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의 대화를 원한다. 그는 크루유니언(카카오 공동체 노조)과 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고 수차례 대화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 또 김 센터장은 지난 4년 동안 크루(카카오 직원)들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그가 우리 활동을 보고 있기는 한지, 또 보지 않는다면 왜 그런지 묻고 싶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면 논의조차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서승욱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카카오지회장. (사진=이건한 기자)
▲ 서승욱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소속 카카오지회장. (사진=이건한 기자)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김 센터장을 비롯한 사측의 '불통(不通)'을 공개 저격했다. 이는 최근 카카오 전체 직원 중 크루유니언 가입 비중이 50%에 육박한 이유는 카카오의 대면 중심 근무제 회귀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란 세간의 추측을 반박한 것이다. 특히 잦은 근무제도 변경과 원칙 없는 임원·직원 인사 및 리더십 부재야말로 노조의 덩치를 키운 핵심 이유란 주장이다. 민주노총 산하 화섬노조 소속 카카오지회인 크루유니언은 17일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문제들을 공론화했다.

특히 지속성 없이 변경되는 근무제 형태에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카카오는 2021년 11월 발표한 '유연근무제 2.0'을 시작으로 2022년 12월 발표한 '카카오ON 근무제'까지 1년간 무려 4번이나 근무제를 변경했다. 조건은 조금씩 달랐지만 주로 재택근무의 자유도와 코어타임(꼭 일해야 하는 시간) 고정 여부를 두고 조금씩 조정이 이뤄졌다. 크루유니언은 이들 근무제가 3~6개월 단위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사측이 직원들의 문의에 잘 응답하지 않고, 원칙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 사진=이건한 기자. 
▲ 사진=이건한 기자. 

이 가운데 가장 최근 공개된 카카오ON 근무제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에서 회사 대면근무를 우선적으로 제안하되 소규모 팀단위로 재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전면 출근'이란 강수는 아니지만, 카카오 내외부에선 사실상 대면근무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대면 근무가 더 효과적이며 조직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해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원칙 없는 사내 인수합병 반복과 과도한 조직개편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승욱 지회장은 "카카오 커머스만 하더라도 분사와 흡수합병, CIC 전환과 해체, CIC 재편입 등의 절차가 3년도 안 된 사이에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직원들이 커머스 조직 전망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직원들에게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또 "카카오에는 '풀지 못한 박스'란 말이 있다. 주요 IT(정보기술) 기업 중 유일하게 사내이동 규정이 없는 카카오가 기준 없는 조직개편은 주 단위로 계속하면서 1년간 8번 넘게 인사발령을 받은 직원도 있었다"며 "짐을 풀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팀 이동을 하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크루유니언은 '공동체 통합 논의기구 설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카카오가 지난 2022년 9월 '카카오 공동체 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 이하 CAC)'라는 조직을 만들었지만 공동체 전체의 문제를 관리하려면 노조와도 더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김 센터장의 불통 문제도 소통 확대 요구의 연장선상에서 제기됐다. 

▲ 김범수 창업자 겸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카카오)
▲ 김범수 창업자 겸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사진=카카오)

이는 크루유니언이 이번 간담회에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소통'을 강조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오치문 부지회장은 "재택근무 vs 대면근무보다는 문제 그 자체를 같이 논의하고 싶은 것" 이라며 "어느 쪽이든 더 좋은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소통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2022년 10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카카오톡 먹통 사건에서도 소통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사고 당시) 주말에 출근했지만 와이파이조차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 크루들이 모여 손가락만 빨았다"며 "경영진은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경영진은 우리가 모이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상황이 어이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카카오의 출근 우선 근무형태 재도입이 코로나19 유행 중 디지털 전환에 온전히 성공하지 못한 점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 100% 원격근무로 '배민1' 등 주요 서비스를 개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구성원 간 적극적인 소통 아래 아예 해외에서도 일할 수 있는 100% 자율근무제 전환에 성공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대비 사례로 언급된다.

한편 카카오 측은 크루유니언이 제기한 '소통 부재'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사측 관계자는 "최근 근무제 변경을 두고도 소통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라며 "노조뿐 아니라 사원협의체라는 이름의 다른 직원 대변 조직들과의 논의를 포함, 5번 정도 설문조사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통이 아예 없었다는 것보단, 이전보다 소통이 줄어든 점에 대한 온도차를 노조가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소통 문제와 더불어 향후 대면 우선 근무제의 실제 효과 여부를 둔 노사 간 갈등도 예상된다. 이날 크루유니언은 3월초쯤 '일하는 시민재단 유니언'과 진행 중인 원격근무와 대면근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새 근무제가 정식 시행되는 시기다. 이에 맞춰 사측도 대면 근무의 효율성을 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근거 제시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사측은 최대한 소통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단 입장이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수준의 설득 자료는 없다"면서도 "근무제도나 기타 변화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통해 가급적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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