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천으로 사업을 시작할 당시, 이종간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계획을 준비했습니다. 단순히 음악에서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 카테고리를 융합한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 음원 유통플랫폼 '왓챠뮤직퍼블리싱'을 공개할 당시 왓챠에서 밝힌 목표다. 당시 왓챠의 목표는 영화·드라마 추천,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음원 유통에 그치지 않고 도서, 웹툰, 음악, 게임, 패션(뷰티)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을 융합한 시너지 효과에 집중됐다. 

앞서 왓챠의 경우, OTT 플랫폼 사업 시작 전부터 머신러닝 기반 콘텐츠 추천 플랫폼 '왓챠피디아'로 시너지 효과를 도모한 경험이 있다. 다만 OTT, 음원,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어떻게 융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계획이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머신러닝 기반의 추천 시스템을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공급했던 왓챠가 내린 해답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올인원 전략 담은 '왓챠 2.0'
22일 왓챠는 '미디어데이'를 통해 '왓챠 2.0' 출시를 예고했다. 왓챠 2.0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왓챠 서비스에 음원과 웹툰을 모두 서비스하는 '올인원' 전략이다.

▲ 박태훈 왓챠 대표가 사업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 박태훈 왓챠 대표가 사업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왓챠 2.0은 단순히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모아 놓는 것에서 벗어나 콘텐츠간 경계를 허무는 것이 포인트다. 

예를 들어, 영화 그 자체의 콘텐츠만 제공했던 기존 버전에서 벗어나 극 중 배우가 만든 음악을 추천해주는가 하면, 콘텐츠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나 웹툰까지 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왓챠 2.0의 핵심 기능이다. 실제로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 '좋좋소'에서 담지 못한 색다른 스토리의 웹툰을 준비하는 등 콘텐츠간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이 가능토록 준비하고 있다.

웹툰과 음원의 경우 각각의 비즈니스 모델(BM)도 도입한다.

먼저 웹툰의 경우 '김보통', '루드비코', '낢', '써니사이드업', '펭귄', '히요', '김양수', '원성재', '민서영' 등 일상툰에 특화된 작가들과 함께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과 공급에 이르는 생태계를 구성할 계획이다. 왓챠와 뜻을 함께 하는 작가들의 오리지널 웹툰을 공개하는 한편 김보통 작가와 영상·웹툰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보통 프로젝트'도 공개할 계획이다.  

▲ 원지현 왓챠 COO가 오리지널 웹툰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 원지현 왓챠 COO가 오리지널 웹툰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왓챠는 아이디어만 좋다면 누구든 연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신·구작 여부를 떠나 취향에 따라 추천하는 기능을 활성화 해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는 웹툰 콘텐츠 공급 방식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원지현 왓챠 공동창업자 겸 사업총괄(COO)은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웹툰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장 초기 마음의 소리같은 일상툰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무료 비즈니스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서사성이 강한 작품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플랫폼 비즈니스도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체제가 안착하면서 호흡이 길고 서사성이 짙은 작품들로 획일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왓챠는 추천엔진을 통해 웹툰을 추천하고 리마인드시켜 창작자의 작품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구독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효진 왓챠 이사가 새롭게 선보일 왓챠 익스클루시브(독점작)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 김효진 왓챠 이사가 새롭게 선보일 왓챠 익스클루시브(독점작)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음악시장에 대한 접근법도 제시했다. 앞서 왓챠는 '몽키3'를 시작으로 MBC 음악 자회사 '블렌딩'과 인디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를 인수하는 등 음원 서비스에 대한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 현재 왓챠는 음원 사업자 및 아티스트와 추가 협의를 진행하며 음원 공급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강점을 앞세워 음악과의 연계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모든 콘텐츠 서비스를 결합한 요금제를 채택할 계획이다. 현재 왓챠는 연내 왓챠 2.0을 출시할 계획이며 '올인원 구독 요금제'를 설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미정이다. 

원지현 COO는 "유튜브뮤직이 국내 음악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던 점은 음원과 영상콘텐츠와의 연계성"이라며 "왓챠 2.0에서도 영상, 웹툰, 음악이 한 데 어우러진 번들링 비즈니스 모델이 실현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리텐션 강조…"짜투리 시간까지 확보해야"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시즌 등 OTT 서비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국내 OTT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연내 워너미디어의 'HBO 맥스'가 한국 시장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만큼,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 방향도 점차 고도화되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진 만큼, 콘텐츠 수급 및 서비스에 따른 구독·해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왓챠는 '콘텐츠 융합형 플랫폼'과 '차별성 기반의 정체성 확보'로 경쟁 상황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공개될 왓챠 2.0을 통해 이용자 경험을 확대하는 한편, 약 11년간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머신러닝 기반 추천을 통해 보다 정교한 큐레이션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서비스에 머무는 체류시간을 늘려 높은 리텐션(구독 잔존율)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 '시맨틱 에러'. (사진=채성오 기자)
▲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 '시맨틱 에러'. (사진=채성오 기자)
박태훈 왓챠 대표는 "왓챠에서 서비스되는 약 10만개의 콘텐츠 가운데 80% 이상이 매달 소비되고 있다"며 "올인원 서비스가 구현되면 롱테일 기술을 정교하게 개선하고 특색있는 예능,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수급해 명확한 색을 가진 팬덤층을 형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왓챠의 롱테일 전략의 구심점은 리텐션이다. 리텐션이 높아질 수록 구독 매출이 상승하는 만큼, 플랫폼 내 체류시간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 왓챠의 핵심 사업전략이다. 영상 콘텐츠의 경우 소비자가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주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니다. 반면 웹툰과 음악은 감상의 영역 측면에서 이동하거나 틈 날 때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로 구분된다. 소비자의 짜투리 시간도 왓챠에서 보낼 수 있도록 웹툰과 음악은 물론 향후 게임, 웹소설, 공연에 이르는 문화 콘텐츠를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원지현 COO가 리텐션 상승에 따른 구독 매출 추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 원지현 COO가 리텐션 상승에 따른 구독 매출 추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성오 기자)
원지현 COO는 "높은 수준의 추천엔진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 서비스와 플랫폼 내 UI·UX가 왓챠의 리텐션 상승의 비결"이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감상 형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추가하고, 머신러닝 기반 추천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왓챠는 연내 공개된 작품을 포함, 2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와 경쟁력 있는 익스클루시브(독점)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왓챠는 오리지널 콘텐츠만 9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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