이후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비포 더 나이트는 스마일게이트스토브(이하 스토브)를 통해 등급 심의를 받아 스토브인디에 얼리억세스(앞서해보기) 버전을 론칭하기도 했다.
앞서 스토브인디를 운영하고 있는 스토브는 지난 7월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취득한 바 있다. 통상 게임을 서비스(유통)하기 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스토브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스토브인디 플랫폼 입점을 앞둔 인디게임에 직접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를 거쳐 심의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포 더 나이트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이유는 피' 때문이다. 비포 더 나이트는 '애완인간' 리사가 밤이 되면 동물들이 괴물로 변하는 동물마을을 탐험하며 살아남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2D 그래픽에 다소 귀여운 캐릭터와는 달리 스토리, 퍼즐 위주로 구성된 난이도 있는 게임으로 이용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다만 동물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피가 나오는 까닭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비포 더 나이트를 해보니 게임의 난이도는 열쇠, 당근, 망치, 생명의 꽃 등을 활용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을 찾는 퍼즐 요소로 조절됐다. 물론 게임 시작 전 쉬움과 보통, 어려움으로 게임 전체의 난이도를 정할 수도 있다. 여기에 망치로 토끼를 죽이거나 밤이 되면 나나타나 빠르게 쫓아오는 괴물을 따돌리는 추격전 등은 긴장감을 더했다. 기자가 게임을 플레이하기 이전부터 비포 더 나이트를 체험해보던 한 이용자는 중간중간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는 모든 단계를 클리어한 뒤 "세계관이 너무 좋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버닝비버 2022는 다음달 15일까지 온라인으로 계속된다. 스토브인디와 메타버스(ZEP) 형태의 온라인 전시관에서 150여 개의 인디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