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로 결제하는 '페이스 페이' 확산...'안면인식 결제'의 명암[트렌드 리포트]

발행일 2021-10-23 07:43:15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삶의 행태를 급격하게 변화시킨다. 한 때 스마트폰 잠금 해제에 활용했던 '안면 인식' 기술도 시간이 지나 전 세계에서 활용처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이 각광받고 있다. 

얼굴만 비추면 지하철·급식비 프리패스
영국의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 '페이스 페이'를 상용화했다. 페이스 페이는 지하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진, 카드 정보 등을 입력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지하철 개찰구에 설치된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면 교통비가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모스크바 당국은 3년 내 지하철 승객 15%가 페이스 페이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쁜 출·퇴근 시간대 혼잡한 지하철 이용 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최근 17만5000대 이상의 감시 카메라 네트워크를 구축한 모스크바는 향후 다양한 곳에 페이스 페이를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본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픽사베이)
영국 일부 지역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에어셔 주 등 일부 지역 9개 학교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급식비를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관련 시스템을 도입한 학교 측의 설명에 따르면, 얼굴인식 만으로 학생들이 더 빠르게 점심 식사를 하는 한편 판매자 입장에서도 접촉이 없기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 간편하다. 안면인식으로 저장된 생체 데이터는 암호화된 형태로 보관되며, 학생 하교 시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스템을 개발한 'CRB 커닝햄스'의 데이비드 스완스톤 전무이사는 "안면인식 시스템은 계산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빠르게 단축시킨다"며 "실제로 시스템을 사용한 학교에서 평균 거래시간이 한 명당 5초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CRB 커닝햄스 측에 따르면, 관련 시스템은 지난해 파일럿 형태로 공개됐고 현재 65개 학교에서 도입을 위해 등록을 마쳤다. 

국내 도입 활성화…세계적 추세 따를까
국내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핀테크 기업 '고스트패스'는 지난 8월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 대중화를 위해 건국대학교 산하 협력기관인 '딥이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딥이티는 기존 하드웨어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기술로, 조용범 건국대 교수 연구실이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고스트패스는 딥이티의 기술을 활용해 저가 태블릿 PC에서도 자사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현할 계획이다. 현재 고스트패스는 태블릿 PC에 얼굴을 인식하면 결제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인 키오스크 대비 설치 비용이 없거나 저렴하기 때문에 소상공인에게 유리하며, 이용자 입장에서도 물리적 접촉없이 결제가 가능해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용범 딥이티 교수(왼쪽)와 이선관 고스트패스 대표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고스트패스)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은 무인 편의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점포 운영환경을 시험할 수 있는 'DT랩 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를 통해 안면인식을 통한 출입 인증 및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DT랩 스토어는 3D 라이다, AI 결품관리, 통합관제 시스템, AI 휴먼 등의 디지털 기술을 도입했고, '브니 키오스크'에서 안면인식 결제가 가능하다. 

핀테크 기업 '갤럭시아머니트리', 블록체인 기업 '코인플러그', AI 안면인식 기술 기업 '씨유박스'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반 비대면 안면인식 결제 플랫폼' 구축에 돌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추진하는 '2021년 블록체인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컨소시엄은 비대면 본인 확인 기법으로 선불 충전이나 포인트 교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카드나 현금이 없어도 계산대에 위치한 안면인식 기기에 얼굴을 비춰 결제하는 방식을 구현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생체 인식 기술 활용처가 늘면서 관련 시장규모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핸즈프리'(손 댈 필요가 없는)가 가능한 안면인식 기술의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진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안면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26억5300만달러(약 3조1321억원)에서 올해 63억7000만달러(약 7조5166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온도 체크 등이 보편화 되면서 안면인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대폭 줄어든 모습"이라며 "아직 무인 편의점 등 일부 매장에서 관련 시스템을 시범 운영중이지만 강력한 암호화와 편의성이 뒷받침될 경우 빠르게 보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보안 우려 목소리도
안면인식 기술이 세계 각 지에서 활용처를 넓혀가는 가운데,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및 사생활 침해 우려로 관련 시스템의 '금지 규정'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도입한 페이스 페이나 영국 학교의 급식비 결제 시스템 모두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모스크바 당국은 "페이스 페이로 수집한 정보를 내무부 직원들만 접근 가능한 데이터 센터에 저장하며 안전하게 암호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일고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이 정부기관인 만큼 페이스 페이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인구 통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스에어셔 의회에 배포된 안면인식 급식 시스템 이미지. (사진=더버지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일부 주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이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 편향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지역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9월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지역에서는 미국 최초로 민간에서도 사용을 금지토록 명령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게 살해당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있은 이후 안면인식 기술을 악용해 유색인종만 구분하거나 특정 성별을 가르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국의 캠페인 그룹인 '빅 브라더 워치'는 일부 학교에서 운영중인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에 대해 "일상적인 생활에서 생체 인식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맞는가"라며 "학생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공항에서 입국 시스템을 받는 듯한 기술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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