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아이패드에 얽힌 사연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아이패드를 국내에 반입해 사용하는 것이 전파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유인촌 장관이 공식 브리핑에 아이패드를 들고 나와 누리꾼의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한 누리꾼은 유 장관을 중앙전파관리소에 전파법 위반으로 신고하기까지 했습니다.

며칠 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아이패드의 개인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방통위는 자체 기술 시험을 거쳐 국내 전파 이용환경에 문제가 없을 경우,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들여오는 아이패드는 1대에 한 해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방통위는 앞으로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 국제 표준화된 기술이 적용된 장비의 경우 1대에 한 해 인증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kcc certification announcement
▲ kcc certification announcement


전파연구소가 11일부터 ‘방송통신기가재 등의 적합성 평가에 관한 고시(안)’에 대한 전자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달 아이패드로 촉발된 인증 제도 개선의 물결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습니다. 이달 24일부터 판매 목적이 아닌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반입하는 방송통신기기의 경우 1대에 한 해 개인 인증이 면제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해외에서 반입한 휴대폰을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 한 달에 걸쳐 30만원 가량의 비용을 내고 개인 인증을 받아야 했으며, 이렇게 발급받은 인증서가 있어야만 정상적으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었습니다. 이달 24일부터는 이 모든 절차가 '방송통신기자재 반입신고서' 한 장으로 대체됩니다.

방통위는 11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성 평가에 관한 고시(안)'을 고시하고 20일까지 전자공청회를 거쳐 2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전파법 개정안과 12월 개정된 동법 시행령의 후속조치입니다.

변경된 고시안이 시행되면 개인이 사용하기 위해 반입하는 기기인 경우 1대에 한해 제품 종류와 인적 사항, 연락처 등을 기재한 반입신고서 1장만 제출하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통신사를 통해 개통해야 하는 휴대폰 등의 기기의 경우에도 반입신고만으로 개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일이 전파연구소를 방문할 필요도 없이, 전자민원시스템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으며, 기존에 국내에서 적합성 평가를 받은 제품과 동일한 모델일 경우에는 신고 절차가 모두 면제됩니다.

김단호 방송통신위원회 전파기반팀 사무관은 "그 동안 전파 환경에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과 개인의 편의를 늘려주는 것 사이에서 많은 검토를 거쳤다"라며 "개인 인증 기기는 건수가 많지 않고 반입 신고를 받으면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사후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제도를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고시안에는 개인 인증에 대한 면제 항목 외에도 다양한 개선 사항이 반영돼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 검증된 기술인 경우에도 매번 반복적으로 시험 항목을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중복 시험항목을 면제해 신청인이 인증 비용을 절감하고 기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험·연구용 방송통신기기의 경우 과거에는 5대에 한해 인증이 면제됐는데, 개정된 고시안에서는 100대 이하까지 수량을 늘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연구용 반입의 경우 2백대 까지 인증이 면제되는데 5대는 너무 적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입니다.

아울러 네트워크에 직접 접속하지 않거나 위험성이 낮은 일부 기기의 경우에는 지정시험기관의 시험이나 기업의 차제 시험만으로 기기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적합 등록' 제도가 신설됐으며,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제품군이 국내 시장에 빨리 출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잠정 인증 제도'도 새롭게 도입됐습니다.

기존 제도에서는 새로운 제품군의 경우 관련 기술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인증이 지체되고 덩달아 신제품의 출시도 지연되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잠정 인증 제도'는 이러한 제품의 경우 국내외 표준을 고려해 임시로 인증해서 신속하게 제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하고, 추후에 관련 기술 기준이 마련되면 다시 인증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면제 조항이 신설돼 반입하는 목적에 따라 개인이나 기업이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기기를 합법적으로 반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방통위는 "이러한 제도 개편을 통해 산업계와 국민의 인증 비용이 약 120억원 절감될 것"이라며 " 기기별로는 약 30일의 인증기간이 단축되고 인증을 위한 사전 준비에 소요되는 유·무형의 간접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새 고시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전파연구소 ‘방송통신기가재 등의 적합성 평가에 관한 고시(안)’에 대한 전자공청회 사이트 바로가기

새해 벽두부터 지금까지 불합리한 개인 인증 제도로 많은 불편함을 겪어야 했던 얼리어답터 분들의 환호 소리가 들립니다. 이 모든 제도의 시발점이 된 애플 아이패드와 유인촌 장관에게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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