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서비스도 마찬가지겠지만 페이스북의 경우에도 시작은 단출했다. 서비스의 성격도 심플했다. 5년 전 페이스북은 학교나 거주지역, 커뮤니티 등 선택적인 그룹과 의사소통을 하는 사적인 공간에 불과했다.

그랬던 페이스북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전세계에서 5억 명에 육박하는 사용자를 끌어 모으며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에는 '오픈 그래프'와 '소셜 플러그인' 선보이며, 이른바 '소셜 파워'을 압세워 모든 웹사이트로 영향력을 뻗어나갈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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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acebook.com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늘어나는 것은 사용자와 영향력 뿐이 아니었다. 개인정보 침해를 둘러싼 논란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오픈 그래프'를 선보이자 마자 美 상원의원 4명이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으며, 유럽연합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도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비영리단체인 일렉트로닉 프론티어 재단(이하 EFF)이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잠식해왔다"며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의 변천사를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끈다.

EFF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회원가입 절차에서 어떠한 개인정보도 요구하지 않았다. 2006년부터는 몇 가지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바뀌었지만, 기본 설정은 자신이 설정한 그룹의 사용자들끼리만 공유하도록 되어 있었다. 당시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전세계 모든 사람과 개인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사용자가 개인 정보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다.

정보 공개보다는 보호에 초점을 맞췄던 페이스북의 초기 정책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부터다. 학교나 거주지역, 혹은 페이스북 친구의 친구들 중 적어도 한 그룹에게 개인정보를 공개할 것이 의무화됐다. 또한 이름과 학교명, 프로필 사진이 기본으로 검색 결과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는 정보 공개의 요구가 더욱 가속화됐다. 11월부터 개인정보 선택사항에 'everyone'이 추가됐다. 'everyone'으로 설정된 정보는 페이스북 사용자 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넷 사용자에게 공개됐다. 특히 일부 정보는 기본설정부터 'everyone'으로 설정됐으며, 개인정보 설정을 검토하고 변경해야 할 의무는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돌아갔다.

이렇게 변경된 지 한 달 만에 새로운 조항이 추가됐다. 사용자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 친구 목록, 성별, 거주지와 속해있는 네트워크가 의무공개 조항으로 변경돼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한 모든 채널에 공개됐다.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공개되는 정보에 대해 검색을 허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것 뿐이었다. 이때부터 페이스북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오픈 그래프와 소셜 플러그인에 맞춰 사용자의 '일반 정보'를 접속하는 모든 채널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일반 정보'에는 이름과 친구들의 이름, 프로필 사진, 성별, 아이디, 페이스북 커넥션, 'everyone'으로 설정된 모든 콘텐트가 포함된다.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항목은 자신의 프로필 페이지를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부분 밖에 남지 않았다. 특정 채널로 개인정보를 보내주지 않으려면 페이스북 커넥션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EEF는 이와 같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정책 변화를 정리해 소개하면서 페이스북의 점진적인 정책 변화가 명백한 의도를 보여준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페이스북이 많은 사용자를 모으고 영향력을 확장해 나갈수록 더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반면, 사용자가 통제할 수 있는 옵션은 점점 더 줄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렇게 모아진 개인 정보를 광고업체와 사업 파트너들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더욱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확고한 개방 정책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플랫폼을 개방하는 것과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개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플랫폼 개방이 페이스북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면, 개인정보를 둘러싼 논란은 페이스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각국의 규제 당국은 SNS 관련 규제나 기준을 마련할 때 페이스북의 정책을 우선적으로 살필 것이며, 세계 1등 SNS에 대한 경쟁 업체의 견제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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