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핸드’라는 앱을 아시나요? 유기동물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앱일 겁니다. 포인핸드는 유기동물을 입양하거나 실종동물을 찾을 때 쓰는 앱입니다.

▲  사진=포인핸드 블로그
▲ 사진=포인핸드 블로그

전직 수의사인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취미로 앱 개발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2013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이 느낀 점을 토대로 유기동물 앱을 만들게 됐죠. 유기동물을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본업과 1인 개발을 병행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앱에 애로사항이 있어도 차근차근 업데이트될 수밖에 없었죠. 결국 그는 지난해 수의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논란으로 얼룩진 서울시 오픈소스 프로젝트

문제는 이환희 대표가 올해 1월 말, 서울시 공공 앱 오픈소스 프로젝트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작 소식을 접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앱의 이름은 ‘파파오’, 서울시 공공 앱 오픈소스 프로젝트 경진대회가 내건 주제 ‘Hello 펫! 유기동물 : 유기견 보호소 위치 안내 및 커뮤니티 운영’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 공모전 최우수상에 선정됐습니다.

해당 대회는 수상작의 오픈소스 및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시민생활에 적합하도록 기능 개선을 통해 시민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 앱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대회입니다. 최우수상에게는 1천만원의 상금이 부여되며 수상작의 소스코드는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됩니다. 앞서 말한대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이환희 대표는 서울시 모바일 플랫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파파오의 기획서와 최종 앱 홍보영상을 확인하고는 파파오가 포인핸드의 기능과 화면구성을 본따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환희 대표는 서울시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  사진=포인핸드
▲ 사진=포인핸드

▲ 사진=포인핸드
▲ 사진=포인핸드
▲ 사진=포인핸드
▲ 사진=포인핸드
▲ 사진=포인핸드
▲ 사진=포인핸드

그는 “전체적인 기능이 동일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기획서 18페이지 한 상세화면의 UI는 포인핸드를 켜놓고 베낀 듯 일치했다”라며 “최종 앱 홍보영상에는 기획서에는 없던 유기동물 통계 기능(*포인핸드 핵심 기능)마저 추가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민원 신청을 넣었으나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습니다.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답이었습니다. <블로터>가 서울시 담당부서에 문의한 결과도 같았습니다.

“알아봤을 때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최우수상 선정을 했는데, 포인핸드 쪽에서 모방했다, 표절했다는 식으로 해서 취소할 사유는 아닌 것 같다. 저작권 침해가 돼야 선정 취소하는 거다. 심사위원이 저작권 침해되는지 미리 다 확인해본다. 그게 아닐 때 선정하는 거고, 앱이 한두개도 아니고 화면이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이라 할 수도 없고.

소스코드가 동일하면 저작권 침해다. UI 화면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안 된다. 서명을 100명하든, 1천명하든,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그렇다."


그럼 저작권은 어디까지 인정되나

그렇다면 앱이나 UI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 걸까요? 소스코드가 똑같아야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걸까요? 그리고 UI는 정말 저작권 보호가 안 되는 영역에 해당하는 걸까요?

신창환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센터 법률상담관은 “표절을 주장하는 앱과 아니라는 쪽의 소스코드는 다를 수 있다. 소스코드가 완전히 똑같아야만 하는 건 아니다”라며 “음악도 일부분이 같아도 표절 시비가 붙는 것이다. 전체가 똑같아야 표절이라면 누구나 (표절임을) 잡(아내)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UI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누가 봐도 거의 유사한 형태로, 완전히 겹쳐지지 않더라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면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거죠.

“블로터 홈페이지도 들어가보면 조선일보, 한겨레와는 다르잖아요. 우리 기사를 어떻게 배치해서 보여주겠다, 그런 게 들어가 있는 거죠. 블로터와 똑같이 베껴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면 저작권법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들 앱의 독특한 기능이라면 저작권 침해다, 아니다 가려내기 쉽겠지만 UI의 저작권 부분은 좀 애매합니다. 앱과 UI는 저작물 분류도 다릅니다. 앱은 프로그램 저작물에 속하고, UI는 예를 들면 편집 저작물에 가깝습니다. ‘카달로그’ 같은 것이 편집 저작물에 속하죠.

▲  사진=포인핸드
▲ 사진=포인핸드

눈대중으로 보기에 비슷하면 다 표절이고 저작권 침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디자인이 있을 수 있고, 특별하지 않은 UI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죠.

마찬가지로 특정하게 ‘이것부터 표절이고, 이것부터는 표절이 아니다’라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에 가기 전까지는 누구도 판단하기 어렵단 얘깁니다. 신창환 법률상담관은 “(판단 범위가 넓기 때문에) 기준을 만드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소스코드나 UI도 마찬가지다. 저작권법에는 소스코드에 대한 정의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이 어떻다는 정의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앱이 출시된 것이 아니지 않나.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며 "포인핸드 쪽에서 모방했다, 표절했다는 식으로 해서 취소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돼야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서울시가 파파오 앱 출시까지 후속 지원을 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오픈소스 경진대회는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보지 않는 대회'라고 강조했습니다. 심사기준이 독창성이 아닌데, 유사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야 하냐는 겁니다.

“(서울시)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독창성, 창의성을 보는 게 아니고 기준 자체가 독창성이 아니다. (수상작이) 민간 앱으로 출시할 수는 있다. 참고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모방에서 창조가 나오는 것이다.”

비슷한 문제제기, 72초TV에서도 나왔다

최근 72초TV도 비슷한 문제에 휩싸였습니다. 성지환 72초TV 대표는 케미캐스트가 제작한 웹드라마 '대학일기'가 72초TV의 '이너뷰'와 상당부분 유사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대학일기' 크레디트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콘텐츠코리아랩 등 공공기관의 이름이 올라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을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사진=성지환 72초TV 대표 페이스북
▲ 사진=성지환 72초TV 대표 페이스북

그러나 <이코노믹 리뷰>가 3월16일 보도한 '72초TV와 케미캐스트 콘텐츠 표절 논란 '점입가경''에 따르면 부산영상위원회는 제작비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케미캐스트 김효정 대표 역시 입장문에서 “제작비를 지원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EXE77Da8kE

https://www.facebook.com/chemycast/videos/842477382602580/

케미캐스트 김효정 대표와 '대학일기' 김민석 감독은 '대학일기'는 유사성은 인정하나 보편적인 업계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며 영상 구성과 흐름 등은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영역이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3월20일 성지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72초는 이번 케미캐스트와의 사안이 단순한 ‘표절공방’으로만 이슈화되는 것이 심히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표절’은 법리적인 영역의 문제”이고 “법리적인 문제를 판단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행사하는 주체는 법무 기관들”이기 때문에 “애초에 표절은 저희가 자체적으로 판가름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성이 모두 동시에 찾아진다면 여기에는 과연 어떤 설명을 붙여야 할까요? 법리적으로 표절이 아니라는 경계만 지킨다면, 이 상황은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요? 이것이 바로 저와 72초가 업계를 향해 던지고 싶었던 화두였고,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본질이었습니다.”

이어 그는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창작자들이 설 곳을 잃어간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성 대표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은 "'대학일기'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콘텐츠코리아랩의 제작지원 크레딧을 달고 있는 것"이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케미캐스트는 최근 언론사 인터뷰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만, 케미캐스트의 해명이 있기 전까지 제작지원 크레딧 상에 노출된 공공기관들이 당연히 <대학일기>의 기획 및 제작에 관여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콘텐츠 산업에 관련된 정부 기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장의 포화를 막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능성의 개척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부 기관들은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장려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이러한 의견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자사의 콘텐츠와 여러 방면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대학일기>가 정부의 지원금으로 제작되었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고 씁쓸했습니다.

이러한 업계 상황과 관련 부처에 대한 아쉬움을 공론화하고자 <이너뷰>와 <대학일기>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포스팅을 작성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제작지원 크레딧 상에 노출된 공공기관들이 <대학일기>의 제작에 관여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안을 통해 업계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포인핸드’로 돌아가 보자
"공공기관 경진대회 기준 자체가 독창성이 없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앱 개발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다.”

파파오의 앱 기획안이 포인핸드와 과연 얼마나 비슷한가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시 경진대회 수상팀인 파파오 쪽 의견도 듣고 싶었지만 연락처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전해들을 순 있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파오) 팀에선 알고 있다. 저작권 침해도 모방도 아니라고 한다. 포인핸드를 참고한 거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파파오도 포인핸드를 참고한 점을 넘어 자신들이 생각한 바를 앱에 담아낸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몇 발짝 뒤로 물러나 생각해볼까요? 포인핸드가 가장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이겁니다. 왜 공공기관의 경진대회가 ‘독창성’은 보지 않는다 말하는가.

서울시 공공 앱 오픈소스 프로젝트 경진대회는 시민의 지속적이고 자생적인 활동으로 공공 앱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립하고자 개최된 대회입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만든 앱이 아니라, 모든 앱이 그 대상에 포함된다는 게 문제죠. 심사위원이 공개되지 않아 심사기준도 명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좀더 투명하게 공개됐다면 어땠을까요?

시민을 생각하는 마음은 좋습니다만 그 안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보다 섬세한 접근을 하는 게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환희 대표의 말처럼요.

“사용자들은 우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알아요. 피드백을 받으면서 그렇게 온 건데. 여러 방법을 찾아봤는데 법이 보장해주는 건 없더라고요. 민사적으로 변호사 선임해서 이의제기해서 하나하나 증명해야 하는데 변호사 선임하기에는 몇 백만원 돈이 들고 (포인핸드) 업무에도 방해가 되니까.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는 입장인 거예요. 분명히 잘못된 건데.

혼자 생각하려다 다른 고생한 개발자들이 피해보는 사례가 생길 것 같았어요. 인디게임 경진대회에서는 이런 의혹이 제기되니까 자체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유사성만으로도 수상 취소했던 사례도 있더라고요. 독창성을 보기만 한다면 저작권법 위반을 떠나서 해결될 수 있을 텐데. 과연 공공기관 경진대회가 창의성과 독창성을 무시해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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