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에게 현지 조사는 필수다. 현지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파악없이 해외에 진출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와 비용 등으로 인해 해외 시장 조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전문 기업 오픈서베이는 모바일 기반의 설문조사 플랫폼으로 이러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블로터>는 지난 26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오픈서베이 사무실에서 송경림 오픈서베이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을 만나 해외 설문조사의 노하우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  송경림 오픈서베이 부사장이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div>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오픈서베이)
▲ 송경림 오픈서베이 부사장이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오픈서베이)

19개 언어로 해외 설문조사…"비용·속도 강점"

송 부사장은 지난 2019년 4월 전직원들과 함께 미국으로 워크숍을 갔다. 그는 현지에서 한국의 각종 전자제품과 식품들이 판매되는 것을 보고 해외 설문조사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소비자들이 한국산 제품을 많이 이용하는만큼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과 설문조사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설문조사만 수행하던 오픈서베이는 곧장 해외 설문조사 플랫폼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설문조사에 응할 패널들을 보유한 파트너사들을 섭외했고 모바일 앱과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 툴을 해외 버전으로 마련했다. 오픈서베이는 2019년 7월 설문조사 영어 버전을 출시했고 이후 주요 언어들을 추가해 현재 한국어를 포함한 총 19개 언어로 설문조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오픈서베이의 해외 설문조사는 대면 조사 대비 저렴한 비용과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 대면 설문조사는 많은 조사 인력이 필요해 그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과거 기업이 대면조사를 설문조사기관에게 의뢰하면 국내는 3000만원, 해외는 1억원이 시세였다. 반면 모바일 앱 기반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하는 오픈서베이의 설문조사 비용은 이러한 시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설문조사 질문이 준비되면 패널들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오픈서베이 앱으로 알림이 간다. 패널들은 앱을 열어 질문에 답하고 결과는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때문에 기업들이 빠르게 설문조사의 결과를 알 수 있다. 설문조사의 구성을 시작해 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약 1주가 소요된다. 오픈서베이가 기업으로부터 설문조사 질문 번역본을 수령한 기준으로는 기업은 약 48시간 내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송 부사장은 모바일 앱 기반의 설문조사에서 '질문을 잘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았다. 설문 응답자가 설문조사의 의도와 질문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잘 설계해야 한다. 때문에 설문조사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도 중요하다. 가이드를 최대한 알기 쉽고 자세히 설명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길어서도 안된다. 가이드가 너무 길어지면 응답자들이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의 인터넷 사정과 데이터 요금제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다. 설문조사에는 이미지나 동영상도 들어가는데 이는 텍스트보다 모바일 데이터 소모량이 많다. 한국만큼 통신망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이미지나 동영상의 로딩 속도가 느릴 수도 있다. 또 이미지나 동영상을 재생할 경우 많은 데이터 비용이 많이 청구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비자도 있다. 송 부사장은 "해외 설문조사는 현지의 통신 환경을 고려하고 응답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의 구성을 잘해야 한다"며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오픈서베이는 2019년 7월부터 이제껏 약 100여건의 해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송 부사장은 그중 국내 한 전자제품 제조기업 A사의 설문조사를 기억에 남는 사례로 꼽았다. A사의 설문조사는 질문이 아닌 패널들의 집에 있는 주차장의 사진 4장을 찍어 앱에 등록해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단독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각자의 주택에 전용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집 내부의 공간 활용을 위해 이 주차장에 각종 전자제품을 놓고 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A사는 미국 소비자들의 주차장은 크기와 형태가 어느 정도인지, 전자제품을 어떻게 놓고 쓰는지를 알기 위해 사진을 요구했다. 각 가정의 주차장에 가장 최적화된 제품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당시 A사는 1000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한 명당 4장씩, 총 4000장의 주차장 사진을 확보해 전자제품 설계에 참고했다. 비슷한 예로 국내에서 냉장고 내부와 그릇을 보관하는 곳의 사진을 요구하는 설문조사도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송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설문조사 업계에서 전해지고 있는 설문조사를 하지 않아 실패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탈리아는 크고 넓은 피자 팬을 각 가정에서도 널리 사용하기 때문에 가정용 식기세척기는 피자 팬을 넣을 수 있을 만큼 내부 공간이 넓어야 한다. 하지만 독일의 유명 식기세척기 제조 기업이 이 사실을 파악하지 않고 작은 크기의 식기세척기로 이탈리아 시장에 진출했다가 판매 실적이 저조해 실패했다. 제조사가 소비자들의 제품 이용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실패한 사례다.

▲  송경림 오픈서베이 부사장. (사진=오픈서베이)
▲ 송경림 오픈서베이 부사장. (사진=오픈서베이)

"미국 설문조사 수요 많아"…자체 트렌드리포트로 기업 고객 유치

지난해 오픈서베이를 통해 해외 설문조사를 진행한 국내 기업들의 3분의 2는 미국 시장을 설문조사 지역으로 선택했다. 송 부사장은 코로나19로 해외 시장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세계 최대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중국과 미국을 우선 타깃으로 삼는데 중국은 현지 기업이나 정부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며 "반면 미국은 상품과 데이터만 있으면 공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설문조사 수요가 미국으로 몰리고 있는만큼 오픈서베이도 올해는 미국 설문조사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기업들의 미국 시장 설문조사에 적극 응대하면서 동남아 시장의 설문조사를 원하는 수요에도 대응한다. 오픈서베이는 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해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11개국의 소비 행태 및 인식을 자체적으로 조사한 '아시아 소비자 리포트'도 발간했다.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유하면서 기업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송 부사장은 "우선 전체 매출 중 해외의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해외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과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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