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티널이 CES 2023에서 공개한 증강현실(AR) 렌즈 탑재 신제품 안경 '케플러(KEPLAR)'.(사진=레티널)
▲ 레티널이 CES 2023에서 공개한 증강현실(AR) 렌즈 탑재 신제품 안경 '케플러(KEPLAR)'.(사진=레티널)

독특한 기술과 고품질 AR 광학렌즈로 유명했던 스타트업 '레티널(LetinAR)'이 CES 2023에서 한층 진보한 기술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2022년 첫 매출 달성에 이어 이르면 연내에 레티널 AR 렌즈가 탑재된 제품 양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IT 박람회 CES 2023 메인홀 내 레티널 부스는 마치 안경과 같은 전시품에 눈을 대본 뒤 감탄하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겉보기와 달리 시력을 보조하는 보통 안경이 아닌 까닭이다. 그 안경 너머엔 현실 공간 배경의 선명한 3D 영상이 보인다. 흔히 증강현실(AR)로 불리는 기술이다. AR은 이미 스마트폰에서도 널리 쓰이지만 이를 두 손 자유로운 안경 형태로, 가장 쉽고 선명한 렌즈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바로 레티널이다.

▲ 케플러 너머 보이는 고화질 앵무새 영상. 실제 육안으로 보는 결과물은 더 선명하고 자연스럽다.(사진=이건한 기자)
▲ 케플러 너머 보이는 고화질 앵무새 영상. 실제 육안으로 보는 결과물은 더 선명하고 자연스럽다.(사진=이건한 기자)

2016년 설립된 레티널은 창업 초기부터 업계의 스타였다. 작은 구멍을 통과한 빛이 선명한 상을 만드는 원리(눈을 찡그리면 더 잘 보이는 것처럼)를 활용한 핀미러(PinMR) 기반의 AR 렌즈를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킨 것이 초기 레티널의 무기였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광학계의 난제였던 세로 시야각을 23도에서 40도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고 외부 투자도 유치하기 시작했다.

기자는 그 해 레티널의 김재혁 대표, 하정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나 인터뷰한 경험이 있다. 당시 김 대표는 "외부에 공개된 레티널의 기술은 2년 전 수준"이라며 경쟁 기업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력 격차를 자신했다. 그런데 그 후 2년이 지나 미국 땅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레티널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 CES 2023에서 만난 김재혁 레티널 대표.(사진=이건한 기자)
▲ CES 2023에서 만난 김재혁 레티널 대표.(사진=이건한 기자)

김 대표에 따르면 최근 레티널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매출을 거두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2년 기준 약 2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그 중 절반은 미국과 유럽, 절반은 국내라고 한다. 별것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별처럼 많은 스타트업들이 첫 매출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수십억원 단위로 키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국내외에서 고른 매출 비중이 만들어졌다는 건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성공적인 발판이 마련됐단 얘기다.

이를 가능케 한 기술적 변화는 크게 경량화, 소규모화, 저비용화에 있다. 레티널이 이번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은 플라스틱 소재의 AR 렌즈다. 기존에는 유리 재질이었고 이를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데 성공하면서 제작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김 대표는 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으면서도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교한 가공 능력이 요구되는 광학계에서 플라스틱 소재는 생각과 달리 유리보다 다루기 어렵다. 단순 절삭이 아닌 고온에 녹인 뒤 형태를 재가공하는 사출 방식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를 대규모 양산까지 하는 문제는 또 다르다. 그러나 레티널이 이를 해결함으로써 제품화가 가능한 단계에 이른 것. 또 일반 안경과 달리 CPU, 카메라 등 부수적인 부품이 필요한 AR 안경은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 플라스틱은 이 점에서 유리보다 60% 이상 가벼운 소재다.

김 대표는 연말까진 핀미러 AR렌즈로 영상 투영 시 보이던 구멍도 줄이거나 없애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핀미러를 보완하는 핀틸트 기술 덕분이다. 그는 "기업대상(B2B) 상품은 렌즈에 구멍이 보여도 큰 상관이 없지만 소비자향(B2C) 제품은 줄이거나 없앨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관련 부분에서도 이미 특허를 취득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같이 발전한 레티널 AR 렌즈를 찾는 기업과 분야는 △군사 △플랫폼 △스마트폰 △의료기기 △사회적 약자 서비스 등으로 다양하다. 이것이 일부 분야로 특정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차세대 패러다임을 바꿀 스마트 기기로 AR에 관심을 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단순히 안경 외에도 AR 렌즈는 스마트폰이나 차량 등 접목 가능한 종류 또한 많다.

▲ 레티널 부스를 찾아와 케플러를 체험해보는 관람객들. (사진=이건한 기자)
▲ 레티널 부스를 찾아와 케플러를 체험해보는 관람객들. (사진=이건한 기자)

무엇보다 레티널은 안경이 아니라 렌즈와 같은 광학계 모듈 판매를 주로 하는 회사다. 판매 타깃을 특정할 필요 없이 가급적 많은 회사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이 양산된다면 AR 시장 성장에 따라 앞으로도 충분한 비즈니스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번 CES에서도 이미 개막 전부터 모든 비즈니스 미팅 시간이 마감됐을 만큼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2년 전 80억원이었던 투자금은 최근 누적 300억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여전히 '승승장구' 중인 레티널, 2023년 전망은 어떨까. 김 대표는 "최소 100억원, 세자리 수 매출 달성을 기본적으로 보고 있다"며 "2024년 CES부터는 레티널 제품을 사용한 기기들도 만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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