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모바일 콘텐츠 사업하기에) 너무 좋은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안 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도 같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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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지며 미디어 소비 환경은 '확' 달라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변화한 미디어 토양에서 새로운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설립된 네오터치포인트도 그 중 하나다. 네오터치포인트는 지난 3월 설립된 모바일 콘텐츠 기업이다. 모바일 콘텐츠 기획·제작과 유통, 콘텐츠 마케팅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해 나갈 계획이다.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1993년 MBC를 시작으로 2015년 네이버까지 다양한 미디어를 거쳤다. “대학 시절 MBC에서 작가 일을 했고, 케이블방송 PD를 거쳐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7년 가까이 했어요.” 그는 “기자 생활을 하며 글을 통해서만 소식을 전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어쩌다 큰 사진을 기사에 싣게 되면 그 답답함이 해소되는 기분이었고 짤막한 동영상을 그냥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  △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
▲ △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

그러다 미국 뉴욕대로 뉴미디어를 공부하러 유학을 떠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다음(현 다음카카오) 에서 미디어 관련 업무를 맡아 진행했다. 2006년엔 다음에 TFT를 꾸려 인터넷방송도 준비했다. 김경달 대표는 “자체 인력도 뽑고 새로 스튜디오도 만들어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콘텐츠 수급 전략을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rel]하지만 이 인터넷방송은 UCC 형태보다 콘텐츠 제작 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 등으로 접게 됐고, 향후 다음 동영상 사업은 UCC 플랫폼 다음tv팟이 중심이 됐다.

이 후에도 김 대표의 인터넷방송 도전은 계속됐다. 다음에서 네이버로 옮긴 김경달 대표는 알고 지내던 방송사 선배의 일을 도와주는 식으로 MBC에서 2011년 소셜 방송 콘셉트를 표방해 선보인 ‘손바닥TV' 기획 작업 과정에 참여했다. 하지만 손바닥TV는 MBC 내부 사정으로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김경달 대표는 “다음에서 인터넷방송 실험과 손바닥TV 경험이 네오터치포인트 창업에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 네이버에서 동영상 전략을 정리하던 김 대표는 “이때”라고 생각했다. 아쉬움을 남긴 2번의 경험이 있었고, 또 지금이 모바일 토양에서 미디어 실험이 하기 최적기라는 판단도 들었단다.

네오터치포인트 내부에 별도의 제작 조직인 ‘뭐랩(MUH Lab)’도 만들었다. 네오터치포인트는 뭐랩에서 모바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실험을 해나갈 예정이다. 뭐랩에는 다음카카오에서 오랫동안 동영상 업무를 맡아왔던 성세찬 PD와 ‘예능계의 김수현’으로 불리는 문은애 방송작가 등이 합류해 있는 상태다.

네오터치포인트의 첫 성과물 ‘내손남’

8월10일 그간 준비해온 첫 결과물을 선보였다. 1인칭 가상 연애를 콘셉트로 하는 모바일 콘텐츠 ‘내 손안의 남자친구(내손남)’다. 내손남은 주로 20대 여성을 겨냥한 1인칭 연애 시뮬레이션 콘텐츠다. 스마트폰 등 개인화된 모바일 시청환경에 걸맞은 콘텐츠의 모습에 다가가고자 다양한 시도들을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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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남에는 아이돌 그룹 ‘마이네임’ 멤버인 건우와 세용, 채진, 인수, 준큐 5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 대표는 “(내손남 출연자 캐스팅을 위해) 오디션을 많이 봤는데 시청자들이 설렐 수 있는 20대 남성의 외양과 스타일을 많이 봤다”라며 “이미 너무 많이 알려진 연예인은 거리감이 느껴지고 몰입감을 방해할 것 같아 지양했다”라고 말했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연애를 하는 28살 인수, 4차원에 감성적인 27살 건우, 연애고수에 장난기 있는 25살 세용, 다정다감한 23살 준큐, 귀엽고 풋풋한 연애 스타일의 21살 채진 등 5명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각각 다르게 잡았다. “이 중에 한 명쯤은 시청자의 취향이 있겠지.” 보통 아이돌 그룹의 전략과도 흡사하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우선 마이네임 멤버들과 장시간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개성을 잡아냈다. 그 후 대학생 인턴들이 주축이 돼 여성들이 남자친구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나 장면 등 을 뽑아 갈래를 나눈 뒤 각각의 출연진들과 매칭시켜 나가는 식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모바일 시청 환경에 걸맞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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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가상 연애 콘셉트를 위해 제작 초기부터 시청자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쪽으로 촬영과 편집에 신경을 썼다. 내손남을 보는 이용자들이 관람자가 아니라 당사자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게 가장 신경 쓴 부분이었다.

우선 내손남은 세로보기가 기본이다. 스마트폰 등 개인화된 모바일 시청환경을 겨냥한 영상 콘텐츠로, 현실감 있는 연애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다. 김경달 대표는 “가로버전도 찍고 일부 편집했으나 아예 서비스 않기로 했다”라며 “앞으로도 이 콘텐츠는 무조건 세로로만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달 대표는 “카메라가 콘텐츠상의 여자친구 즉, 실제 시청자의 눈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정해 촬영했다”라며 “여자 친구의 손과 같은 방해요소는 절대 등장하지 않게 촬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일상적인 모습을 살리기 위해 컷도 줄였다. 김 대표는 “촬영·편집상에서 컷을 줄이고 한 씬 당 한 컷을 가급적 지향했다”라고 말했다.

연재 기간도 100일로 잡았다. 이용자가 원하는 출연자와 ‘스마트폰 연애’를 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8월10일부터 연재를 시작해 11월17일 화요일 100일째 되는 날 시즌1 연재가 끝난다. 그럼 주인공 1명당 26회, 총 130회의 연재가 예정돼 있는 셈이다. 에피소드 길이는 1분~1분30초 정도이고, 한 회 차 당 에피소드 2편이 공개된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라 할 때, 제작 못지않게 운영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마치 웹툰 연재처럼 콘텐츠가 흡인력 있어서 이용자와 일정하게 함께 호흡을 나누며 연재가 이어지는 상황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내손남이 연애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100일이란 기념일을 고려해 시즌1 연재기간을 100일로 잡았습니다.”

모바일 연애시뮬레이션 ‘내손남’은 피키캐스트와 유튜브, 판도라TV, 뭐랩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서 볼 수 있다. 유튜브와 판도라TV에는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영상이 올라간다. 월·수는 건우와 세용, 채진 화·목은 인수와 준큐의 에피소드가 방영될 예정이다. 피키캐스트에서는 주간 단위로 매주 금요일에 한 주분 콘텐츠를 묶어서 노출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OwZPsVpubY

고품질 고비용 구조

내손남은 현재까지 나온 모바일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품질·고비용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우선 내손남의 콘텐츠 포맷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데만 서너 달 걸렸다. 문은애 작가를 비롯해 뭐랩 내부 제작진 7명이 모두 투입됐다. 현재 완성된 초기 한 달 분량 제작과정에 투입된 외부 인력만 20명가량 된다.

특히 문은애 작가는 ‘예능계의 김수현’이라 불릴 만큼 예능계에서 유명한 방송 작가다. ‘우정의 무대’와 ‘상상플러스’, ‘황금어장’, ‘무한도전’ 등 TV 오락물의 새로운 포맷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KBS에서 ‘1박2일’, ‘안녕하세요’의 메인작가로도 일하고 있는 문 작가는 현재 뭐랩에 합류해 내손남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에서 콘텐츠 생태계는 초기 시점이라 불가피한 측면도 있긴 합니다만, 제대로 꾸려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내선 고품질 고비용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례가 드물다. 김경달 대표는 “통상적으로 제작사 입장에선 플랫폼 공급을 통해 광고수익 배분을 받고 제작비를 벌충하는 정도이나 그것만으론 매우 미약하다”라며 “PPL 등을 통해 일부 수익을 보전하기도 하는데 아직 활성화되진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내손남 역시 당장의 수익보다는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김경달 대표는 “(내손남은) 젊은 여성층을 겨냥해 제작하는 특화된 콘텐츠인데다 모바일은 1인칭의 연애시뮬레이션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라며 “기획의도대로 이용자와 흡인력이 좋은 콘텐츠로 자리 잡아 간다면 다양한 브랜드나 제품의 PPL 노출 및 전후 광고채널로서 매력도가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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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반 다양한 미디어 실험 지속할 것"

김경달 대표는 내손남은 시작이라고 했다. 네오터치포인트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 실험을 이어갈 작정이다. 김 대표는 “모바일 시청환경에 걸맞는 최적화 콘텐츠를 찾는 게 우선과제”라며 “'내손남'이 오락성 콘텐츠로서 실험이라면, 정보성 콘텐츠뿐 아니라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콘텐츠 플랫폼과 창작집단간의 긴밀한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는 그 갭이 큽니다.” 콘텐츠 제작이나 기획뿐 아니라 유통에 대한 실험도 해나갈 계획이다. 김경달 대표는 “최근 72초TV의 시즌2 콘텐츠를 배급하면서 유통 업무를 개시했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콘텐츠는 그냥 잘 만들기만 해서 플랫폼에 공급하면, 플랫폼이 알아서 잘 틀어주는 게 아닙니다. 콘텐츠 특성을 고려해서 이용자와 잘 연결하기 위해 서로 협업하고 노력해서 운영을 잘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플랫폼과 이용자 특성 및 그에 따른 이용자 데이터를 잘 뽑아내서 다음 콘텐츠 기획에 반영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 대표는 “수익 기반이 따르지 않으면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 형성이 어렵다”라며 미디어와 광고 현장에서의 콘텐츠 마케팅에 대한 실험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젊은층이 TV를 떠나고 모바일 소비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광고주 입장에서도 젊은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모바일과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라며 “앞으로 광고주 및 대행사쪽과 창작집단을 연결하는 중간자 내지 중간 영역 쪽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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