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반년 넘게 이어진 오너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형과 누나의 승리로 끝났다. 동생이자 차남인 조현범 사장이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 주총 표대결에서 먼저 승기를 잡았지만, 지주사이자 경영권 분쟁의 '본 전투'인 한국앤컴퍼니 주총 표대결에선 형 조현식 부회장과 누나 조희경 이사장이 승리하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 조현식 부회장(왼쪽), 조현범 사장(오른쪽)./사진=한국타이어그룹 애뉴얼리포트
▲ 조현식 부회장(왼쪽), 조현범 사장(오른쪽)./사진=한국타이어그룹 애뉴얼리포트

'3%룰·국민연금 및 자문사 반대' 변수에도...승기 잡았던 동생 조현범 


한국앤컴퍼니와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3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잇따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먼저 열린 한국타이어 주총에선 동생 조현범 부회장이 승리했다. 사측이 제안한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과 조 사장이 추천한 사외이사 이미라 제네럴일렉트릭(GE) 한국 인사총괄의 감사 선임안이 주총 표대결에서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 아래 통과됐다. 

또한 조 사장을 포함해 이수일 대표, 박종호 사장 등의 사내이사 선임과 표현명 케이티 사외이사 등 3명의 사외이사 선임도 통과됐다.

반면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주주제안한 이혜웅 비알비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이사는 찬성률이 16%에 그쳐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에 실패했다.

당초 한국타이어의 이번 주총 표대결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분율로만 보면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30.67%, 조양래 명예회장 5.67%, 조희경 이사장 2.72%, 조현식 부회장 2.07%, 조현범 사장 0.65%로, 아버지의 지지를 받고있는 조 사장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법 개정으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룰'이 적용되면서 조 사장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들도 연이어 조현범 사장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8.66%)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조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를, 조 부회장 측의 감사위원·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에 찬성을 결정하면서 조 사장은 점점 불리해졌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역시 조 부회장 측 감사위원·사외이사 후보에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조 사장으로 크게 몰리면서 승부는 예상보다 쉽게 갈렸다. 

형·누나, 판 뒤집기 성공..."지배구조 개선해 주주가치 높일 것"

그러나 조 사장의 운은 한국타이어 주총에서 다 했다. 곧바로 열린 경영권 분쟁의 본 전투,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선 형과 누나가 승기를 잡았다. 조현식 부회장 측이 제안한 이한상 교려대 교수가 주총 표대결을 통해 사내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것.  

반면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사내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내세운 조 사장의 안건은 부결됐다. 

이번 역시 22.61%의 지분율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의 역할이 컸다. 3%룰 적용으로 최대주주인 차남 조 사장(42.9%)의 의결권이 제한된 가운데 5.21% 보유한 국민연금과 서스틴베스트 등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게 소액주주들에게 방향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남매의 난에서 한 발 멀리 떨어져 중립 입장을 보였던 차녀 조희원(10.82%)씨 역시 조 부회장 측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조희원씨는 주총에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조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에 대해 "국제적인 회계학 전문가로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회계 지식을 갖추고 있고, 대림, 동아쏘시오 등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기업 거버넌스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현실적 해법을 모색한 실무적 전문가"라며 "정파에 관계없이 상법과 기업 거버넌스의 원칙에 따라 삼성 등 다른 대기업의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의견을 표명해 온 독립적인 학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조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의 선임을 대표이사 사임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바. 향후 직접적인 경영에선 손을 뗀 채 주주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전망이다. 

조 부회장은 이날 주총 표대결 전 인사말을 통해 "한국앤컴퍼니를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 중심으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데 힘쓰겠다"며"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혁신 기술 도입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더욱 민첩하게 재정비해 양적, 질적 성장을 통해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하겠다"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정도 경영을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ESG 대응을 통해 ESG 정책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희경 이사장은 이한상 교수의 선임과 관련 "건강한 지배구조를 만들수 있는 이한상 교수의 능력을 주주들이 높이 평가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앤컴퍼니의 건강한 지배구조와 기업가치제고를 위해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한상 교수의 객관성과 전문성이 회사 발전을 위해 기여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사업회사(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결정은 아쉽지만 향후 주주로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역할과 노력이 무엇인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국앤컴퍼니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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