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에 이어 인프라까지 클라우드로 제공하겠다."

오라클이 늦게 배운 클라우드에 푹 빠졌다. 빠져도 푹 빠졌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는 9월20일(현지기준) 수익 발표(어닝콜) 자리에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와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PaaS)에 이어 새로운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IaaS)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오라클이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과 같은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고 시장에 신호를 보낸 것과는 반대로 발표를 한 셈이다.

IaaS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가상 환경으로 만들어 때에 따라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AWS의 엘라스틱 클라우드(EC2),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떠오리면 된다. 지금까지 오라클은 IaaS는 아마존이나 구글과 경쟁하기보다는 자사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SaaS와 PaaS를 통해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블로터닷넷과 인터뷰한 렉스 왕 오라클 제품 마케팅 총괄 부사장 역시 "IaaS는 할 생각이 없다"라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깜짝효과를 노린 것일까, 아니면 급하게 전략을 수정할 것일까. 지금의 엘리슨 최고경영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모든 3티어까지 제공하겠다"라며 "AWS와 경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라클이 IaaS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컴퓨터월드를 비롯한 현지 외신들은 "오라클이 드디어 IaaS 시장에 뛰어들었다"라며 "과거 오라클이 칭찬했던 AWS의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기대된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라클은 새로운 IaaS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아꼈다.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 5일간 진행되는 오라클 최대 연례행사 '오픈월드 2012'에서 더 자세히 발표하겠다며, 자사 데이터센터를 통해 서비스할 계획이라고만 덧붙였을 뿐이다.

오라클은 이번 회계연도 2013년 1분기 실적보고에서 사상 최저의 하드웨어 사업 부문 매출을 기록했다. 13억53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9%나 줄었다. 썬 인수 이후 6분기 연속 매출 하락을 기록한 셈이다. IaaS 서비스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와 서버가 필수다. 혹, IaaS 시장 진출이 자사 서버 제품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저조한 하드웨어 매출을 살리려는 오라클의 숨은 전략은 아닐까.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