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춘추전국 시대다. 전세계가 네트워크 소통에 푹 빠졌다. 소통 방법도 단순, 명쾌하다. 140자 소통망 트위터가 태풍의 핵이다. 트위터와 경쟁하거나 협력하려는 서비스도 봇물 터지듯 나왔다.

허나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물처럼 얽힌 SNS는 어디로 진화하는 걸까. SNS 홍수 속에서 자칫 방향을 잃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멍석을 깔았다. 국내 SNS 종사자들을 직접 모셨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는 이들은 2010년 현재,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게 두려울까. 속내를 털어놓아보시라.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같이 풀어보자는 욕심에서다.


  • 일시 : 2010년 3월18일(목) 오후 4~6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신병휘 네오위즈인터넷 이사 / 윤지영 미디어레 대표 /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가나다 순) / 블로터닷넷 도안구·이희욱·주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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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욱 : 오늘은 특별한 포럼이다. 국내 SNS 종사자분들을 모셨다. 요즘 웹 트렌드에서 SNS를 빼놓고 얘기를 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떻게들 서비스를 하고 계시고, 어떤 고민들을 하고 계신지 듣고싶어 모셨다.

신병휘 : 네오위즈인터넷은 최근 네오위즈벅스와 합병했다. 기존 세이클럽에 음악 콘텐츠를 섞으면 시장에 대응하기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기존 음악서비스가 SNS로 바뀌는 건 아니다. 음악서비스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소셜 네트워크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요즘은 모바일이 화두다. 기존 SNS에 모바일 서비스를 가미해 시너지를 내려 한다.

윤지영 : 모바일 버전은 서비스별로 따로 제공하는 건가?

신병휘 : 일단은 따로 시작하려 한다. 서비스별 시너지를 내는 건 향후 숙제가 될 것 같다.

윤지영 : 음악서비스는 SNS로 가려고 모두들 노력하는 분위기다. 라스트FM같은 모델에 많이들 주목한다. 소리바다는 오픈API로 SNS를 가미하려 한다. 네오위즈인터넷은 어떤가?

신병휘 : 당연히 계획은 있다. 수위 조절을 고민하고 있다. 기존 음악시장을 보면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들이 소비 패턴을 정하고 이용자는 그에 맞춰왔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 사이에 불만이 많이 쌓였다. 혁신할 요소는 많은데 공급자와 협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사용자에 맞게 발전해왔다. 이미 그런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이동형 : SNS는 콘텐츠를 소셜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플랫폼이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DB가 있어야 하고, 제공자가 오픈된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콘텐츠를 닫으면 어떤 플랫폼도 공유가 안 된다. 지금은 검색 기반으로 포털에만 오픈 형태로 납품해준다. 유통 파워가 있으니까. 싸이월드의 경우 음악 중심으로 콘텐츠를 유통했다. 한국에선 SNS가 콘텐츠를 유통한 사례가 별로 없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성격이 다르다.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오픈된 플랫폼이다. 한국에선 이제 시작하려는 SNS가 과거 싸이월드와 다른 성격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겠다는 플랫폼이다.

윤지영 : SNS 외에 콘텐츠를 유통하려는 사람은 결국 싸이월드같은 큰 플랫폼 의존적으로 가게 된다. 저작권자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큰 파급효과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은 있을 지 몰라도 시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두려움이 있다. 지금은 과도기란 느낌이다. 신생 SNS는 저작권을 확보하고 콘텐츠 가진 싸이월드나 네오위즈 같은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오픈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 유통 기회가 생긴다.

이동형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오픈 플랫폼이 위협적인 건 콘텐츠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포스퀘어가 급성장할 수 있는 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포스퀘어 메시지를 다 받아주기 때문이다. 포스퀘어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콘텐츠 서비스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주류 오픈 플랫폼이 되면, 한국 SNS 비즈니스는 그 플랫폼에 콘텐츠를 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국 SNS 시장 자체로 보면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미 해외 서비스가 많이 자리잡고 있고 얼리어답터들 호응이도 크다. 시간이 많지 않다. 유저스토리북도 트위터에 메시지 보낸다. 그 플랫폼의 파괴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정윤호 : 처음엔 저희도 자체 플랫폼을 기획했는데, 그게 답이 아닌 것 같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스트리밍만 해도 되는 서비스가 많았다. 우리도 처음에 유저스토리북을 만들려고 한 건, 국내에선 한 사람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콘텐츠를 실어나를 수 있는 버티컬 서비스를 대부분 포털이 갖고 있었다. 우리가 만들어도 실어나를 서비스가 몇 개 없었다. 유튜브나 플리커 정도랄까. 그러면 책을 주제로 버티컬한 SNS를 만드는게 답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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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형 : 플리커나 유튜브처럼 오픈된 콘텐츠 자체도 많지 않았다.

정윤호 : 서비스는 많은데, 네이버에서 다 이용하면 됐다. 굳이 네이버 이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동형 : 포털 중심으로 콘텐츠가 유통되니 새로운 시장을 못 만든다.

윤지영 : 저도 동의한다. 국내 시장이 작다보니 포털 중심의 시장이 안 바뀌고 유지된다. 싸이월드도 오픈 타이밍을 못 맞춰 글로벌하게 성장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포털에서 소비하는 습관이 든 게 가장 큰 문제다. 저는 트위터 열풍을 얘기하는 걸 들으면 안타깝다. 미디어가 만들어주는 면도 있다. 인터넷이 이젠 포털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인터넷 네트워크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되는 단계로 접어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념이 바뀌면 시장이 바뀔 것이다.

정윤호 : 시장이나 구조 문제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포털이란 벽 때문에 안 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프라인 광고 때문에 꼭 상품을 구매하는 건 아니잖나. 온라인 입소문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모델링은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 그걸 모델링하면 유통 채널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희욱 : 지금처럼 글로벌 SNS 중심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삼화되는 현상이 계속될까.

이동형 : 네트워크 서비스는 한 번 주도권을 잡으면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인스턴트 메신저다. MSN이 주도권 잡을 때가 있었고, 그 이전에 AOL이 있었고 ICQ가 있었다. 나중에 주도권이 네이트온으로 바뀌었다. 네이트온이 시장을 뺏은 건 마케팅 요소 외에도 쪽지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한국적 입맛에 맞는 요소를 제공했기에 가능했다. 지금 한국 시장에선 SNS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시작하는 시점에선 해외 메시지가 언론에서도 다루기 더 쉽다. 인터넷이란 전체 시장 흐름을 미국에 빼앗겼기에 소식도 미국 시장에서 나오는 게 더 타당성 있다. 그게 출발점일 뿐이지 시장이 대중화될 때도 그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SNS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점은 참여다. 놀이터 만들어놓고 놀자고 했는데 안 놀면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을 준비해도 의미가 없다. 지금은 놀자고 했을 때 올 수 있는 이용자층이 2~3만명 수준이다. 그 2~3만명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줘야 기존 서비스 모양이 바뀌고 문화가 생긴다. 그걸 보고 대중이 들어온다. 지금 문제는, 초반 기선을 해외 서비스에 빼앗겼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미국쪽에서 한다. 특히 얼리어답터들은 더욱 그렇다.

윤지영 :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시장이 충분히 견딜 수도 있을 것 같다. 네트워크 효과가 승자독식 시장이란 얘기에 일면 동의한다. 다른 한편으로 네트워크는 생성, 진화, 변이, 소멸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돌연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다. 플랫폼도 네트워크에선 여러 층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플랫폼도 있지만, 사람들이 만나고 연결될 때 새로운 방식으로 이를 걸러주고 관계를 맺어주는 플랫폼도 있다. 트위터도 처음 나왔을 땐 사람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가 정보채널로 바뀌면서 변화한 건 불과 3~4년 사이의 얘기다. 아직도 돌연변이가 나와 변화할 여지는 충분히 남았다.

이동형 : 지금 인터넷 시장 환경의 가장 큰 변수는 모바일이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1999년도에 왜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고 리더십을 가질 수 있었는지 돌이켜보자. 네트워크 인프라가 어떤 다른 나라보다 풍부했기에 참여할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에 아이폰 나왔는데 미국은 이미 이통사 가입자의 20%가 들고 다니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서비스의 차이란, 한국에서 싸이월드와 오마이뉴스가 나왔을 때 외국에서 신기해했던 것과 똑같다. 참여자가 없을 때 나오는 서비스는 아이디어에 다름아니다. 당분간은 미국이 리더십을 유지할 것이다. 돌연변이가 나오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긍정적인 면은, 스마트폰이 대중들 사이에 기본 기기가 되는 순간, 한국 서비스가 더 사랑받을 것 같다는 점이다.

윤지영 : 그러려면 일단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인정하고, 그 플랫폼 위에 유통할 수 밖에 없다는 숙제가 남는다.

정윤호 : 트위터를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서비스가 점점 단순화해져 간다. 다음에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숙제가 생긴다. 사용자들이 더 간단한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할 텐데. 단순함이 가지는 장점도 있다. 연예인도 싸이월드나 블로그 이용하는 것보다 트위터가 훨씬 쉽고 편리하다. 기존 웹서비스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튼 참여가 핵심이다.

윤지영 : 그래서 새로운 형태가 열릴 수 있다. 직감적으로 쓰고 동시다발로 유통되는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숨을 고르고 생각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수많은 정보 홍수에서 나에게 적합한 정보를 좀 더 앉아서 생각하고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잇글링은 이어쓰면서 사람들이 편집기를 열고 좀더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혼자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던지는 기회를 주려 했다. 정보의 양과 속도 면에서 새 플랫폼이 열렸다면, 다른 면에서 쉬어가고 정리하고 연결을 필터링하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동형 : 일반 고객은 늘 재미있는 걸 찾는다. 우리나라 인터넷 성장 과정을 보면 그 서비스가 더 뛰어났다기보다는 신선도를 계속 공급한 점이 있다. 지금 쓰는 서비스가 신선함이 트렌드지만, 이용자가 계속 그것만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다. 돌이켜보면 그게 새로운 게 아니라 과거 있었던 게 트렌드가 바뀌는 거다. 내가 계속 자장면만 먹었기에 짬뽕이 새로운 맛으로 느껴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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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 :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은, 작은 기업들이 많은데 다들 비슷한 기능을 붙이고 고민한다. 우리끼리 협업해서 신규 서비스를 할 때 유기적으로 연동하면 어떨까.

윤지영 : 동감한다. 국내 SNS 종사자들끼리라도 협업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 기본적인 소통만 서로 할 수 있도록 열어주면 훨씬 새로운 모습이 될 수 있겠다.

신병휘 :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앞선 상황에서 뒤늦게 경주에 참여하려 하니 저들이 몇 발짝 앞서 있어서 고민이다. 경주를 안 할 수는 없고, 하자니 막막하다. 진열을 정비해야 하는데, 그나마 마이크로블로그와 모바일이 기회다. 메이저 포털이 아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메이저 포털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내부에서 계속 실험을 하고 있다. 협업을 포털과 하려니 신뢰가 없는 거다. 협업 체계가 구성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끝까지 가려면 내 기름을 유축해야 하는데 공동으로 모아 쓰자니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 같다. 그러다보니 내 기름은 내가 알아서 비축하면서 내부에서 인큐베이팅하는 모양새다.

이동형 :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행동하게 돼 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의사결정은 결국 내게 유리한 쪽으로 내린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버티컬하게 한 가지만 잘하자, 그것도 시장에서 유리할 때만 가능하다. 결국 손을 들어주는 쪽은 고객이다. 고객 의사에 반하는 쪽으로 협의하는 건 카르텔이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다. 시골엔 유지가 있다. 유지는 목욕탕이 주요 비즈니스일 땐 목욕탕을 하고, 이동통신이 대세가 되면 이통사 대리점을 차려서 돈을 번다. 서울은 그 정도는 아니다. 재벌이 있지만. 중요한 건 시장 크기다. 시장 크기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윤호 : 회사끼리 합의한다기보다 표준으로 연결할 방법들이 있다. 예컨대 유저스토리북이 책 콘텐츠는 런파이프로 쉽게 뿌릴 수 있다. 사용자에겐 새로운 서비스를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다. 각자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어느 시점까지는 함께 합의할 수 있다. 현재로선 거기까지는 아니고, 협의할 여지가 있다. 시장 규모도 그렇다. 한국 시장이 작긴 하지만 키워드 광고는 포털을 먹여살리고 있다. 거기 광고하는 중소 사업자들을 만나보면 불만이 많다. 돈 내는 만큼 효과가 적다며, 더 광고 효과가 좋은 곳을 찾고 있다. 발견 안 된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고민도 해야 한다. SNS 비즈니스 모델도 좀더 고민해봐야 한다. 기존 인터넷 마켓 규모만 놓고 고민하면 답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신병휘 : 포털도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선 리더십을 잃었다. 포털 3사가 아니라, 그들은 지금 구글과 트위터를 얘기한다. 그들 소식을 먼저 듣는 게 얼리어답터에겐 파워가 됐다. 리더십을 잃은 거다. 지금은 사용자들이 해답을 얻을 곳을 해외 서비스로 정한 느낌이다. 한국에서 좋은 서비스를 내놓아도 들여다볼 여력도 없고, 보고싶어하지도 않는다. 대신 SNS가 정윤호 대표 말씀처럼 광고시장에 비해 타깃률이 훨씬 좋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SNS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지만, 기회는 올 것 같다. SNS는 정책이 중요하다. 경험하지 않으면 해볼 수 없다.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이동형 : 시장 상황은 다 공감한다. 그런데 왜 협조가 안 되냐면, 모두들 SNS를 하고 싶어한다. 벅스가 음악만 하고 우리가 SNS 하면 협조가 잘 된다. (웃음)

신병휘 : 예컨대 벅스도 음악만 하고 싶다. 유통은 포털이 하고. 그런데, 과거 경험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포털에 무릎꿇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손해본 경험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에 잘못하면 비슷한 경험이 반복될 것 같으니 부족하더라도 직접 해보고 싶어지게 된다.

이동형 : 그래서 다들 SNS로 중심이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과거 MSN메신저와 지금 트위터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과거엔 SNS 자체가 폐쇄적이었다. 친한 친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였다. 그런 네트워크는 여러 개 생길 수 있다. 지금처럼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는 여러 개 생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 특수성은 폐쇄성에서 기인한다. 오픈될 땐 더 큰 게 유리하다.

윤지영 : 지금은 우리끼리 협업한다 해도 큰 시장을 형성하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동형 : 그래서 저는 지금 가장 큰 SNS에 내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은 그게 트위터다. 그런데 나는 트위터에 내 메시지를 뿌리긴 싫다. 내가 그런 SNS가 되고싶어서 거부하는 거다. 이 게임에서 누군가 트위터 대항마로 떠오르면 이후엔 의사결정하기 훨씬 쉬워진다.

윤지영 : 그게 꼭 트위터의 대항마일 필요가 있나. 네트워크는 종류가 훨씬 다양하다. 트위터가 유통 플랫폼을 깔았지만, 트위터 또한 네트워크 세상에선 여럿 중 하나일 뿐이다. 트위터가 플랫폼을 오픈하고 그 세력이 크니까 어쩔 수 없이 거기에 올라타는 입장이다.

이동형 :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본다. 내가 특정 업체에 메시지를 뿌리는 게 내게 유리한 지를 판단한다. 그런 게임이 시작됐다. 지금은 메시지를 던져도 받아주는 곳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해외 서비스에 메시지를 던지려 하니 기분이 썩 좋지 좋다. 내게 던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플랫폼은 규모가 작다. 지금은 답답해도 그런 과정을 견딜 수  밖에 없다. 결국은 한국에서도 오픈된 메이저 서비스가 하나는 나올 것이다. 그 텃밭에서 지금 SNS들이 자라날 것이다.

불안한 건, 그 서비스가 한국 서비스가 아니면 한국에서 잇글링이나 런파이프같은 서비스가 나오기보다는 외국에서 자라난 서비스가 따라 들어올 것이다. 플랫폼을 타고 컨텐츠가 따라오는 게 불안한 거다.

도안구 : 저도 그게 궁금했다. 포털이 서비스를 열어주고 다른 SNS가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은 불가능한다.

이동형 : 상생한다는 얘길 할 필요 없다. 열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곳으로 메시지가 몰린다. 지금 모인 우리들도 SNS를 내가 어떻게 모을까만 고민한다.

도안구 : 그런 생각도 든다. 차라리 지금은 트위터를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굳이 한국 플랫폼이어야 하나.

이동형 : 제가 일본에서 서비스를 해봤는데, 플랫폼은 국경을 따진다. 콘텐츠는 안 따진다. 예컨대 제가 가수라면 해외에 나가 성공할 기회가 있다. 그런데 음악 프로덕션 사업자라면 해외에 나갔을 때 커다란 저항을 받는다. 플랫폼은 기간산업이다. 공동체 참여를 이끌어내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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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 트위터가 한국에서 성공한 플랫폼이라지만, 주요 이용자는 아직도 얼리어답터다. 대중적 서비스는 아니다. SNS가 콘텐츠나 가치를 유통하려 해도 트위터는 20만명이란 한정된 크기다.

이동형 : 농산물 시장을 보자. 까르푸나 월마트를 보라. 한국 농산물 사업자들이 거기 줄을 대기 싫어한다. 미워도 우리 플랫폼에 공급한다. 대표적 플랫폼이 언어다.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를 쓰면 세계 시장에선 조금 더 유리하겠지만, 실제로 모국어를 버리는 나라는 드물다. 모국어를 가진 나라가 잘 산다.

윤지영 : 한편으로 두려운 게, 어린이들이 크면서 부모들이 싸이월드 할 시간에 페이스북에서 미국 애들이랑 얘기해라 라는 식으로 교육하기 시작하면 5년 안에 완전히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싶다.

도안구 : 지금껏 그렇게 닫아놓고 여기까지 왔는데 또 쇄국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동형 : 시장 경제의 기본 룰을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면 자연스레 한국 플랫폼이 선택될 거라 본다. 외국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막자는 얘기가 아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중이 참여하는 시장에선 항상 한국 플랫폼이 선택을 받더라. 초창기때는 외국 플랫폼이 선도하더라도.

도안구 : 네이버나 싸이월드가 개방을 선택해서 주도권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걸로 보시나?

윤지영 : 포털이 선택하는 데는 의사결정의 과감함이 필요하고 리스크 관리도 계속해야 한다. SNS는 정책결정이 많아야 하고 의사결정 타이밍도 중요하다. 그걸 할 수 있는 오너가 많지 않다.

이동형 : 저는 포스퀘어와 비슷한 '런파이프'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퀘어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빨리 올라탔을 거다. 그런데 포스퀘어는 약관이나 정책이 기본적으로 영어권 기반이다. 우리가 이해 못하는 그네들 문화가 있다. 똑같이 트위터에 메시지를 뿌려도 뉴욕타임즈가 내 얘길 먼저 실어주지 않는다. 콘텐츠 사업자로서 똑같은 경쟁을 할 수 없다. 국내 언론사도 해외 메시지를 받아서 쓴다. 유명 가수가 한국 들어와서 시장에 정착하는 것과 플랫폼을 들여와 한국에 까는 건 다른 문제다.

정윤호 : 트위터가 잘 돼야 국내 서비스도 영향을 받아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병휘 : 벅스가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팔고 싶어한다. 저작권자에게 일부를 주고 벅스가 나머지 영업이익을 남긴다. 아이폰에서 파는 순간 30%를 애플에 떼주고, 나머지 70%로 정산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종속된다. 그러면 또 생각한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없나. 지금은 애플 힘이 세니 그 플랫폼을 활용한다. 동시에 독립적 서비스를 고민한다. 나중에 애플이 갑자기 수수료를 올린다고 나서면 타격은 더 커진다. 그러니 독립을 생각 안할 수 없다. 내가 스스로 방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걱정이 있다.

이동형 : 제가 지금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내 메시지를 연결하지 않는 이유가, 한국 서비스 가운데 연결할 곳을 찾는데 아직은 리더십 있는 곳이 없으니 버티는 거다. 저도 사업자니 언젠가는 다른 서비스에 메시지를 얹어야 한다. 그런데 나중에 그 서비스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긴 싫다. 그래서 경쟁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신병휘 : SNS 사업자들은 그걸 보는 것 같다. 시장 트렌드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100% 만족시키지는 않는다. 나머지를 누가 충족시켜주느냐. 이왕이면 내가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윤지영 : 지금은 반드시 다른 서비스를 대체하지 않아도 또다른 시장이 생겨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트위터와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져서 유통 채널을 많이 열어줬으면 좋겠다. 트위터를 반드시 거치지 않고도 독립적으로 존속 가능할 때, 트위터가 잇글링을 통해 더 큰 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 때 결국 경쟁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갈 것 같다.

신병휘 : 2010년은 확실히 넘어간 것 같다. 서비스는 트위터, 페이스북을 얘기해야 하고, 휴대폰은 아이폰을 얘기해야 하고, 기사는 해외 사례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대세가 그렇게 흘러간다. 나머지 SNS는 그 다음을 준비하는 상황이 됐다.

도안구 : 국내 벤처캐피털은 SNS에 관심 있나.

윤지영 : 제가 만난 사람들은 관심 별로 없는 것 같다. (웃음)

정윤호 : 다들 '지켜보고 있다'고만 말한다. (웃음)

이희욱 : 외국 플랫폼 종속성을 경계하시는데, 그렇다면 한국 플랫폼에 메시지를 얹는 건 위험이 덜할까?

이동형 : 사업은 돈을 버는 목적도 있지만, 내가 속한 공동체에 뭔가 기여하고픈 마음도 있다. SNS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좋은 콘텐츠를 적합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걱정스러운 건, 해외에 좋은 콘텐츠가 많고 국내에도 많을 때 플랫폼이 누구를 전달할 지 암암리에 결정할 수 있다. 국내 플랫폼이 이미 시장에서 경쟁을 뺏기면 그 위에 얹는 콘텐츠도 잠재적으로 뺏긴다. 해외 플랫폼이 주류가 되면 해외 콘텐츠도 덩달아 시장을 잠식할 거다.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게 될 거다. 영화 직배를 막는 것도 다양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다. 그 바탕에는 플랫폼이 있다.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우리가 손댈 수 없는 지경이 된다. 그런 면에서 한국 SNS는 지금이 위기 상황이다.

윤지영 : 저는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더 많이 들어와서 경쟁해야 한다고 본다. 트위터에 기대는 게 위험하느냐 아니냐는 측면에서 보면, 트위터든 다른 포털이든 서로 역할을 나눠가지는 거다. 잇글링은 서로 이용자가 생각을 연결하고 그 안에서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이를 더 빨리 더 널리 전달하기 위해 트위터에 기댄다. 트위터가 다른 걸 안 하고 그 역할에만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플랫폼이 그 역할을 넘어서 카탈로그를 넓혀가면 오히려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병휘 : 저는 그래서 오히려 외국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맞다고 보는 거다.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우위를 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원천기술을 가진 쪽에서 주도권을 잡고, 우리는 그걸 활용하고 이용자 욕구를 접목해 서비스를 잘 하면 된다. 자극을 받아야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가서 체험하고 이용해야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활용하는 게 맞다. 더 나은 기회를 찾지 못하면 사라지는 거다.

이동형 : 지금 오픈 플랫폼이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제 얘기는, 장기적으로 그게 시장에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를 국내 포털이 빨리 깨우치고 대응해야 한다. 벤처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벤처는 이해관계에 따라 트위터를 선택하지만, 그게 꼭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정윤호 : 저는 꼭 그렇게까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국내 업체가 리더십을 가진다고 해도 결국은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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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휘 : 해외 업체라도 그걸 활용해 국내 이용자를 만족시키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유튜브가 최근 '마이유튜브'란 행사를 열었다. 글로벌 유명 뮤지션들을 모아 한국 이용자에게 보여줬다. 한국 음악 서비스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유튜브가 자기네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 이용자를 만족시킨 사례다. 반대로 보면, 국내 사업자는 그런 시도를 왜 못했을까. 글로벌 네트워크란 경쟁력 때문에 유튜브가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가수를 보고 싶어하는 요구가 생겼으면, 한국 서비스도 그런 요구를 채워줘야 한다. 외국과 제휴를 하든 어떻게든.

도안구 : 국내 서비스가 브랜드를 올려놓지 않으면 모두들 해외로 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신병휘 : 저는 반대로 국내 이용자들의 요구를 파악했다면 거꾸로 해외 플랫폼을 활용하고, 이용자는 우리에게 종속되도록 하면 서로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윤지영 : 이미 시장을 가진 서비스가 있다면 경쟁하거나 대체하기 위해 시작하는 건 무모한 일 같다. 네트워크 주변에는 늘 보완할 요소가 있다. 처음엔 보완재로 시작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용자가 머무르는 시간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저는 작게 시작했을 땐 플랫폼을 오픈 기반으로 시작했다면 당연히 활용해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이후에는 네트워크 시장인 만큼 다시 대체할 기회가 올 걸로 본다. 긍정적으로.

신병휘 : 인터넷 서비스는 이용자가 선택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 SNS가 자기네 욕구를 충족시키면 이용자가 외국 서비스를 굳이 이용할까.

이동형 :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우리는 외국 사람이 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미국에 살아도 지금 미국 가서 일하기가 쉽지는 않다. 여권과 영주권 등 물리적 장벽이 존재한다. 사이버 공간이라 해서 완전히 오픈돼 있지는 않다.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플랫폼도 그런 기반으로 돌아간다.

신병휘 : 10년 전도 비슷했다. 인터넷 서비스 하려면 야후나 라이코스를 벤치마킹해야 했다. 그걸 기반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국내 서비스가 나왔다. 두 번째 사이클이 도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윤지영 : 그동안 정체된 측면이 있다. 이제 올 것이 왔다. 미국 서비스만큼 큰 서비스가 없다고 하지만, 불과 4~5년 사이의 얘기다. 업력이 쌓이면 변화도 생기리라 본다. 트위터처럼 중립적으로 유통만 하는 서비스는 예전에 비해 장벽이 많이 없어진 서비스다.

이동형 : 언론 보도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트위터 비슷한 서비스가 나왔다고 소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한국 SNS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줘야 한다. 트위터가 처음 나왔을 때 지금과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훨씬 복잡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걸 밀고 나간다. 창투사가 밀어주고 이용자가 참여했다. 싸이월드도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제가 생각도 못한 가치가 생겨났다. 한국도 예전 IT붐 때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를 찾기 쉽지 않다. 최근 5년동안 성공한 벤처를 보기 어려운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지금 새로운 경쟁을 해야 하는데, 뭘 바꿔야 성공한 창업자가 나올 수 있을까. 정부가 투자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장해야 한다. 중요한 게 SNS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문제다.

이희욱 : 말씀처럼 쉽지 않은 문제다. 위기를 넘어 기회에 올라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여기 모인 분들이 혜안을 보여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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