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금융 서비스 발전을 말하면서 신한은행을 빼놓기 어렵다. 지난 200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도입했고, 2006년에는 금융기관 최초로 유닉스 기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 신한은행이다. 2013년엔 용인 죽전 디지털밸리 통합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은행, 카드, 생명 등 흩어져서 운영하던 금융 시스템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모바일 전문 은행 플랫폼 써니뱅크를 선보이며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나섰다.

최근 신한은행은 또 하나의 재미난 도전을 시작했다. 북미에서 영업 중인 인터넷뱅킹 홈페이지부터 클라우드로 옮겼다.

최병규 신한은행 ICT 본부장은 10월13일 진행된 '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행사에서 “북미 인터넷뱅킹 응답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생겨 원인을 파악해보니, 최근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문제였다”라며 클라우드를 고민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최병규 신한은행 ICT 본부장
▲ 최병규 신한은행 ICT 본부장

민첩성과 비용,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서 찾다

신한은행은 전세계 2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이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서비스 중이다. 해외 영업을 할 땐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바로 인터넷뱅킹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준비했다. 문제없이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하던 중 지난해 문제에 부딪혔다. 비대면 거래 부분을 개선하면서 사용자가 늘어나다 보니 북미 지역 인터넷뱅킹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생겼다.

당시 신한은행은 한국에 웹서버를, 미국엔 전자금융에 필요한 DB 서버를 두고 운영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다. 인터넷뱅킹을 운영하려면 방화벽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구축 비용이 들어간다. 초창기엔 국내 IT 자원을 활용해 인터넷뱅킹 서버를 구축하고,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 애플리케이션 서버와 DB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방식이 돈이 적게 들었다.

shinhan aws_2
▲ shinhan aws_2

그러나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해외에서도 인터넷 금융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렇게 구축한 시스템이 발목을 잡았다. 북미 사용자가 현지에서 신한은행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면, 미국에서 태평양을 타고 넘어와 한국 웹서버에 접속하고, 한국 웹서버는 미국 DB 서버에 접속해 정보를 확인하는 등 거래 한 건을 진행하는 데 6차례 이상 정보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오갔다. 이렇게 오가는 트래픽 양이 늘어나면서 데이터 지연 현상이 생겼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신한은행이 떠올린 방법은 2가지, 미국 현지에 IDC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진행하거나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옮긴 금융 회사가 많지만, 국내에선 이런 사례가 드물다. 신한은행은 과감히 클라우드에 올라탔다. 유지운 신한은행 ICT 기획부 부부장은 "비즈니스 민첩성과 보안 때문에 클라우드로 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현지에 직접 웹서버를 구축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시간과 돈만 있으면 되더군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서비스 구축까지 최소 6개월이 필요합니다. 생각해보니, 현재 20여개국에 진출해서 서비스 중인데, 각 나라에서 트래픽이 늘어날 때마다 현지에 구축하는 건 좋은 사례가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혁신적인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가 클라우드입니다."

▲  유지운 신한은행 ICT 기획부 부부장
▲ 유지운 신한은행 ICT 기획부 부부장

유지운 부부장이 처음부터 클라우드를 떠올린 건 아니다. 현지 구축 외에도 국내 웹서버를 늘리는 방법도 고민했다. 트래픽 최적화를 위해 회선을 늘리거나 CDN 서비스를 도입할까도 고민했다.

“어느 날 뜬금없이 클라우드를 떠올린 건 아닙니다. 특히 국내 제1금융권 시스템 대부분이 유닉스인 가운데 클라우드로 가기란 쉽지 않지요. 다행히도 우리는 지난해부터 인터넷뱅킹 웹서버를 시작으로 유닉스를 리눅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규 구축 웹서버를 유닉스로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리눅스를 고민하다 보니 클라우드가 답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한은행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북미 리전(버지니아)에서 신한은행 북미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웹서버와 WAS를 AWS로 전환했다. AWS 웹서버 2대를 이용해 이중화 작업을 완료했고, 미국 앱서버와 DB서버는 그대로 둔 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로 시스템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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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inhan aws_3

인터넷뱅킹 서비스, 클라우드로

“도입 전에는 망 안전성 때문에 응답속도가 들쭉날쭉했는데, 도입 후 시험해보니 응답시간이 일정해지더군요. 서비스 이전 후 성능 향상이 5배 정도 이뤄졌습니다. 현재 내부 테스트가 진행됐고, 다음 달이 되면 정식으로 클라우드를 활용한 신한은행 북미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유지운 부부장은 이번에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뱅킹 서비스 중 일부에 클라우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규제 문제가 해결되면, 고객 유연성 문제가 적은 업무 중심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국내 금융권이 인터넷뱅킹 환경에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쉽지 않다. 규제 부문 문제가 풀려야 한다. 지난해 11월 초 ‘K-ICT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 얘기가 나왔지만, 전자금융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지난 6월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권도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다’라는 취지에 ‘전자금융감독규정 일부 개정규정안’ 변경을 예고하면서 상황이 고무적이다.

그동안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는 물리적 망 분리 등 관련 규제로 사실상 클라우드를 도입할 수 없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 신용정보 등 고객정보 처리 시스템을 제외한 전산시스템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이젠 금융회사가 지정한 클라우드 활용 시스템을 통해 물리적 망 분리 등 규제 적용대상에서 빠지면서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길 수 있다.

신한은행도 이 부문을 주목하고 있다. 최병규 본부장은 “국내 금융 규제가 풀리게 되면 국내에서 클라우드 도입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고객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적은 업무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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