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23일 출시한 아이오닉 5.(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가 23일 출시한 아이오닉 5.(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 제국'을 넘보는 현대자동차가 SK이노베이션과 중국 CATL과 함께 본격적인 '하이니켈 배터리' 시대를 연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방식으로 생산된다. 아이오닉 5는 차체부터 생산 방식까지 전기차에 최적화된 형태로 생산된다. 현대차가 최초로 '하이니켈(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배터리)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23일 오후 유튜브를 통해 아이오닉(IONIQ) 5를 최초 공개했다. 아이오닉 5는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4위인 현대차가 아이오닉 5를 필두로 글로벌 시장의 마켓셰어를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아이오닉 5는 아이오닉 이전 모델과 비교해 눈에 띄게 진일보한 모델이다. 아이오닉 5는 완충시 주행거리가 410~430km에 달한다. 80% 이상을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8분으로 충전시간이 절반 가량 단축됐다. 5분 충전으로 약 100km를 달릴 수 있다.

아이오닉 1세대의 주행거리는 200km, 2세대는 230km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주행거리는 40% 이상 늘었다. 현대차의 '빅 히트'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성능면에서는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 중 단연 최고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모델에서 전기차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 수 있었던 건 배터리 때문이다.

▲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사진=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사진=SK이노베이션)

현대차는 아이오닉 5 모델에서 하이니켈 배터리를 최초로 도입했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80% 이상인 양극재를 탑재한 배터리이다. SK이노베이션이 아이오닉 5 모델에 납품하는 배터리는 NCM 811 계열로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함유량이 '8:1:1'이다.

통상 배터리의 성능은 양극활물질의 적합한 조합을 통해 완성된다. 배터리는 니켈이 많을 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전기차에 적합한 배터리는 NCM(니켈, 코발트, 망간 조합)과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조합),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이 주로 쓰인다.

양극에 어떤 활물질이 쓰이는지에 따라 배터리의 출력과 용량을 결정된다. 활물질를 어떻게 배합하는지에 따라 저장되는 전자의 수가 달라지고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이 달라진다. 니켈은 고용량과 관련 있고, 망간과 코발트는 안전성과 관련있다. 니켈의 함량이 많아지면 리튬층으로 들어올 수 있는 리튬의 개수가 다른 금속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아진다. 니켈 비중을 높일 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전기차의 성능이 개선된다.

▲  니켈과 코발트 가격 비교.(자료=삼성SDI 블로그)
▲ 니켈과 코발트 가격 비교.(자료=삼성SDI 블로그)

하이니켈 배터리는 생산 원가가 저렴해지는 장점도 있다. 배터리 원료 중 가장 원가가 높은 건 코발트다. 코발트는 양극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0%인데, 원가는 니켈과 망간을 합한 것보다 비싸다.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코발트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발트 함량을 낮추면 배터리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원가 변동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가격인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니켈 비중을 높이면 배터리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가 장시간 공기에 노출되면 불순물이 형성되고 부식될 수 있다. 배터리 내 잔류한 리튬은 가스를 발생시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하이니켈 배터리는 구조적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수명이 짧다는 단점도 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 배터리 업체들은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을 일찍이 개발했지만 상용화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전기차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렸고,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은 하이니켈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로 전기차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배터리의 안정성까지 확보했는 지는 미지수다. 앞서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의 화재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아이오닉 5에 LG화학 배터리 대신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건 안전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염두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완성차 업계는 현대차가 아이오닉 5 모델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차는 2차전지의 구조적으로 불안전한 문제로 인해 화재의 가능성이 잔존한다. 이 때문에 화재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하이니켈의 화재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라믹 코팅 분리막(CCS, Ceramic Coated Separator)'의 품질을 한단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은 계열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생산한 제품이 탑재된다. CCS는 내열성과 관통성을 크게 개선한 제품으로 배터리의 온도가 높아져도 단락이 발생하지 않아 화재의 위험이 적다. 머리카락 25분의 1 수준인 4 마이크로미터 두께인데 내구성이 우수하다는 평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력으로 하이니켈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CCS코팅 기술로 분리막 안전성을 더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의 성능과 안전성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 7%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이어 글로벌 4위다. 3위와의 격차는 1% 안팎인데, 폭스바겐과의 격차는 5% 가량 벌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 올리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빅 히트' 모델이 필요하다. 아이오닉 5는 가격과 성능면에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소비세 혜택과 구매 보조금을 합할 경우 3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어 가성비가 우수하다는 평이다. 아이오닉 5의 트림은 2개로 익스클루시브가 5000만원대 초반, 프레스티지가 5000만원대 중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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