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9일 KT가 발표한 ‘스마트TV 인터넷 망 무단 사용에 대한 접속제한 시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스마트TV 제조업체는 KT의 이번 발표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마저 유감을 표해 KT가 접속 제한을 강행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KT는 스마트TV가 야기하는 막대한 트래픽 때문에 망 부하가 엄청나다고 호소하며 다수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접속제한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KT는 "스마트TV가 PC와 달리 대용량 고화질 트래픽은 장시간 송출시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단말기로, IPTV 대비 5~15배에 이르는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IPTV는 실시간 전송시 서버에서 여러 명의 시청자에게 동시에 트래픽을 보내는 멀티캐스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스마트TV는 서버에서 시청자 수만큼 트래픽을 보내는 방식으로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보내는 유니캐스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라고 KT쪽은 설명했다.

KT관계자는 “멀티캐스트 방식으로 600Mbps를 일정하게 보내는 IPTV와 달리, 스마트TV는 유니캐스트 방식을 취해 약 917배에 달하는 트래픽을 유발해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실시간 방송 전송시 트래픽을 측정한 결과 특정 가입자가 다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킬 경우 주변 가입자에게 할당된 대역폭까지 잠식하는 현상이 발생해 문제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120209 kt smart tv
▲ 120209 kt smart tv

결국 KT는 며칠 전부터 KT와 망 이용대가 협상에 나선 LG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스마트TV 제조업체들의 접속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TV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대체로 KT의 이번 정책이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망이 좋은 곳에서 트래픽 과부하 문제가 스마트TV로 인해 발생한다면, 해외에서는 스마트TV가 어떻게 서비스가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KT를 제외한 나머진 유선통신망 업체들도 KT의 이번 처사가 이해는 되지만, 스마트TV로 인해 과도한 트래픽 발생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할 만큼 스마트TV가 시장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스마트TV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TV로 인해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한다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마트TV 가입자가 늘어나면 과다 트래픽이 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접속 제한까지 시행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라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지난해 9월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한 ‘통신사업자가 바라본 스마트TV'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TV 시장은 2011년 54만대, 2012년 8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13년에는 전체 TV 시장의 50%를 스마트 TV가 차지해 131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네트워크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나 향후 인터넷을 통한 고품질 동영상 유통 증가는 네트워크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TV가 야기하는 트래픽 문제는 분명 향후에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당장 KT가 접속 제한을 시행할 정도로 급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보니 KT가 제조업체와의 망 이용대가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KT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무조건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문제가 아닌, 스마트TV 제조업체와 통신망업체가 같이 살아남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길 바란다”라며 망중립성 같은 문제로 번지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는 KT가 스마트TV 접속 제한을 강행할 경우 이용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1일부터 시행된 통신사업자와 제조사 같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마련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후속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KT의 이번 발표는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KT가 접속 차단 행위를 시행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 침해 같은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즉각적이고 엄중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이 같은 발표에 KT는 난감해하는 상황이다. KT관계자는 “이번 접속제한 시행은 망 중립성 문제가 아닌 네트워크 가치 인정 여부로, 스마트TV 사업자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 있다”라며 “접속 제한 시행과 관련한 입장은 아직 변한 게 없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