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 기본료 인하를 두고 정부와 미래부, 이동통신사는 그 어느때보다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출처 : Pixabay 'Dniyer' CC0
▲ 통신 기본료 인하를 두고 정부와 미래부, 이동통신사는 그 어느때보다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출처 : Pixabay 'Dniyer' CC0

통신비 인하는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이슈다. ‘반값 통신비’ 등 새로운 정권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세우지만, 번번이 이동통신사 하소연에 막혀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 민간인 기업에 정부가 나서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만큼, 시장 논리로만 따지면 풀어나가기 쉽지 않은 주제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다르다. 단호하면서 꾸준히 ‘통신 기본료’ 부담을 줄일 것을 요구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5일, 이달 1일, 지난 10일 이어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업무보고에 사실상 퇴짜를 놨다. 이어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부문을 담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기본료 폐지 대안 없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낮추라는 정부 vs 안된다는 미래부·이통3사

미래부는 지난 10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공용 무료 와이파이 확대, 한국·중국·일본 3국 간 로밍요금을 없애는 방안, 저소득층 통신요금 경감을 위한 각종 혜택 확대 등을 담은 세 번째 보고를 올렸다. 기본료 폐지 방안에 대한 내용은 빠진 채였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기본료 폐지 없이는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을 지키기 어렵다”라며 “이동통신3사의 독과점 구조로 인해 자발적 요금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해 사실상 미래부와 이동통신사를 압박에 나섰다.

미래부와 이동통신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정부 입장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미래부는 “이동통신 3사가 책정한 금액을 정부가 나서 법적으로 요금을 내리게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기본료 폐지가 어렵다”라고 맞서고 있다. 이동통신사 업계 역시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한 해 수익 감소액이 약 7조원으로 추산된다"라며 "이미 저소득층을 위한 요금제가 있는 만큼 통신 기본료 폐지는 쉽지 않다"라고 하소연이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통신요금 인하 얘기는 이명박 정부 공약에서 시작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가계통신비를 20% 인하하겠다고 나섰다. 박 전 대통령도 반값 통신비를 내세우며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무엇하나 공약대로 실현된 것은 없다. 이명박 정권 당시 통신사는 가족할인, 결합할인 정책을 내세우며 이동통신 요금을 유지하고 IPTV나 유선전화, 초고속 인터넷 요금을 묶어 파는 대안을 제시했다. 10초 기준으로 과금했던 이동전화 요금에서 초당 요금제로 바꿨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엔 일차적으로 가입비를 40%씩 내리고, 단계적으로 2015년까지 가입비를 폐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2015년 19년 만에 이동통신 가입비를 완전히 폐지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를 체감하긴 어려운 규모였다.

이동통신사는 매번 영업이익이 악화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현재 이동통신 3사에서 표준요금제를 채택한 가입자는 약 220만여명으로,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4% 수준이다. 당장 표준요금제 기본료가 폐지되면, 이동통신사는 연간 약 2900억원의 수익이 준다. 영업이익 감소해 즉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입장은 다르다. 특히 통신기본료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참여연대 측은 "기본료 폐지는 마케팅 비용·배당금 축소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이동통신사는 2016년 한 해 동안 마케팅 비용으로 7조6187억원을 지출했으며, 연간 기본료 총액을 6조6천억 원 정도로 추산됨을 고려해볼 때 마케팅 비용만 줄여도 기본료 폐지는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미래부는 연일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고 이동통신 3사 임원과 함께 합리적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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