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쿼츠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없는 게 2가지였다. 하나는 그럴싸한 홈페이지, 또 다른 하나는 전용 모바일 앱이었다. 단순 기사 목록에 더 가까웠던 웹페이지는 2015년이 돼서야 비로소 홈페이지로서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모바일 앱은 그보다 한참 늦었는데, 올해 2월11일에 처음 선보였다. 그것마저도 iOS 전용이었다.

이용자와 채팅하는 쿼츠

설립 3년 5개월 만에 내놓은 쿼츠의 모바일 앱은 공개되자마자 화제에 올랐다. 기존 뉴스 앱의 구태의 연한 방식을 깨고 채팅이라는 의외의 형식으로 뉴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앱을 실행하면 접속한 시간대에 걸맞은 인사를 먼저 건네고 친절하며 재치 있는 문장으로 그날 봐야 할 뉴스를 선별해 전해준다. 뉴스 내용을 풍자하는 이모티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움직이는 GIF로 만든 ‘짤방’도 맥락에 어울리게 보여준다. 단순히 정해 놓은 차례에 따라 뉴스를 나열하지 않고 틈틈이 이용자의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도 던진다. 더 보여줄 뉴스가 없을 땐, 퀴즈나 풀어보라며 이용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끊임없이 유도한다. 그마저도 없으면 “여기까지야, 이따 가 만나”라고 말하며 메시지를 마무리한다. 이 정도면 이용자는 뉴스를 ‘보는’ 수준을 넘어서 마치 쿼츠 직원 누군가와 ‘대화’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광고 역시 자연스럽다. “미니(MINI, BMW 산하 자동차 브랜드) 덕분에 네가 이 앱을 쓰는 거야”라고 말을 걸며 광고도 봐 달라고 천연덕스럽게 요청한다. 광고 역시 이용자가 선택했다는 경험을 선사해 준다 [사진1~4].

▲  (1) 쿼츠의 뉴스 앱을 처음 실행하면 반가운 인사와 함께 사용 방법, 알람 안내 등을 해 준다. (2) 사진과 같은 이미지, 이모티콘을 제약 없이 사용하는 게 쿼츠 앱의 매력이다. 정말 누군가가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는 듯한 인터페이스(빨간색 박스)는 이용자가 다음 기사를 기대하면서 기다릴 수 있게 한다.
▲ (1) 쿼츠의 뉴스 앱을 처음 실행하면 반가운 인사와 함께 사용 방법, 알람 안내 등을 해 준다. (2) 사진과 같은 이미지, 이모티콘을 제약 없이 사용하는 게 쿼츠 앱의 매력이다. 정말 누군가가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는 듯한 인터페이스(빨간색 박스)는 이용자가 다음 기사를 기대하면서 기다릴 수 있게 한다.

▲  (3) 일방적으로 기사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버튼을 눌러 선택할 수 있게 한다(빨간색 박스). (4) 보여줄 콘텐츠가 없다면 다음에 볼 것을 기약한다. 자연스레 광고를 보여주는 것도 쿼츠 앱의 특징이다.
▲ (3) 일방적으로 기사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버튼을 눌러 선택할 수 있게 한다(빨간색 박스). (4) 보여줄 콘텐츠가 없다면 다음에 볼 것을 기약한다. 자연스레 광고를 보여주는 것도 쿼츠 앱의 특징이다.

쿼츠의 첫 번째 뉴스 앱은 왜 채팅 형식을 빌려 왔을까?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쿼츠의 뉴스 전달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쿼츠는 출발부터 철저하게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유통에 집착해 왔다. 소셜 미디어 링크를 통해 들어오는 독자에게 양질의 콘텐츠 경험을 줘야 한다면서 ‘정문(홈페이지 첫 화 면)’ 대신에 ‘옆문(본문 페이지)’을 더 정성 들여 만들었다. 동시에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인 ‘데일리브리프(Daily Brief)’에도 공을 들였다. 매일 아침 전 세계 [bref desc=" 2016년 1월 19일 케빈 덜레이니, 제이 라우프 쿼츠 공동대표가 쿼츠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언급."]18만 명[/bref]에게 배달되는 이 뉴스레터는 쿼츠뿐만 아니라 타사의 주요 기사를 큐레이션해 요약한 형태로 전달한다. 바쁜 아침 시간에 빠르게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이나 그래픽 이미지 등을 넣지 않고 텍스트로만 800단어 이내로 구성해 ‘신뢰하는 조언자가 짧게 써서 보내준 메모’와 같은  [bref desc="루시 큉(2015). 디지털 뉴스의 혁신(Innovators in Digital News).한운희·나윤희 역.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p82."]느낌이 들게 한다.[/bref] 자카리 슈어드 쿼츠 제품담당 부사장에 따르면 ‘데일리브리프’의 오픈율은 [bref desc="Zachary M. Seward, ‘“Quartz is an API”: The path ahead for the business site that’s reshaping digital news’, Nieman Lab, 2015.5.14. http://www.niemanlab.org/2015/05/quartz-isan-api-the-path-ahead-for-the-business-site-thatsreshaping-digital-news/ (accessed 2016. 2)"]42%에 달한다.[/bref] 그는 "우리는 홈페이지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사가 독자의 메일함에 서 살아남기를 [bref desc="Ibid"]원한다[/bref]"고 말하며 쿼츠의 뉴스 배포 전략의 초점이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그룹의 개인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각에 이메일을 확인하게 함으로써 독자들 에게 쿼츠가 건네주는 뉴스를 읽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 역시 이 서비스의 [bref desc="루시 큉. Ibid. p82."]중요 목표이기도 하다.[/bref]

개인화된 데이터 활용 고민 필요

‘데일리브리프’를 채팅 형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바로 쿼츠의 새로운 뉴스 앱이다. ‘데일리브리프’ 팀이 [bref desc="Sean O'Kane, ‘Quartz’s new app wants to text you the news’, The Verge, 2016. 2. 11. p://www.theverge.com/2016/2/11/10963794/quartz-app-iphone-ios-the-atlantic-download(accessed 2016. 2)"]앱을 그대로 담당한다.[/bref]채팅 형식의 앱을 사용하면 이메일보다 독자에게 더 잦은 빈도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어 쿼츠의 브랜드를 더 자주 노출할 수 있다. 대화 형식의 인터페이스는 뉴스를 고르기 위해 탐색하고 나중에 읽기 위해 저장하는 행위 등을 모두 제거한 채 오로지 뉴스 자체에만 집중하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선별한 기사 하나하나가 각 독자에게 도달하는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기사가 바뀔 때마다 더 읽을지를 선택하는 단계를 삽입해 독자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기사를 소비할 수 있게 유도한다. 대화를 통해 차례로 제공하는 기사는 일련의 맥락을 지닌 채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디지털 공간에서 원자 수준으로 쪼개져 맥락 없이 소비되던 뉴스에 다시 맥락을 부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틈틈이 건네는 질문은 독자의 지루함을 줄인다. 그러면서 무리 없이 쿼츠가 준비한 뉴스를 모두 소비하게 한다. 서비스 체류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 독자는 일련의 대화를 통해 ‘쿼츠’라 는 무생물체가 아닌 ‘쿼츠의 누군가’라는 인격체와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받는다. 의인화는 친밀도를 높여 보다 쉽게 관계를 맺게 한다. 쿼츠가 다른 뉴스 브랜드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plus]쿼츠 앱이 갈 길은 멀다. 앱을 통해 내보내는 기사는 100% 사람이 선택한다. 현재 뉴욕, 런던, 베를 린 등에 일하는 기자와 에디터 [bref desc="Politico Media Staff, ‘The 60-Second Interview: Quartz news app team’, Politico Media, 2016. 2. 12. http://www.capitalnewyork.com/article/media/2016/02/8590944/60-second-interviewquartz-news-app-team (accessed 2106. 2)"]6명가량이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bref] 알고리즘이 담당하는 영역은 극히 좁다. 독자가 ‘A 혹은 B’ 형식의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각각 경우에 해당하는 다음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이용자와 대화하는 가짓수를 늘리 고 고차원적인 개인화를 이루려면 더욱 높은 성능의 알고리즘이 도입돼야 한다. 쿼츠 앱을 통해 입수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쿼츠 앱을 이용하는 독자가 하는 모든 행위 데이터(앱을 켜고 끄는 시각, 이용하는 위치, 기 사를 소비하는 시간, 질문에 답하는 방식, 선호하는 콘텐츠, 광고에 반응하는 양식 등)를 수집해 다시 콘텐츠 제작과 배포 전략에 적용할 때 비로소 네이티브 앱의 가치가 돋보일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존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귀 한 자원이다. 이미 많은 사용자층을 지닌 진짜 채팅 앱과 연계할 방법을 찾는 것도 쿼츠가 풀어야 할 숙제다. 독립 앱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미 촘촘한 대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왓츠앱이나 위챗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쿼츠 방식을 녹여낼 수 있다면 쿼츠의 중요 목표 중 하나인 ‘글로벌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다. 애덤 패식 쿼츠 브레이킹뉴스 에디터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슬랙,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 행아웃 등을 비롯한 그 어떤 메시징 플랫폼에도 적용될 수 [bref desc="Ibid."]있다[/bref]" 면서 향후 쿼츠 앱의 응용 방향을 시사하기도 했다.

새로운 수익 모델 가능할까

앱을 통한 수익 모델 강화도 피할 수 없는 난제다. 현재 앱을 통해 집행 중인 광고는 단 한 건이다. 이용자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대화 형식 속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기법을 더 개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광고 이외의 수익원도 앱을 통해 찾아야 한다. 제이 라우프 쿼츠 공동대표가 언급했던 '새로운 [bref desc="루시 큉. Ibid. p89."]유료화 방식[/bref]' 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쿼츠 앱의 진화 방향을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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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2-qz-brandmap
[사진5] 쿼츠의 서비스 구조(Ibid) ‘쿼츠’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어떻게 서비스를 펼쳐 나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caption]페이스북, 구글 등과 같은 거대 ICT 기업이 뉴스 유통 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쿼츠는 이번에도 역시 쿼츠만의 문법을 구사했다. "독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떤 모습으로든, [bref desc="Zachary M. Seward, Ibid."]어디든 간다[/bref]", "[bref desc="‘Smart, young, and bored at work’의 약자. 영리하고 젊지만, 일터에서는 지루해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SYBAW[/bref]를 [bref desc="루시 큉. Ibid. p73."]사로잡는다[/bref]", "트래픽이 아닌 견고한 브랜드 형성에 [bref desc="Zachary M. Seward, Ibid."]집중한다[/bref]"는 쿼츠의 철학이 새 앱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쿼츠 웨이(Quartz Way)’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놀랍게도 모바일 메시징 형식의 앱은 1년 전 쿼츠의 설계도 안에 ‘이미’ 있었다[사진5]. 이처럼 자신만의 일관성을 지키면서 미디어 환경 변화와 독자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 이를 남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도 ‘쿼츠 웨이’의 특징이다. 쿼츠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사진5]를 펼쳐 놓고 쿼 츠 앱을 사용해 보자. 힌트가 보일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월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3월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원고의 저자는 한운희 연합뉴스 미디어랩 기자입니다. <블로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콘텐츠 제휴를 맺고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신문과방송 원문은 미디어가온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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