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 온실가스 배출량 및 부채.(자료=금융감독원)
▲ 현대제철 온실가스 배출량 및 부채.(자료=금융감독원)

현대제철이 2차 배출권 거래제 기간 동안(2018년 ~ 2020년) 동안 온실가스 초과 배출로 인해 1500억원의 탄소배출권 매입채무(이하 배출부채)를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차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만큼 현대제철은 조만간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배출부채를 소각해야 한다. 탄소 순배출량을 전혀 없게 하는 '넷 제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철강사의 재무적 부담이 커졌는데 현대제철은 재무 부담이 현실화됐다는 평이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20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배출부채로 1521억원을 쌓았다. 전년(1143억원)보다 배출부채 규모는 24.8%(378억원) 증가했다.

배출부채는 기업이 정부가 할당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회계에 반영하는 항목이다. 배출부채는 일종의 충당금 성격으로 지출 시기와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를 의미한다. 언젠가 지출해야 할 비용이지만, 시기와 금액을 확정할 수 없어 일단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  현대제철 온실가스 배출량 및 배출부채.(자료=금융감독원)
▲ 현대제철 온실가스 배출량 및 배출부채.(자료=금융감독원)

배출부채는 배출권 거래제 계획기간 동안 합산해 쌓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현대제철이 지난해 말 인식한 1521억원의 배출부채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쌓은 배출부채를 합한 것이다. 2차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2018년 441억원의 배출부채를 쌓았고, 배출부채는 1143억원으로 불어났다. 1년 동안 61% 증가했다. 그리고 2차 계획기간이 끝나던 지난해 378억원을 추가로 반영하면서 온실가스 초과 배출로 1521억원을 쌓았다.

현대제철이 2차 계획기간 동안 쌓은 배출부채는 1차(2015년 ~ 2017년) 때와 비교해 눈에 띄게 커졌다. 1차 기간 동안 쌓은 배출부채는 27억원에 그쳤는데, 2차 때는 1차 때와 비교해 규모가 56배 커졌다.

현대제철이 2차 계획기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는 1차 때와 비교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계획기간 동안 평균 1934만톤을 배출했는데, 2차 계획기간 동안 평균 2240만톤을 배출했다. 2차 계획기간 동안 연 평균 300만톤의 온실가스를 더 배출했다. 이는 2020년 배출량을 제외하고 산정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약 300만톤 늘어난 만큼 현대제철은 무상할당량을 초과해 배출한 양에 대해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은 1만7800원이다. 이를 토대로 연간 300만톤을 초과해 배출한 것으로 가정하면 534억원이다. 약 3년 동안 900만톤 초과한 것으로 고려하면 지난해까지 쌓은 배출부채 규모와 비슷하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현대제철이 정부에서 무상으로 할당받는 배출량은 1900만톤 안팎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1900만톤을 초과해 배출할 경우 초과분을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제철이 2차 계획기간 동안 쌓은 배출부채는 직원(생산직 제외)의 1년치 급여 또는 연간 이자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직원 급여로 1448억원을 지출했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2805억원을 지출했다. 현대제철이 온실가스 초과 배출로 쌓은 비용은 1521억원이다.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한다. 지난해 3월 3만9000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 2만3000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 17일 기준 종가는 1만8000원이다. 올해 3차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됐는데, 시행 첫해인 만큼 시장의 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부가 3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기간(2021년 ~ 2025년) 동안 유상할당 비율을 10%로 확대했다. 2차 계획기간 동안 이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가 기업에 지급하는 무상할당량을 줄였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유상으로 구매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탄소배출권 유상거래를 활성화해 온실가스 과다 배출 기업의 부담을 높였다.

▲  포스코 및 현대제철 쇳물생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쇳물 생산량은 2019년 기준(자료=금융감독원)
▲ 포스코 및 현대제철 쇳물생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쇳물 생산량은 2019년 기준(자료=금융감독원)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사 중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포스코는 연간 8000만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2차 기간 동안 쌓은 배출부채는 202억원에 그쳤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4분의 1 수준인데, 관련 비용은 7배 더 많이 내고 있다. 포스코는 연간 3590만톤의 쇳물을, 현대제철은 2120만톤을 생산한다.

이는 정부가 포스코에 더 많은 무상할당량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무역집약도와 온실가스 비용 등에 따라 무상할당량을 배정하는데, 포스코가 현대제철보다 좀 더 여유있게 할당량을 배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과 석화업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산업의 기업들은 정부의 무상 할당량을 늘려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제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그린파워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모회사에 합산된다. 현대그린파워는 지난해 942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현대그린파워의 배출량도 적지 않은 만큼 현대제철의 '온실가스 살림'은 보다 빠듯해질 전망이다.

▲  현대제철 온실가스 집약도.(자료=지속가능경영 보고서)
▲ 현대제철 온실가스 집약도.(자료=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현대제철의 2019년 기준 온실가스 집약도는 0.95로 2016년(0.85)과 비교해 0.1 포인트 증가했다. 온실가스 집약도란 소비한 에너지에서 발생한 양을 총 에너지 소비량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탄소함유량이 높은 에너지 사용률이 높다는 의미다.

현대제철은 온실가스 저감과 환경 보존을 위해 2021년부터 5년 동안 4900억원을 투자한다.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를 설치해 폐열을 회수, 증기 및 전력으로 재생산한다. 연간 5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전사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온실가스 및 에너지 절감 TF'를 운영 중이다. 매달 전사 환경에너지 회의체에 유관부서가 참여해 관련 사항을 최고경영지나까지 공유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IT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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