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툰이 영상화 된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나만 알고 있던 최애(최고로 아끼는)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 때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불안과 기대감이 공존한다.

지난 3월 종영한 '이태원 클라쓰'는 당초 웹툰만큼 재밌을지 몰라 걱정을 받기도 했지만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을 얻었다. 웹툰발 드라마는 훈풍을 거듭하며 '나노리스트', '쌍갑포차' 등 다양한 작품들이 드라마로 제작됐고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웹툰의 가장 큰 매력은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스토리다. 또한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순수 창작극보다 제작기간이 짧고 흥행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마니아층도 존재한다. 제작사나 투자사가 군침을 흘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왼쪽부터 D.P.,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네이버웹툰, 레진코믹스, 넷플릭스
▲ 왼쪽부터 D.P.,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사진=네이버웹툰, 레진코믹스, 넷플릭스

급기야 세계 최대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마저 K-웹툰에 푹 빠졌다. 지난해 천계영 작가의 다음 웹툰 연재작 '좋아하면 울리는'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영하면서 한국 웹툰에 대한 IP(지적재산권)의 힘을 체득한 이후다. 장르의 다양성 및 재미를 추구하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K-웹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최근 넷플릭스의 행보를 보면 한국 웹툰 IP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스위트홈',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D.P'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웹툰 IP를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웹툰 '스위트홈'은 지난해 12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확정하고 촬영을 진행 중이다. 김칸비·황영찬(글·그림) 작가의 원작 웹툰은 부모를 잃고 절망의 세상에 비관해 스스로를 고립시킨 소년이 한 아파트로 이사하며 겪는 기괴한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탄생할 스위트홈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기괴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작품은 tvN 드라마 '도깨비'를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강, 이진욱, 이시영, 이도현, 고민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해 관심을 모은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스튜디오N이 제작을 맡았다.

주동근 작가의 공포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도시 속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극한의 상황을 겪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윤찬영(청산 역), 박지후(온조 역), 조이현(남라 역), 로몬(수혁 역), 유인수(귀남 역) 등 신예로 구성된 출연진이 합류해 색다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필름몬스터와 JTBC 스튜디오가 공동으로 제작한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을 연출하는 연상호 감독. /사진=넷플릭스, 씨네21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을 연출하는 연상호 감독. /사진=넷플릭스, 씨네21

또한 넷플릭스는 네이버웹툰 '지옥'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한다. 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의 작화와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를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시리즈물로 재탄생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예고 없이 등장한 사자로부터 지옥행을 선고받은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을 담아내 흥미를 더한다.

지옥의 경우 웹툰 연재 당시부터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작화로 호평을 받았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도 최 작가와 연 감독이 공동 각본을 쓰며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연출도 연 감독이 진행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서울행'-영화 '부산행'-'반도'로 이어지는 좀비 3부작의 스토리 라인만큼의 임팩트가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보통 작가의 레진코믹스 웹툰 'D.P. 개의 날'도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았다. D.P. 개의 날은 '탈영병 잡는 군인'인 헌병대 군무이탈체포전담조의 시선을 통해 군대에서 탈영까지 내몰리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얘기한다. 연재를 시작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약 1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tvN 드라마 '방법'을 제작한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맡아 'D.P.'라는 타이틀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넷플릭스가 웹툰 IP를 공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 시 "재미를 우선 가치에 두고 다양한 IP 홀더와 계약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창작자 및 제작사의 제작 환경을 지원해 보다 창의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고 유통하는데 주력하지만 핵심은 '다양성과 재미'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 마니아층까지 확보된 웹툰 컨텐츠가 안성맞춤인 셈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해외에서 K-컨텐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웹툰도 최근 조명 받는 분야"라며 "K-웹툰은 서사가 좋고 그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투자 및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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