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섭 동진쎄미켐 대표이사. (사진=동진쎄미켐 홈페이지)
▲ 이부섭 동진쎄미켐 대표이사. (사진=동진쎄미켐 홈페이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 동진쎄미켐이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PR) 양산으로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한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재료, 대체에너지용 재료와 발포제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이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재료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동진쎄미켐은 2022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839억원, 영업이익 158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4%, 72.3%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이미 2021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진쎄미켐은 2022년 연간 매출 1조3610억원, 영업이익 171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2023년에도 전방산업(제품 생산·판매 산업)의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전자 기업에 소재를 납품하는 동진쎄미켐도 업황 악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소재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산업 특성상 일정 수준의 생산은 지속하기 때문에, 장비업체에 비해 매출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편이다. 또 동진쎄미켐은 국내 소재 시장에서 소수 업체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나서면서, 동진쎄미켐도 주목을 받았다. 동진쎄미켐은 2019년부터 EUV용 PR 개발에 주력했으며 2022년 말 양산을 시작했다. 

PR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뿌리는 감광액으로, 빛을 받아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데 사용된다. 이중 EUV용 PR은 초미세 공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개 반도체 공정에서 동진쎄미켐이 양산을 시작한 EUV용 PR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진쎄미켐의 EUV용 PR 등 핵심 소재 개발에는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소재 기업은 실제 수요 기업과 협업없이는 제품 양산이 어렵다. 품질 테스트 등 자체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도 EUV PR 개발 당시 삼성전자 화성 EUV 라인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2019년을 기점으로 동진쎄미켐의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동진쎄미켐의 전체 매출 대비 삼성전자 매출의 비중은 2018년 19.9%, 2019년 20.7%에서 2021년 40.9%로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기준 36.7%를 차지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2018년 1642억원에서 2019년 1815억원으로 소폭 늘더니 2020년 3837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의 선두주자로 EUV 공정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동진쎄미켐과의 협력 관계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동진쎄미켐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전방산업의 침체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있지만, 동진쎄미켐은 중국 등 글로벌 사업자를 대상으로 소재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BOE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의 신규 투자와 신규공장 가동 등으로 인해 매출 증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TV 대형화에 따라 10세대 이상의 디스플레이 신규공장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진쎄미켐에 대한 소재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다.

다만 업황 악화에 따라 동진쎄미켐도 여타 기업처럼 보유 현금을 늘리는 모양새다. 2022년 3분기 기준 동진쎄미켐의 단기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4118억원으로 2021년 말 2866억원 대비 43.7% 늘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도 2859억원에서 3540억원으로 36.7%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누적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211억원으로 전년 동기(740억원) 대비 63.6% 증가했다. 이중 단기금융자산의 취득 항목의 증가 영향이 주효했다. 3분기 누적 단기금융자산 취득은 806억원으로 전년 동기(227억원) 대비 255.1% 늘었다. 산업 침체기에 대비해 금융자산 투자 비중을 높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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