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업계의 시선이 SNK에 쏠렸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SNK를 인수한다는 <블로터>의 최초 보도 이후, 글로벌 게임 웹진이 관련 이슈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이는 중동의 '오일머니'가 게임업계에 유입되는 사례이자, 사우디가 게임 산업에 투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가 놀란 SNK 인수계약

지난 26일 <블로터> 취재 결과 '일렉트로닉 게이밍 디벨롭먼트 컴퍼니(EGDC)'가 SNK와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계약으로, EGDC SNK 주식 606만5798주를 2073억4572만원에 사들일 예정이다. 내년 1월 12일 관련 계약이 완료되면 EGDC는 SNK의 지분 33.3%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  (사진=SNK 홈페이지 갈무리, 편집=채성오 기자)
▲ (사진=SNK 홈페이지 갈무리, 편집=채성오 기자)

특히 이번 계약은 인수 주체가 밝혀지며 더 큰 관심을 받았다. EGDC는 사우디의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의 재단이 지분 100%를 소유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SNK가 '오일머니'를 등에 업게된 만큼 기존 경영권 및 사업 계획에 대한 변화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관련 보도 이후 글로벌 게임 웹진들도 일제히 SNK의 동향에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게임웹진 <코타쿠>는 <블로터> 보도를 인용하면서 SNK의 지분 변동에 대한 히스토리를 조명했다. <코타쿠>는 "SNK 게임이 중국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이번 인수는 합리적이었다"며 "한국 소식통을 통해 보도를 전한 이유는 SNK가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한국 주식거래소인 코스닥에 상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북미 게임웹진 '코타쿠'가 '블로터' 보도를 인용한 뉴스를 게재했다. (사진=코타쿠 홈페이지 갈무리)
▲ 북미 게임웹진 '코타쿠'가 '블로터' 보도를 인용한 뉴스를 게재했다. (사진=코타쿠 홈페이지 갈무리)

이탈리아의 게임 웹진 <아이크류플레이닷컴>은 사우디 왕세자의 SNK 인수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아이크류플레이닷컴>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우디의 왕세자는 석유 무역과 관련된 영토 경제를 비중을 낮추는 대신 관광과 기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SNK 인수가 의미하는 바는 일본에 위치한 게임사의 IP와 캐릭터를 감안할 때 흥미롭다. 메탈슬러그 시리즈에 일부 시나리오에 중동 설정이 들어간 것을 보면 꾸준히 모니터링 해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대만 게임웹진 <4게이머스>는 "한국 언론은 EGDC가 순조롭게 최대주주가 된다면 SNK의 미래 사업과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측한다"며 "사실 빈 살만 왕세자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KOF) 팬으로, 과거 SNK와 많은 교류를 나눴다. KOF XIV의 다운로드 콘텐츠(DLC) 캐릭터인 나즈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도했다.

▲  블로터가 만든 표 이미지까지 차용한 대만의 게임웹진 '4게이머스'. (사진=4게이머스 홈페이지 갈무리)
▲ 블로터가 만든 표 이미지까지 차용한 대만의 게임웹진 '4게이머스'. (사진=4게이머스 홈페이지 갈무리)

북미 게임웹진 <게임렌트>도 사우디 왕세자의 사업 다각화에 주목했다. <게임렌트>는 "사우디의 게임사가 SNK에 대한 지배적 지분을 33.3%에 매입하는데 이 계약은 EGDC를 소유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며 "EGDC를 통해 사업 영역을 다양화 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사우디 왕세자 리스크도 뒤따라

SNK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게임업계에서는 '오일머니' 유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지만, 사우디 왕세자의 과거 전력이 변수로 떠올랐다.

현재 빈 살만 왕세자는 차기 왕위 계승이 유력한 인물이자 사우디의 국방부 장관 및 부총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외교 및 무역 실무에 대표자로 참석하는 데다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로 평가받는다.

▲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비전 2030 홈페이지 갈무리)
▲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비전 2030 홈페이지 갈무리)

SNK 인수 발표 당시에도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며 향후 글로벌 정세에 따른 사업 전개에 의문점을 표했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으로 교류했지만 조 바이든 당선자로 행정부가 교체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미국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 힘을 보태는 정책으로 우호관계를 증진시켰다. 반면 바이든 당선자의 경우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 관련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사우디의 인권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미국 언론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2018년에 발생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살해 배후로 사우디 왕실을 지목하고 있다. 앞서 미국 영주권을 가진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 왕실 문제를 비판하는 칼럼을 <워싱턴포스트> 등에 기고했다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주변에서 살해됐다.

▲  (사진=네옴 프로젝트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네옴 프로젝트 홈페이지 갈무리)

당시 관련 조사에 착수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사건의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다. 암살 현장 녹음 파일에 빈 살만 왕세자의 보디가드인 '마헤르 아불아지즈 알무트렙' 등 측근들의 목소리가 담겼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의 인권 문제도 위험 요소로 떠올랐다. 지난 7월 '리그 오브 레전드 유로피안 챔피언십(LEC)' 측은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네옴'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역풍'을 맞았다.

사우디 보안군이 네옴 사업을 위해 호웨이탓 부족을 고국에서 추방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퍼지면서 인권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소식 때문이다. 퇴거 명령에 불복한 부족민이 사살되는가 하면 현지 인권운동가도 빈 살만 왕세자 지지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LGBTQ+(소수자) 권리 짓밟기'에 나선다는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LEC와 라이엇 게임즈 측은 거센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계약 체결을 알린 다음 날, 관련 파트너십을 파기한 바 있다.

▲  SNK 인수 발표를 보도한 영국의 닌텐도라이프. (사진=닌텐도라이프 홈페이지 갈무리)
▲ SNK 인수 발표를 보도한 영국의 닌텐도라이프. (사진=닌텐도라이프 홈페이지 갈무리)

SNK 인수 계약을 접한 외신들도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영국의 <닌텐도라이프>는 SNK 인수 발표 보도에서 "사우디 왕세자는 세계 정치에서 논란이 많은 인물로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인권운동가도 감금·고문하고 지난해에는 민간인 37명을 집단 처형한 혐의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SNK가 공시를 통해 관련 소식을 발표했지만 계약금 여부는 명시하지 않아 내년 1월 내 계약이 미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빈 살만 왕세자가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인 만큼 최대주주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번 인수 계약을 보면 공개매수 등 세부 계약 조항까지 구체화된 것을 볼 때 내년부터 오일머니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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