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업계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공통의 화두다. 기업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사회에 공헌하며, 지배구조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중 많은 기업이 무게를 두는 건 가장 시급한 문제인 '환경오염 개선'이다. 요즘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나 CES에서 전시관 하나를 차려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며 ESG 성과를 적극 강조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젠 먹으면 사라지는 음식으로 ESG가 된다는 기업도 있다. '누비랩' 얘기다.

▲ 기업 내 잔반 스캔만으로도 ESG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 CES 2023 누비랩 부스.(사진=이건한 기자) 
▲ 기업 내 잔반 스캔만으로도 ESG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 CES 2023 누비랩 부스.(사진=이건한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IT 박람회 'CES 2023'에서 누비랩은 창업 4년여 만에 첫 단독부스를 차렸다. 규모도 작지 않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체험해볼 수 있는 인공지능(AI) 푸드스캔(Food Scan, 음식 감지) 데모존들이 시선을 끌었다.

AI 푸드스캔은 말 그대로 AI로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의 잔반(먹고 남은 것), 잔식(배식 후 남은 것), 칼로리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누비랩은 이 기술로 버려지고 낭비되는 음식, 불필요하게 섭취되는 음식만 줄여도 ESG를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도 많은 돈과 자원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2021년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은 8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인 7271억원보다 많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만 줄여도 웬만한 도시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예산이 절약된다는 의미다. 

AI 푸드스캔 ESG의 형태 자체는 복잡하지 않다. 예컨대 밥을 먹기 전 스캐너로 식판을 비추고, 먹은 후 한번 더 비추면 AI는 사용자가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고 남겼는지 파악해 수치화한다. 혹은 임직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기업도 배식 전 음식량을 스캔했다가 배식 후 추가로 스캔하면 어떤 음식이 얼마나 남았는지 쉽게 데이터화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탄소 저감 수치' 등으로 환산하면 단순히 음식을 덜 남기는 것만으로도 개인이나 기업이 ESG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누비랩 서비스의 매력이 드러난다.

▲ (자료=누비랩)
▲ (자료=누비랩)

누비랩은 CES 2023에서 AI 푸드스캔을 활용한 여러 사례와 출시 예정인 개인용 식단관리 AI 앱을 공개했다. 이 중 SK텔레콤은 '생활 속 ESG 실천'을 목표로 임직원 식당에 누비랩 솔루션을 도입해 탄소저감 효과를 달성한 사례를 소개했다.

매일 소비하는 음식을 통해서도 ESG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또 기업의 ESG 노력은 나아가 글로벌 투자 유치에도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SKT 외에도 기업 단위의 AI 푸드스캔 도입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스캔 빅데이터를 토대로 직원들이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음식을 알면, 이를 조정해 간접적인 근무환경 개선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집 등에서 영유아 식단 및 식습관 관리를 위해 누비랩 솔루션을 도입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시관에서 만난 누비랩 관계자는 "급식소와 어린이집 등에 누비랩 솔루션이 공급되고 있다"며 "스캔 결과는 아이별로 부모에게도 공유된다"고 말했다. 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밖에서 무엇을 먹고 가리는지, 얼마나 섭취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군부대와 정부기관을 비롯해 단체급식을 실시하는 곳이라면 모두 누비랩의 솔루션 적용 대상이 되는 만큼, ESG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B2B(기업간거래) 부문부터 안정적인 사업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T 외에도 이미 △네이버 △카카오 △롯데정보통신 △신세계푸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이 누비랩 솔루션을 사내에 도입했다. 누비랩은 네이버 D2SF의 초기 투자를 비롯해 2022년 10월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누비랩의 다음 스텝은 일반 소비자(B2C)다. 광범위한 음식 스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식습관과 다이어트에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시관 데모를 통해 확인해보니 접시 위 음식 촬영 후 수초만에 각 음식의 종류와 칼로리가 계산돼 나타났다.

▲ 누비랩의 모바일 앱으로 식단을 촬영한 뒤 칼로리 양이 계산되는 모습. (사진=이건한 기자) 
▲ 누비랩의 모바일 앱으로 식단을 촬영한 뒤 칼로리 양이 계산되는 모습. (사진=이건한 기자) 

기존 다이어트나 식단관리 앱은 사용자가 일일이 사진을 찍고 종류와 칼로리 등을 계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용성이 낮았던 만큼 관련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식당 및 배식소보다 다양한 일반 소비자 식단에 대한 스캔 정확도를 높이는 일이다.

김대훈 누비랩 대표는 "누비랩의 푸드테크 기술이 ESG 산업과 헬스케어 산업에서 혁신을 리드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번 CES가 누비랩의 기술을 더 널리 알리고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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