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검색', 'AI 추천'은 이젠 여느 서비스든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온갖 데이터가 넘치는 '정보의 바다' 시대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정보만 걸러볼 수 없다면 바다에서 '늪'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IT 업계에선 AI 검색(Search)과 추천(Suggest) 기술을 묶은 '써제스트(Seargest, 검색추천)'가 필수 키워드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단순 주목을 넘어 써제스트가 빠르게 확산되려면 '노코드(No-code)'와 '로코드(Low-code)' 기술도 반드시 필요하단 얘기가 나온다.

▲ 기존의 프로그램 개발은 문자 형태 '컴퓨터 언어'를 입력하는 코드 코딩이 주류였다. (사진=Pixabay)
▲ 기존의 프로그램 개발은 문자 형태 '컴퓨터 언어'를 입력하는 코드 코딩이 주류였다. (사진=Pixabay)

써제스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자 편익 외에도 기업의 서비스 및 매출 성장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닐 모한 유튜브 최고상품담당자(CPO)는 2021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에 AI 알고리즘을 도입하고 시청시간이 총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AI가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즉석에서 관심 있을 영상을 제시하거나 자동으로 재생하는 방식이 서비스 체류시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단 얘기다.

이와 관련해 2022년 4월 와이즈앱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서 사용자들이 한 달간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740억분)'로 조사된 바 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296억분)을 2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다. 채팅 앱은 소통이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지만 유튜브 같은 콘텐츠 서비스는 '볼거리'가 많을수록 사용시간이 증가할 여지도 크므로 AI 알고리즘의 효과는 더욱 두드러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써제스트 솔루션의 주요 주자로는 해외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국내에선 업스테이지(Upstage)가 꼽힌다. 이들의 특징은 자체 AI 기술 역량 부족으로 서비스에 AI 접목이 어려운 기업들이 완성된 솔루션 도입만으로 구축형 수준의 AI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였던 AI 융합 서비스의 시장 경쟁을 '모두의 리그'로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특히 업스테이지의 경우 창업 2년차에 불과한 신생 스타트업임에도 이미 LG유플러스,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주요기업들의 써제스트 솔루션 파트너로 낙점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 관계없이 기업이 축적한 적은 데이터만으로 고성능의 써제스트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 무엇보다 노코드·로코드 기반으로써, AI 지식이 거의 없는 개발자들도 쉽게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승승장구의 비결로 꼽힌다.

노코드는 말 그대로 '코딩 없는 프로그램 개발 도구'다. 원래 프로그램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어려운 것처럼 컴퓨터가 이해하는 문법을 인간이 익혀야 하기 때문인데, 노코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마치 컴퓨터에서 프로그램 아이콘을 누르면 명령어 없이도 프로그램이 실행되듯이 코딩도 아이콘이나 음성명령을 통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노코드인 덕분이다. 로코드는 노코드 만큼은 아니더라도 코딩을 가급적 최소화한 코딩 도구를 말한다.

▲ 업스테이지 AI 팩으로 구현한 광학문자판독(OCR) 서비스 예시. OCR은 디지털 문서 내에 포함된 문자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기술이다.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AI를 접목하면 판독 정확도와 빠르기가 더욱 향상된다. (자료=업스테이지) 
▲ 업스테이지 AI 팩으로 구현한 광학문자판독(OCR) 서비스 예시. OCR은 디지털 문서 내에 포함된 문자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기술이다.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AI를 접목하면 판독 정확도와 빠르기가 더욱 향상된다. (자료=업스테이지) 

따라서 노코드·로코드의 장점은 명확하다. AI 지식이 풍부한 개발자라면 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AI 지식이 없는 개발자나 비전문가는 약간의 학습만으로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것.

관련 수요도 이미 크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4년경 출시될 모바일 앱의 70%는 노코드·로코드 기반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는 2021년 169억달러에서 2025년 455억달러로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파워앱스'에 이미 음성으로도 코딩이 가능한 기능을 추가한 바 있다.

이런 변화는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논리 구조,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앱 개발이 가능한 시대가 이미 도래했단 사실을 의미한다. 이를 이용한 기업들의 생산성도 가시적인 향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커머스 빌더 플랫폼 '브랜디'는 2022년 창사 이래 첫 흑자 전환을 기록한 주요 배경으로 AI 접목을 통한 상품 구매·마케팅 전반의 효율 증가를 꼽았다. 이 과정에서 브랜디가 도입한 AI 솔루션도 노코드 기반이다.

한편 노코드가 향후 개발 인력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앞으론 노코드·로코드로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개발자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아울러 노코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도 서비스에 적용하려면 프로그램 이해도가 필수인 만큼, 별도의 직군이었던 서비스 기획 업무도 이젠 개발의 역할로 편입되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