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 이어 네이트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악플과의 전쟁’ 돌입한 포털

클린봇, 음표 치환 등 ‘인공지능(AI)’ 기술로 대응

네이트가 오는 7일 연예뉴스 댓글창을 막는다. 카카오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올해 3월부터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악성댓글(악플)’로 고통받는 연예인이 늘어나고, 댓글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 같은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연예뉴스에 한정된 정책이지만, 정치·사회 등 다른 분야의 뉴스 댓글에서도 혐오표현·욕설·악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포털 기업들은 사용자의 댓글 이력 공개, 인공지능(AI) 필터링 적용 등 기술적·정책적 조치로 악플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악플전쟁’ 초강수 둔 카카오...댓글 개편으로 악플 ‘뚝’

“악성댓글이 공론의 장을 해치고 있다.” 첫 발을 뗀 건 카카오였다. 지난해 10월 여민수,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수 겸 배우 최진리(설리)의 사망을 계기로 악성댓글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이후 나온 발표였다.

이날 여민수 공동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댓글 서비스의 시작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한다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그에 따른 부작용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회나 정치뉴스와 달리 연예뉴스는 인물 그 자체를 조명하는 면이 강하고, 개인에 대한 악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댓글 서비스 중단을) 진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2월26일 포털 다음과 카카오톡 탭의 뉴스 댓글 서비스에서 댓글 신고 기준에 ‘차별·혐오’ 항목을 추가했다. ‘덮어두기’, ‘접기’로 댓글 영역의 노출을 관리하는 기능도 신설했다. 카카오 측은 “욕설 또는 비속어가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불쾌감을 주는 댓글이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조치됨으로써 댓글 환경이 청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욕설 및 비속어를 포함한 댓글은 20% 이상 감소했다. 카카오는 AI을 활용해 댓글의 욕설 및 비속어를 필터링해 음표 모양(♩♪)으로 바꿔주는 기능을 운영하고 있는데, 댓글 개편 후 음표 치환된 댓글이 이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댓글 순서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카카오가 도입한 ‘추천댓글’ 정렬은 전체 댓글 가운데 일정 수 이상의 찬성을 받은 댓글을 임의 순서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기존 기본정렬 방식에 비해 이용자들이 더 다양한 댓글을 발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건강한 공론장’이라는 댓글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욕설 거르고 맥락 읽는 네이버 ‘클린봇’

네이버는 연예뉴스 댓글 폐지에 회의적이었다. 다음에 비해 뉴스 서비스가 플랫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전격적인 변화보다는 기술적 조치로 부작용을 최대한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9년 4월 네이버가 선보인 AI 기술 기반의 ‘클린봇’은 불쾌한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겨주는 기능이다. 네이버는 우선 스포츠, 연예, 웹툰 및 아동용 서비스인 쥬니버에 클린봇을 도입했다. 11월부터는 전체 뉴스에 적용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악플이 근절되지 않자, 올해 3월 네이버는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유봉석 네이버 뉴스서비스 운영 총괄은 “연예뉴스 댓글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연예인의 인격권 침해 문제에 대해 책임을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의 기술적 노력만으로 연예인들의 고통을 해소하기엔 아직 부족함을 인정한다. 구조적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연예뉴스 댓글을 닫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댓글 이력을 공개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3월부터 댓글 작성자가 댓글을 처음 작성한 날짜, 댓글과 답글 작성 수, 지금까지 받은 공감 수, 최근 받은 공감 비율, 본인이 최근 삭제한 댓글 비율을 제공 중이다. 지난 5월 한국언론진흥재단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개편 이후 네이버 댓글은 약 41% 감소했다. 특히, 정치 뉴스 댓글은 57%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클린봇이 문장의 맥락을 탐지해 모욕적인 표현을 걸러낼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했다. 기존 악성댓글 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약어와 오탈자가 많은 구어체 댓글을 분석해 이를 탐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측은 "하나의 비속어에 대해 많게는 10만개 이상의 변칙어가 존재한다. 클린봇만으로 100%의 악성댓글 감지 효과를 기대하기엔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며 "최대한 많은 악성댓글을 탐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AI 모델을 결합하고 빅데이터 학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클린봇이 악성댓글을 반복 작성하는 이용자를 인지하면 일정기간 동안 댓글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반복 정도에 따라 작성할 수 있는 댓글과 참여할 수 있는 공감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악플 근절을 위해 댓글 공간 자체를 없애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댓글은 공론장 역할을 하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악플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악플을 상습적으로 다수 작성하는 이용자의 정보가 공개되도록 하고, 네이버 다음 네이트에서 사용한 댓글 목록을 공통수집하도록 한다면 악플러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직접 글을 읽은 이들에게만 댓글을 남기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 운영 및 관리에 공력을 들인다면 악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 기업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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