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받는 서비스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 나라에서 많은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며 다양한 전문 영역을 파트너와 함께 서비스하는 회사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과 인공지능이 잘 되면, 카카오가 가장 미래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과장하면, 제가 미국에 가서 ‘미래를 보고 싶으면 한국에 와서 카카오를 보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기자들과 마주보고 섰다. 2015년 10월 제주도 본사에서 가진 간담회 자리 이후 꼭 2년 만에 공식석상에 나왔다. 카카오는 ‘T500’이란 행사를 정기적으로 연다. 임지훈 대표와 주요 임원들이 직원들과 중요한 사항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문답이 오가는 사내 행사다. 카카오는 이 행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직원 대신 기자들을 불렀다. 9월20일 카카오 판교사옥에서 열린 ‘프레스 T500’ 행사엔 보도자료도, 발표자료도 따로 없었다. 질문과 답변만으로 2시간30분이 훌쩍 지났다.

마침 이날 오전, 카카오는 공들여 추진 중인 ‘인공지능 생태계 구조도’를 외부에 공개했다. 임지훈 대표는 카카오 인공지능 서비스의 청사진부터 주요 카카오 서비스와 플랫폼, 경영 전반에 관한 얘기까지 두루 쏟아냈다. 전문경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카카오의 현재를 들여다보기 좋은 기회다.


인공지능



“카카오 인공지능, 누구나 쓰시도록.”



연결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카카오의 미션이자 비전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과 소상공인이 직접 개발하기엔 참 어려운 기술이다. 음성인식, 합성, 대화형 처리 인터페이스 이해, 컴퓨터비전, 자연어 처리, 번역 등 모든 것이 각자 개발하기엔 불가능하다. 카카오는 ‘카카오 오픈빌더’로 우리가 가진 좋은 기술을 대한민국 모든 파트너들께 API를 열어 좋은 기술을 제공해드리고자 한다. 카카오 인공지능 기술을 가져다쓰는 파트너사엔 우리가 ‘카카오 인사이드’로 보증해드린다. 이 경험이 익숙해지면 3개월, 1년 뒤에는 어디 가더라도 카카오 인사이드 표시가 있으면 내가 뭐라고 하거나 제스처 할 때 동일한 경험이 나올 거다. 그런 측면에서 생태계 만드는 것이다.



“카카오는 플랫폼에, 카카오브레인은 보다 원천기술에 집중한다.”



‘카카오 I’를 리드하는 곳은 카카오 내부 AI부문이다. 총괄은 김병학 부사장이다. 플랫폼이 되는 영역을 담당한다. 김범수 의장이 맡고 있는 카카오브레인은 보다 원천적인 걸 고민한다.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관련 논문을 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치로 내건다. 두 개의 축으로 돌아간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11월24일 오전 서울 쉐라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네이션2014' 기조 연설 무대에 올랐다
▲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11월24일 오전 서울 쉐라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스타트업네이션2014' 기조 연설 무대에 올랐다


“어떤 곳과 비교해도 기술이 후지다고는 못 느낄 것이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이 전국적 화두가 됐다. 다음은 2010년 포털에서 음성인식과 음성검색을 대한민국 최초로 제공했다. 콘텐츠 추천 시스템 ‘루빅스’가 적용된 지도 3년이 됐다. ‘꽃 검색’도 딥러닝이다. 저희 기술, 좋다. 어디와 비교해도 기술이 후지다는 건 못 느끼실 것이다. 챗봇이 화두가 된 지 1년이 넘었다. 기똥찬 거 보신 적 있나? 저는 못 봤다. 여러가지가 함께 동작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사례가 하나 나오는 게 중요하다.

▲  '꽃 검색'
▲ '꽃 검색'


“카카오미니 예약판매 사태, 준비 미흡했다.”



카카오미니 예판시 접속불량 사태는 죄송한 일이었다. 이번 예판은 카카오미니를 기다리는 분들께 드리는 선물이었다. 조건이 좋았다. 카카오이기에 조금 더 기대하는 것도 있었다고 본다. 좀 더 철저히 준비 못했던 면이 있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꼭 기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뒤에 연결되는 수많은 서비스가 어떤 게 있냐가 중요하다. 그 측면에서 카카오가 좀 잘 할 수 있다 생각한다. 카카오는 다양한 사업을 한다. 차근차근 업데이트될 것이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카카오라면 이 좋은 기술과 연결되 ㄴ서비스가 결합되면 어떨까 상상하는 게 하나씩 될 것이다. 한꺼번에 하기엔 리소스 이슈 있으니 순차적으로 될 것이다. 미니도 많이 기대해주시고. 자주 업데이트될 것이다.


플랫폼 & 서비스



“플랫폼은 국내로, 콘텐츠는 파트너와 함께 해외로.”



카카오톡은 왜 해외 진출 안하는지 많이 묻는다. 전세계 메신저는 이미 국가별로 정리됐다. 한 국가의 첫 번째 메신저로 거의 모든 국민이 매일 오는 플랫폼이 중요하다. 카카오톡으로 해외 진출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털 다음도 콘텐츠가 다 한국어이고 국내용이다. 검색으로 보면 전세계 대부분을 구글이 장악하고 있다. 이 역시 쉽지 않다. 2010년부터 씨를 뿌리고 열심히 한 게 있다. 대한민국이 강한 걸 가지고 해외 나가자, 이거다. 대한민국은 콘텐츠가 강하다. 준비를 조금씩 해왔다. 게임은 우리 파트너 개발사인 ‘검은사막’이 북미와 유럽에서 큰 성과 냈다. 카카오재팬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자회사인 로엔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쪽 뮤직 플러스 알파 유통 고민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중국에서 텐센트와 손잡고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는 대한민국 콘텐츠의 힘을 믿고, 접점도 있다. 우리 파트너가 해외에서 큰 성과 내도록 도울 수 있다. 콘텐츠 사업에서 해외 비중이 커질 거란 믿음은 있다. 플랫폼은 국내에서 뻗고 콘텐츠 사업은 해외에서 파트너가 성공하도록 돕는다.



“동영상 서비스, 저희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 안 한다.”



동영상 서비스는 저희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 안 한다. 동영상은 하나의 포맷이다. 그 안에 TV 드라마와 영화, 짧은 웹드라마, 스포츠 중계, BJ 라이브, 재미있는 영상, 노하우 등 수도 없이 많다. 우리가 잘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 1년 정도 뒷단을 작업한 건 ‘라이브’다. 카카오톡과 가장 잘 연결되는 맥락이다. 내가 라이브 방송을 보고 싶을 때 미리 구독하면 시작할 때 알림 오면 보면 된다. 같이 대화도 나눌 수 있고. 그 뒷단 시스템을 정비하고 만드는 걸 지난 1년 동안 했다. 그렇게 5월에 카카오TV 오픈했다. 모든 분야에서 어떻게든 따라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포털 다음을 카카오로 변경? 논의한 적 없다.”



시너지는 억지로 결합한다고 나지 않는다. 카카오톡은 기본적으로 메신저다.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건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다 연결했다. 나머지 두 개의 큰 축이 콘텐츠 소비와 액션의 완결이다. 그게 카카오톡에서 다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처음 카카오톡 채널의 핵심 역할이 다음 포털의 수많은 콘텐츠다. 지금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처음엔 재미있는 짤방 같은 걸로 채워졌다. 그 다음 정통 미디어가 조금씩 들어갔고, 이제 다음의 많은 콘텐츠가 들어갔다. 다음과 카카오의 시너지는 눈에 안 보이는 게 많다. 카카오는 로컬 정보 없었다. 메신저만 있었다. 로컬 정보는 중요하다. 카카오택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완전 똑같은 걸 어느 날 카카오로 브랜드만 바꾼다고 성과가 확 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경영



“분사는 전략이 아니라 도구다.”



초기엔 CXO 체제로 갔다. 제가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리스크가 컸다. 그러다가 2016년 3월에 첫 부문체제가 나왔다. 부문장은 각 부문의 CEO란 마인드로 가자. 자연스레 분사로도 연결된다. 분사는 전략이라 볼 순 없다. 분사는 도구다. 우리 첫 분사가 카카오프렌즈였는데, 다음웹툰이 포도트리로 분사해 들어갔다. 카카오페이지란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있고 다음웹툰 있는데, 이게 왜 따로 있을까. 같이 있음 경쟁력 있을 텐데. 페이도 마찬가지다. 알리페이란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 플러스 현금 2400억원이란 부수익까지 나왔다. 이 조건이라면 좋은 것 같다 판단해 분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좋은 파트너와 함께 5천억원을 마련했기에 분사했다. 사업에서 성과를 잘 내기 위해선 요소가 갖춰질 때 분사 카드를 쓸 수 있다. 현존하는 조직을 분사하는 건 애매한 면이 있다.



“대표 교체설?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제 역할 한 것.”



제가 2년 동안 외부에 모습을 안 보였다. 내부에서 충분히 한 번이라도 우리 리더나 크루와 만나 얘기하고, 그분들이 더 좋은 성과 내기 위해 리소스를 배분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기사에서 임지훈 대표 교체설 같은 게 나오기도 했다. 그런가보다 했다. 오히려 그런 거 신경쓰며 성과 못 내는 게 훨씬 부끄러운 일이다. 제게 중요한 건 외부 이용자와 내부 크루가 ‘저 사람이 하는 얘기는 충분히 고민하고 우리 얘기 충분히 들어줘서 나온 얘기일 거아’라는 신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O2O 사업에 대한 시행착오는 동의한다. 카카오드라이브 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우리가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가 하려는 건 대리운전이 아니라 그 시장이 이슈가 좀 있었고 우리가 들어감으로 인해 실제 생업에 종사하는 대리기사님들에게 도움 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들어가면 잘 될 줄 알았다. 초반에 제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잘 안 됐고 제 판단미스란 걸 깨달았다. 우리가 잘 하는 걸 해야겠다. O2O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모빌리티를 잘 하고 나머지는 플랫폼으로 해야겠다. 그래서 오랫동안 준비한 서비스를 접었다. 그 과정도 고통스러웠다. 그 부분이 시행착오였다. 거꾸로 그 결정 때문에 카카오가 집중해야 할 영역이 더 뾰족해진 효과도 있다.


금융



“카카오뱅크가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카카오뱅크는 이렇게 잘 될 줄 저는 몰랐다. 이제 두 달 쯤 됐다. 우리 예상보다 훨씬 큰 성과 냈다. 국민의 열망이 컸고, 우리가 서비스 잘 만든 측면도 있다. 기업금융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산업 자체에서 큰 혁신을 일으키려는 사업이다. 카카오페이는 우리 고객이 매일 접속하는 카카오톡을 통해 더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금융사와는 어디든 연결된다. 이 두 축으로 봐주면 좋겠다.


규제



“카카오톡 예약 전송? 기능 아니라 조직의 문제다.”



고용노동부에서 카카오톡 예약 전송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기능 지원 문제는 내부에선 논의 안 되고 있다. 근데 이게 ‘카톡금지법’이란 이름으로 기사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구글 금지법, 페이스북 금지법 하면 어떤가. 이게 어떻게 이런 식으로 프레임이 짜여질 수 있을까. 이건 연결되지 않을 권리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어젠다다. 문자도 보낼 수도, 이메일로 보낼 수도 있다. 톡을 할 수도 있다. SNS로 할 수도 있다. 카카오톡 기능 잘 보면 방마다 방해금지 할 수 있다. 특정 시간 이후엔 나에게 알리지 않게 할 수도 있다. 굳이 예약전송 안 만들어도 된다. 그건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다. 사회 주제다. 기능 하나 추가하고 빼고의 문제는 아니다.

▲  | 한국에서는 퇴근 후 ‘카톡’을 통한 업무지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없다.)
▲ | 한국에서는 퇴근 후 ‘카톡’을 통한 업무지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없다.)


“혁신의 운동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똑같이 뛰게 해달라.”



요즘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많이들 쓰신다. 1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그때 썼던 외국 서비스가 뭐가 있나. 지금 하루에 쓰는 인터넷·모바일 서비스와 비교하면 지금 정말 많은 글로벌 기업이 있다. 포털 뉴스를 글로벌 서비스로 보기도 한다. 이런 게 좀 헷갈린다. 이게 유통파워가 큰 곳도 존재하는데 왜 국내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만 강한 챌린지를 받아야 하는가. 여러 규제들이 있다. 특별히 우릴 이뻐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만 했으면 좋겠다. 글로벌 기업들이 혁신해 나갈 수 있는 운동장에 우리도 똑같이 뛸 수 있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많이 한다. 데이터 비용이든 요금이든 동일하게 취급해달라는 것이다. ‘토탈 타임 스펜트’란 말을 저는 좋아한다. 인터넷 서비스는 결국 시간점유율 싸움이다. 우리보다 몇 배 큰 글로벌 기업이 느는 것만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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