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스마트폰 사용자 3천만 시대를 맞아 각 대선 후보들도 모바일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저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고 선거 공약 알리기에 나섰다.

박근혜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피플' 등을 통해, 문재인 후보는 '문톡', '문재인의 국민명령 1호' 등을 내놓았다. 객 앱은 최근 활동 소식, 주요 일정, 사진 공유 기능 등 대선 후보자의 소식을 주로 소개한다.

해당 앱이 표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자세히 조사된 바 없지만, 잘 관리되지 못한 모바일 앱은 선보이나마나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 주자였던 밋 롬니 공화당 대표의 사례를 보자.

바다 건너 미국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에도 모바일 앱이 사용됐다. 롬니 대표는 선거 전략을 좀 더 효율적으로 알린다는 취지에서 '오카(Orca)'라는 웹기반 모바일 앱을 선거 유세에 활용했다.

시도는 좋았다. 오카는 롬니 후보의 선거 공략을 소개했다. 한 번 로그인하면 대선주자를 위해 투표할 사람의 정보도 제공했다. 지역별 지지율과 투표율, 그리고 유권자 정보를 알려줘 선거 캠프가 효과적으로 선거에 대응할 수 있게 도왔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간접선거를 치른다. 각 주에서 선거대리인을 선출해 이 대리인들이 투표하는 식이다. 그렇기에 지역별 지지율과 투표율은 선거캠프에게 꽤 중요한 정보다. 오카가 없으면 선거 캠프는 종이로 일일히 인쇄해서 유권자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롬니 캠프는 이 앱을 통해 선거 전략을 세우고, 유권자들을 설득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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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막상 앱이 실행되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대와 달리 오카가 제공하는 선거인단 명부 정보는 부정확했다. 심지어 콜로라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앱을 실행할 수 없었다. 오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모르는 선거 캠프 단원도 등장했다.

선거가 끝난 후 롬니 캠프는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대선에 맞춰 제대로 된 시험도 거치지 않고 앱을 출시한 탓에 많은 오류가 발생했고, 이는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롬니 캠프는 앱 작동 실패 요인으로 웹기반 앱임에도 불구하고 "Https"가 아닌 "Http"로 정보를 제공해 보안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선거 캠프에서 앱으로 정보를 전달할 때 데이터센터에 과부하가 걸리게끔 앱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기에서 오카가 제대로 작동할 지 시험하지 못한 것도 작동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기가옴은 "밋 롬니 대표의 당락을 가른 요소 중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모바일 앱' 문제도  있다"라고 전했다.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모바일 앱이 단순하게 후보를 소개하는 '프로필 앱' 성격이 아니라 캠프 전략을 주도하는 위치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 때가 오면 좀 더 신중하게 모바일 앱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낙마한 롬니 후보가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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