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미국에서 경쟁사 차량에 자체 충전소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던 테슬라가 일부 충전소를 개방하고 연방 지원금을 받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테슬라가 2024년 말까지 자체 고속충전소인 '슈퍼차저'와 완속충전기 '데스티네이션' 약 7500개를 미국 표준 방식인 '합동 충전 시스템(CCS)'를 갖춘 모든 전기자동차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고속도로 주변에 설치된 테슬라의 250kW 충전소 3500개도 포함된다.

테슬라의 결정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날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이 이뤄지고 부품의 55%가 미국산일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의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시행된 '인프라법'에 따라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최소 50만개를 구축하기 위해 75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지원금을 받는 충전소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을 적용받는다.

▲ (사진=테슬라)
▲ (사진=테슬라)
미국 정부는 모든 전기차가 충전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기의 접속 규격, 요금 지급 방식, 충전 속도와 전압에 대한 표준도 마련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CCS를 사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기차 충전소가 CCS를 채택하고 있지만 현재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이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슈퍼차저는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충전시설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지난해 11월 전 세계 슈퍼차저가 4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는 5만개 이상, 내년 말까지 17만700개로 늘린다는 계획으로 확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는 약 1만6800개의 슈퍼차저와 데스티네이션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슈퍼차저는 빠르고 안정적이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로 평가받는다. 약 30분 안에 전기차 충전을 완료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다른 네트워크와의 성능 차이가 두드러져서 오랜 시간 동안 테슬라에게 '경제적 해자'로 작용했다.

테슬라 차량은 광범위한 충전 네트워크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장거리 주행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슈퍼차저 때문에 타사의 전기차 대신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상당수 있다. 다른 충전 네트워크는 충전소와 충전기 수도 적을뿐만 아니라 잦은 결함으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이번 결정으로 일부 테슬라 차주는 분노하고 있으며 테슬라 차주 커뮤니티와 테슬라 팬들이 둘로 나뉘었다"고 전했다.

일부 차주들은 더 많은 차량이 슈퍼차저를 사용하게 돼 결과적으로 테슬라 고객들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기존의 테슬라 차주들은 차량 가격에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드는 추가 비용도 포함돼있었을 것이라며 타사 전기차에 슈퍼차저를 개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한다. 한 차주는 "테슬라 차주들이 낸 비용 덕분에 이제 타사 전기차 차주들도 충전 네트워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테슬라는 기존 고객에게 일종의 보상금을 제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불만을 품는 테슬라 투자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테슬라가 충전 네트워크에서 갖는 경쟁우위를 상실해 사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경쟁사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렉트렉에 따르면 대부분의 테슬라 소유자는 이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기 이동수단과 재생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테슬라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 목표를 직접 달성하지 않더라도 자동차 산업 전체가 전기차 전환에 동참하도록 유도해 이 목표를 성취하는데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일렉트렉은 "슈퍼차저에 사용자가 몰리더라도 테슬라는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충전 네트워크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사용량을 모니터링하면서 점차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슈퍼차저 개방으로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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