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를 끄거나 치운다. 밀려드는 이메일은 확인을 미룬다. 밤마다 보던 유튜브도 잠시 안녕이다. 대신 가족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다.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홀로 책을 읽고, 산책도 한다. 화요일 밤부터 수요일 아침까지, 구글 직원들은 ‘기술 없는 화요일 밤(No Tech Tuesday Night)’을 보낸다.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챌린지’인데, 직원들 사이에선 반응이 좋다. 재택근무로 인한 피로감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직원들끼리는 주간 ‘온라인 모임’을 열도록 독려하고 있다. 화상으로 집들이를 하고 아이·반려동물을 소개하는 식이다. 만날 순 없지만 직원들끼리 사회적 교류는 이어 가자는 취지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글은 ‘생산성(Productivity)’을 유지하기 위해 이처럼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번아웃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아져 대처를 고민하고 있어요. 또 (재택근무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일주일에 며칠은 집에서 일하는 ‘혼합형’ 업무방식이 자리를 잡게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도 준비 중입니다.” 로라 메이 마틴(Laura Mae Martin) 구글 프로덕티비티 총괄 책임자(Executive Productivity Officer)는 27일 국내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온라인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  사진=로라 메이 마틴(Laura Mae Martin) 구글 프로덕티비티 총괄 책임자(Executive Productivity Officer)의 27일 온라인 세션 화면 갈무리.
▲ 사진=로라 메이 마틴(Laura Mae Martin) 구글 프로덕티비티 총괄 책임자(Executive Productivity Officer)의 27일 온라인 세션 화면 갈무리.

마틴 총괄 책임자는 한마디로 구글러들의 ‘생산성 지킴이’다. 구글은 분기별로 거시 목표를 설정하고 개인별 미시 목표를 정해 생산성을 측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개인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맡고 있어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주는 것도 생산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구글은 거시적으로 분기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루 100개의 이메일을 보내고 다음날은 아무것도 안 보내더라도 본인이 정한 목표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직원들에게 비가 올 때 우산을 찾아주는 게 내 업무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길어지게 되면서 지난해는 재택근무 팁을 만들어 알려주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마틴 총괄 책임자는 재택근무 시 △사전계획 세우기 △업무 우선순위 정하기 △구글 크롬 등 브라우저 탭 그룹화하기(새 그룹에 탭 추가) 등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업무 방식과 구성원별 근무 상황이 다른 만큼 상호 이해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재택근무하는 구성원은 하루 종일 일하는 ‘장거리 경주 마라토너’와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이유 등으로 (업무 외에) 해야 할 일이 있는 ‘단거리 경기’ 유형이 있다”고 분류하고는 “실제 업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면 전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게 매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업무를 유연하게 조정해 근무 시간대를 다르게 하는 등 상호협력이 중요하다. 구글에서는 단거리 경기 유형을 위한 양육 지원, 휴가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성과 평가에도 각자의 상황에 따른 특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또, 재택근무로 인해 번아웃을 느끼는 경우에는 △전자기기와 거리를 두고 △산책을 하는 등 정신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코로나 사태 이후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추가 휴가 제공 △전문가 상담 △명상 앱 지원 △동료 간 서포트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제공 중이라고도 전했다.

구글의 재택근무 종료 시점은 올해 9월이다. 다만,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한 이후에도 새로운 근무체제를 실험한다는 방침이다. 일주일에 ‘협력의 날’로 지정된 3일만 회사로 출근하고, 나머지 날엔 원격으로 근무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마틴 총괄은 이처럼 각기 다른 업무환경이 양립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사무공간에서의 업무 장점을 재택근무에도 이식하는 방안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그가 구글에서 풀어낼 과제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고정되지 않게 되니까 아침에 몰아서 일하고 오후엔 산책이나 운동하고 쉬다 다시 일하는 식으로 생산성을 유지하는 직원들도 있어요. 사무실로 출근했을 땐 알지 못했던 자기만의 ‘리듬’을 깨닫게 된 거죠. 사무실로 돌아가도 각자의 리듬으로 근무할 수 있어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재택근무를 통해 배운 교훈들을 어떻게 적용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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