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 ‘Save CyanogenMod’ 라는 생소한 애플리케이션이 전체 1위로 올라와서 주목을 받았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올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구글맵, 페이스북 등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서비스들 정도인데 어떻게 아무도 들어보지 못했을 듯한 애플리케이션이 단번에 1위에 올라올 정도로 다운로드가 이루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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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yanogen1


CyanogenMod는 구글이 아닌 외부의 개발자가 오픈 소스 안드로이드 플랫폼 운영체제를 수정해서 만든 비공식 시스템 소프트웨어이다. 안드로이드는 소스가 공개되어있어 외부 개발자들이 그 기능을 개선한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는 자신의 핸드폰에 미리 탑재되어있던 공식 시스템이 아닌 그러한 비공식시스템을 올려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루티드(Rooted)된 안드로이드 폰이라 부른다. 실제 루티드된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소수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얼리 어답터 성향의 안드로이드 열성팬들이 많다.


최근 구글은 CyanogenMod가 불법적으로 구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여 배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배포의 중지를 요구했다. 이것이 CyanogenMod의 개발자를 통해 알려지고 단 하루만에 ‘Save CyanogenMod’ 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안드로이드 마켓의 1위에 올라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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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yanogen21


‘Save CyanogenMod’이 단숨에 1위로 올라갈수 있었던데에는 루티드폰을 사용하는 열성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한번에 뭉쳤기 때문이다. 그들의 요구는 구글의 요구가 적법한 것이라 할지라도 안드로이드의 오픈 소스 정신에 위배 된다고 생각하며, 구글 애플리케이션의 배포가 더 많은 안드로이드 채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도록 요청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고 광범위하게 채택을 받기 위해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운영되지만 구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구글 비즈니스 영역으로 오픈 소스에 속한 영역이 아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마찬가지로 무차별적인 배포는 구글의 비즈니스에 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 소스 정신은 비즈니스 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기에 구글의 입장도 존중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안드로이드를 계속 오픈 소스로 있게 해달라던가 안드로이드는 오픈 소스인데 왜 애플리케이션을 돈 받고 파느냐는 오픈 소스와 비즈니스 영역을 구분 못하는 막무가내의 사용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더 큰 가능성과 채택을 위해 사용자들과 개발자들의 말에도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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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yanogen3


한편으로 구글 개발자가 이례없이 빠르게 블로그를 통해서 입장을 밝힌 것이나 구글의 정책에 항의하는 사용자들이 만든 어플이 안드로이드 마켓 1위에 올라간 것에 있어서는 안드로이드 개발자와 안드로이드 마켓의 개방성을 잘 보여준 재미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외부 개발자가 만드는 시스템 이미지는 안드로이드의 재미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하고 얼리어답터 성향의 열정적인 사용자를 만족시켜주기 때문에 구글도 그러한 개발자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 동안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았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 강하게 구글이 중지를 요청한 것은 최근 공개된 안드로이드의 새 버전인 1.6에 올라가는 새 애플리케이션들이 실제 단말에 탑재되어 공급되기도 전에 먼저 CyanogenMod에 유출되어 배포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구글의 서비스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단말을 공급하는 관계된 모든 회사들의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구글은 제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밑바탕의 오픈 소스가 유지되려면 그 위의 비즈니스가 잘 이루어져야 하니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해당 개발자는 여전히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현재 구글 서비스를 대체할만한 마땅한 서비스들이 아직 없기에 좀더 개방된 형태의 프로젝트들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했다. 나 역시 안드로이드가 구글 서비스의 의존에서 벗어나 더 확장된 영역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출현하고 함께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오픈 소스 플랫폼이기에 이러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일이 생긴다. 오픈 소스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가능성과 발전을 위한 유쾌한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Cyanogen이라는 개발자는 트위터로 구글 개발자와 오픈 소스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는 맥주 마시러 갔다. 어디서 애플리케이션들이 유출되었는지 모르지만 Cyanogen이 조금만 더 자제했더라면 암묵적으로 CyanogenMod는 유지되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든다.


구글과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 외부의 해커와 개발자, 사용자들이 오픈 소스 영역과 비즈니스 영역에서 조화롭게 안드로이드를 키워서 앞으로 안드로이드가 구글의 품에서 나와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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