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CEO가 배터리 업계 던진 '충격파' 3가지...LG·SK '초긴장'

발행일 2021-03-16 14:32:12
폭스바겐 허버트 다이스 CEO.(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은 모빌리티와 에너지를 혁신적으로 결합할 것이다.(We're combining  mobility and energy in a innovatve way)"

허버트 다이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파워 데이'에서 '모빌리티와 에너지의 혁신적 결합'을 강조했다. 파워 데이는 전기차 점유율 글로벌 2위의 폭스바겐이 1위 업체인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본따 만든 행사다.

폭스바겐은 이날 2030년까지 추진할 배터리와 충전 부문의 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핵심은 '배터리 내재화'를 통한 원가 절감인데, 글로벌 배터리 업체에 던질 '충격파'는 상당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핵심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 중 '갑'은 완성차 업체라는게 분명해진 점. 둘째, 완성차 업체에 필요한 파트너십은 에너지 업체(충전 인프라)라는 점.  셋째,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 전지가 곧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배터리 업체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기업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폭스바겐의 이날 발표는 배터리 업체가 조만간 '성숙기'를 맞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공급 불일치'...그래도 '갑'은 완성차 회사

시장 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는 매년 판매량이 21%씩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수요는 매년 30~50%씩 늘어날 전망이다. 2025년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때문에 안전하고 출력이 높은 '고성능 배터리'에 대한 완성차 업체의 니즈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 성능은 이른바 '심장'격인 배터리에 달렸고, 차체의 연비를 높이고 주행 중 편의를 높일 '보완재'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점은 전기차 시대 완성차 업체와 핵심 납품처인 배터리 업체 중 갑을 관계가 역전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완성차 업체들이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거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업체에 줄을 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테슬라에 이어 폭스바겐까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면서 갑을 관계는 더욱 명확해졌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점유율 기준 '톱 티어' 업체다. 테슬라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판매량 기준 17.5%의 점유율을 확보해 1위를, 폭스바겐은 12.9%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30만대를 판매했는데, 2025년 판매량이 142만대, 2030년 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24%씩 성장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28만대를 팔았는데, 2025년 판매량이 265만대, 2030년 6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3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원가 중 30%를 차지하고 있어 두 업체의 납품사로 선정될 경우 자연스럽게 배터리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런데 두 회사 모두 배터리를 내재화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차량 판매단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폭스바겐은 이날 배터리 데이에서 앞으로 자사 전기차에는 기존 파우치형 대신 각형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전기차에는 주로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폭스바겐 유럽과 미국공장의 배터리 납품사로 선정됐다. 그런데 폭스바겐은 이날 파우치형 대신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파워데이에 앞서 국내 배터리 3사에도 이를 통보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크게 3종류다. 사각형의 틀로 구성된 각형과 원통형, 납작한 주머니 형태로 된 파우치형이 있다. 각형 배터리는 공간 활용도와 내구성이 높은데, 무겁고 대형화가 어려운 점이 단점이다. 파우치형은 다양한 모양으로 쌓을 수 있는데 반해 안정성과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폭스바겐은 중국 CATL과 노쓰볼트를 통해 각형 배터리를 납품받을 전망이다. 노쓰볼트는 테슬라 출신 직원이 창업한 회사로 폭스바겐은 노스벨트와 합작사 '노스볼트 즈웨이'를 만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 도약하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사실상 좌절됐다. 현대차와 포드 등 주요 완성차 업체를 쥐고 있지만, 폭스바겐의 '서플라이 체인'에서 돌연 제외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폭스바겐은 10년 내 유럽에 40GWh 규모 배터리 공장 6개를 지을 계획이다. 총 캐파는 240GWh로 글로벌 배터리 업체의 생산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40GWh는 매년 960만대 분량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전지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 부족이 예상돼 전지업체와 완성차 업체의 전략적 협력관계가 공고할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내재화를 추진하면서 정반대인 상황이 펼쳐졌다"며 "완성차 업체는 글로벌 생산전략에 따라 언제든 배터리 업체를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러브콜 받은 'BP, 에넬' 등 정유사...완성차 관심은 배터리보다 충전 인프라

폭스바겐은 이날 '고속충전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영국 BP와 스페인 이베르드롤라, 이탈리아 에넬 등 에너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 회사 모두 유럽의 정유사로 현지에 주유소를 확보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폭스바겐 그룹의 배터리 전략은 고속 충전 네트워트 확충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1만8000기의 충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유럽내 전기차 충전소의 5배 규모로, 유럽 전체 수요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위해 BP와 함께 8000기를 짓고, 아랄과 함께 4000기의 충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유럽의 충전 인프라 확장을 위해 4억 유로(한화 5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폭스바겐은 유럽과 중국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합작사를 설립했다.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는 3500기의 충전소를 올해 말까지 건설할 계획이며, 합작사인 캠스(CAMS)는 2025년까지 1만7000기의 충전소를 구축한다. 폭스바겐은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정유사와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완충까지 15~30분이 소요된다.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충전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충전 인프라를 다양하게 구축해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충전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정유사 등 에너지 기업과 협력을 통해 충전 인프라를 짓고 있다.

정유사는 곳곳에 주유소를 갖추고 있어 전기차 충전기기를 설치하면 곧바로 전기차 충전소로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유소를 갖춘 정유사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전까지 배터리 공급 부족으로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업체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실은 정유업체가 파트너십의 핵심에 있다.

국내에서도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23년까지 190여곳에 충전소를, 현대오일뱅크는 200기의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한다.

차세대 전고체전지 '먼미래'라더니...어느새 '성큼'

폭스바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각형 셀은 그룹이 향후 5년 내 비약적 도약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전고체 전지로 전환하는 데 있어 최적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5년 내 전고체 전지의 괄목할만 한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전고체 전지는 2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의 기술적 결함을 극복해 차세대 전지로 평가받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및 폭발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췄다. 안정성과 내구성에도 이온 이동성 저하로 인한 출력 문제와 낮은 충방전 문제로 인해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충방전을 할 경우 음극재에 덴드라이트가 생성되는 문제로 효율이 낮아지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고체 전지는 1980년대 개발됐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1991년 일본 소니가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면서 2차전지의 대세로 자리잡았고, 앞으로 10년 이상은 리튬이온전지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2010년 일본 토요타가 황화물을 사용한 전고체 전지 개념을 제시하면서 관련 기술의 개발도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토요타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다. 토요타는 2019년 1월 파나소닉과 합작사를 설립해 전고체 전지를 탑재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뒤쫓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및 전고체 전지 비교.(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전지업계에서는 2030년 대형 버스를 중심으로 전고체 전지 상용화 가능성을 점쳤다. 그런데 폭스바겐에서 돌연 5년 내 보다 진일보한 기술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것이다.

폭스바겐이 이날 전고체 전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업체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 콜로라도 연구팀이 설립한 솔리드파워(Solid Power)는 BMW와 포드, 삼성벤처투자 등 유수의 기업들에서 투자를 받았다. 솔리드 파워는 2023년 전고체 전지를 양산, 2028년부터 전고체전지를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칭타오에너지는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2020년 삼성전자는 전고체 전지 충전시 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 에너지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했다. 음극재의 두께를 줄이고 나오입자를 코팅할 경우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덴드라이트 생성이 억제된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해 전고체 전지를 비롯한 차세대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미국 폴리플러스 배터리 컴퍼니와 조인트 벤처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에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날 전고체 전지 시대를 앞당겨 리튬이온전지의 종언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리튬이온전지의 안전성과 화재 위험을 차세대 전지로 맞서겠다고 밝힌 것이다. 과거 완성차 업체는 차만 만들고, 에너지원은 정유사와 배터리 회사가 만들던 것에서 벗어나겠다고 '내재화' 계획을 밝혔다.

폭스바겐이 던진 '충격파'는 국내외 배터리 업체에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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