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을 서비스하는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국내 콘텐츠 기업 '키다리스튜디오'에 55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거대 중국 자본이 국내 콘텐츠 기업에 유입될 가능성과 그 영향력에 대해 갑론을박이 일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흘러나왔다는 바이트댄스의 투자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해당 보도에 따르면 키다리스튜디오가 약 5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며, 바이트댄스가 주주로 참여한다. 해당 투자가 체결될 경우 형식적으로 바이트댄스가 '다우데이타'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셈이다. 특히 해당 보도에서는 "경영권은 (키다리스튜디오가) 유지하는 선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논의중"이라는 표현이 사용돼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몇 시간이 흐른 후 해당 보도를 한 매체가 투자금 5500억원을 500억원으로 수정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 다음날인 7일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키다리스튜디오는 웹소설 및 웹툰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을 확대했고 키다리이엔티 등 관계사를 통해 영화·드라마 투자와 제작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특히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원작 웹툰이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된 바 있어 키다리스튜디오에 대한 주목도 또한 높아졌다.
그렇다면 바이트댄스의 키다리스튜디오 투자설은 어떻게 대두된 것일까. 바이트댄스는 틱톡 이후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종합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중국 정부의 규제에 발목이 묶인 상황이다. 지난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 강화 방침에 따라 바이트댄스가 운영중인 증권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바이트댄스는 내부 압박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며 전도유망한 콘텐츠 기업들을 찾아나섰다. 최근 바이트댄스는 가상현실(VR) 스타트업인 '피코인터랙티브'를 50억위안(약 9000억원)에 인수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였다. VR 헤드셋과 온라인 VR 플랫폼을 판매하는 피코인터랙티브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것. 앞서 지난 3월 텐센트를 제치고 중국 모바일 게임사 '문톤 테크놀로지'를 약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사들이는 등 다양한 콘텐츠 기업에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키다리스튜디오 측은 바이트댄스 같은 투자자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 등 투자방식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키다리스튜디오 관계자는 <블로터>에 "해당 보도의 경우 키다리스튜디오에 확인 없이 기사화가 되면서 정정 공시 요청이 된 것"이라며 "관련 투자 건에 대해서는 외부에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계 자본이 국내 콘텐츠업계에 유입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JTBC스튜디오'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국내 사모펀드(PEF)인 '프랙시스캐피탈'과 중국 '텐센트'가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이 유입될 경우 콘텐츠 제작 역량 및 기업가치 제고 등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그 출처가 중국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올 들어 한 지상파 드라마가 역사 왜곡 및 동북공정설에 휘말려 폐지된 이후 제작 현장에서는 중국산 PPL조차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자본 및 인력 종속, 기술력 유출, 국민 정서 위반 등의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